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반대? 국가 근간 흔들고자 하는 건가

ONP 요약
이재명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총 800조원 규모)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호남에 투입된 누적 투자량에 비교하면 현재 규모가 제한적이라 강조하며 경제적 원리에 따른 필연적 선택임을 표명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1일 취임하며 반도체 산단 조성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고 지역 교육기관도 인재 양성에 나섰으나, 야당은 재원 조달 방안의 투명성 부족을 지적했다.
진보 성향: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국가 산업 고도화와 지역 균형 발전의 중요한 기회로 평가하며,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산단 완공과 생산 시작을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중도 성향: 정부의 반도체 투자 계획 내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면서, 인재 양성, 기반시설 조성 등 구체적 협력 방안과 산업 생태계 조성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 현실적 추진 과제를 부각했다.
보수 성향: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호남 지역에만 집중되는 점을 문제 삼고, 재원 조달 계획의 투명성 부족, 국비 낭비 우려, 지역 선별화 논리를 비판하며 구체적 재원 방안 공개와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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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지난달 29일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인공지능 등에 약 1500조 원을 투자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특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파격적 규모의 투자를 놓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과 한동훈 의원 등 보수 진영에서는 수도권 및 기존 산업 거점의 집적 효과와 경제적 효율성을 내세워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치적 득실에 따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점도 비판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현재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의 본질을 외면한 지극히 근시안적 주장으로, 명확한 근거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그치는 공허한 주장에 불과해 보인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순한 지역 민원 해소용이 아니라, 고도 성장기 무분별하게 추진된 국토개발 과정에서 불균형하게 파편화된 국토를 봉합하고, 국가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경제 정책이자 생존 전략으로 봐야 한다.
국가 잠재성장률 갉아먹는 지역 불균형 발전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국토의 심각한 산업 기능 불균형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부터 현재까지,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국가의 핵심 생산 시설은 경부선 라인을 중심으로 유치·집적되어 왔다. 영남권은 거대한 제조업 벨트를 형성하며 국가 수출을 견인하는 중추 역할을 해왔다. 반면에, 호남 지역의 발전은 지체되었다. 과거 농업에서 중화학 공업으로의 산업 구조 전환기에 소외되면서, 호남의 생산 기능은 점차 약화되었다. 양질의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할 핵심 앵커 기업이나 대규모 생산 거점의 부재로 인해 필연적으로 지역 청년들의 수도권 이탈이 가속화됐다. 이는 다시 지역 경제의 쇠락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같은 지역 격차는 역사적으로 누적되어 각종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수도권과 영남권이 전국 경제력(GRDP)의 75%(수도권 53%, 영남권 22%)를 차지하는 동안 호남권은 9%에 머물고 있다. 고속도로와 KTX 등 핵심 교통망 구축마저 경부선에 비해 10년 이상 지체되는 차별을 겪었다. 역사적 출발선이 달랐던 것은 아니다.
1949년만 해도 전국 인구 비중은 호남(25%)과 영남(31%) 간에 큰 격차가 없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울산, 포항, 창원, 구미 등 영남권에 국가산업단지가 집중적으로 배치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진 호남에서는 지난 50년간 350만 명 이상의 인구가 타지로 순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여파로 오늘날 전국 제조업 출하액에서 호남권이 차지하는 비중(11%)은 영남권(34%)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인구 비중 역시 10%로 영남권(2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편, 충청권의 경우 대덕연구단지를 필두로 한 국가 연구개발 핵심 인프라가 일찌감치 자리 잡았고, 이후 세종시 출범과 함께 행정수도의 기능까지 성공적으로 이전되면서 지식과 행정의 중심지로서 충분한 역량을 확보했다. 이같은 역사적·구조적 소외를 방치한 채 기존 거점 중심의 효율만을 고집하는 논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영구히 방치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경제적 관점에서 지역 균형발전의 당위성은 이미 객관적 지표와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한국은행은 그간 여러 심층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와 극심한 지역 불균형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구조적으로 갉아먹고 있다고 거듭 경고해 왔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인구 및 자본 집중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극심한 경쟁 압력을 유발한다.
서울의 출산율이 가장 낮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세계 최저 수준의 초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재난도 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 즉, 지역 불균형은 단순히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존립을 흔드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호남과 같은 소외 지역에 대규모 첨단 산업을 육성해 국토의 다극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구조적 저성장과 인구 소멸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가장 거시적이고 효과적인 처방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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