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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반도체 산단이 정치적?…RE100 등 객관적 최적지"

노컷뉴스

국내 반도체 및 글로벌 반도체 회사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던 이봉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둘러싼 정치적 결정 논란에 대해 "호남에 반도체 팹(FAB)을 짓는 것은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RE100으로 대표되는 산업의 논리"라고 말했다.

RE100(알이백·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고 선언한 글로벌 자발적 캠페인이다.

이 기자는 지난 14일 CBS 유튜브 '질문하는 기자'에 출연해 "용인에 반도체 팹을 짓는다고 했을 때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던 분들이 그것보다 더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호남 반도체 산단에 반대하고 있다"며 "근거 없이 호남 입지를 공격하는 주장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에서 RE100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민간 캠페인임에도 불구하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사실상 강력한 무역 규범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기자는 "반도체 팹 하나가 원전 1기나 대도시 하나가 사용하는 수준의 전기를 쓴다"며 "전 세계 산업 가운데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 반도체이기 때문에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는 기업들이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RE100은 민간 캠페인이니까 강제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법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며 "법을 어기면 벌금을 내면 되지만 RE100을 충족하지 못하면 우리가 만든 제품(메모리 반도체 등)을 고객사가 구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RE100 달성 목표를 2050년으로 정했더라도 주요 고객사들이 2030년 전후를 공급망 전환 시점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기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공급사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구글은 2029년까지 달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삼성과 하이닉스가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해봐야 고객사가 2030년까지 달성하지 않으면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하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심각한 문제"라며 "RE100을 충족할 수 있는 반도체 생산 기반을 지금부터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제시된 이른바 'CF100'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말도 안 되는 조어"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구글이 제안한 것은 '24/7 CFE'로, 전기를 사용하는 시간과 무탄소 전력이 생산되는 시간을 실시간으로 맞추자는 개념"이라며 "RE100에 원자력과 수소를 포함해 대체하자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RE100은 제품을 만들 때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자는 것이고, 24/7 CFE는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시간대별로 매칭하자는 별개의 운동"이라며 "우리는 RE100을 못 하니까 원전을 활용한 CF100으로 제품을 만들겠다고 해도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우리 기업들의 제품을 사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국내에서 RE100 기반의 반도체 팹을 운영할 수 있는 최적 지역으로 호남을 꼽았다. 다른 지역의 재생에너지 산업 기반이 약화한 상황에서도 호남에는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이 남아 있고 추가 발전시설을 설치할 공간도 확보돼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그는 "반도체 관련 글을 쓰면서 공부하다 보니 재생에너지가 아니면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어둡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지도를 놓고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로 반도체 팹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봤더니 호남 말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은 다른 산업 기반이 부족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살아남았다"며 "현재 호남 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은 태양광이지만 해상풍력을 태양광과 비슷한 수준까지 확대하는 투자 계획도 있어 앞으로는 더욱 풍부하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메가 프로젝트 발표 직후 국민의힘 일각에서 호남 반도체 산단을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서는 "정치적이라고 공격하면서 실제로 정치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국민의힘 쪽"이라고 반박했다.

이 기자는 "호남은 반도체 팹이 들어설 입지가 준비돼 있기 때문에 팹이 가는 것"이라며 "'왜 호남이냐, 우리 영남 지역에도 지어 달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경제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변동성 때문에 반도체 공장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그는 "반도체가 순간 정전에 취약한 것은 맞지만 1988년 제가 삼성전자 기흥 공장에서 일할 때도 UPS(무정전 전원 장치)와 에너지저장장치, 자체 변전소 등 전력을 안정화하는 장치가 있었다"며 "변전소 하나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쪽에서 전기를 공급받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ESS(에너지 저장 장치)와 UPS 등 변동성을 상쇄할 기술이 훨씬 발전했다"며 "인텔은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이미 70%를 넘었고 마이크론의 미국 팹은 RE100을 달성한 상태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에서 호남의 재생에너지를 송전해 사용하는 방안은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호남 현지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불안정하다고 지적하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기자는 "용인 반도체 산단의 전력 대책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이 호남의 재생에너지를 끌어오는 것이었다"며 "용인에 팹을 짓고 호남 전기를 가져가면 문제가 없는데 호남에 팹을 짓고 바로 옆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발전지와 소비지가 가까우면 송전 과정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며 "호남의 송·배전 시설과 에너지저장장치를 제대로 갖추면 전력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3년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용인 국가산단에 대해서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가 2019년부터 추진해 온 용인 일반산단과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2023년 용인 국가산단은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기자는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사업의 이름은 '세계 최대 규모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지만 현재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시스템 반도체가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팹"이라며 "삼성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과거보다 크게 떨어졌고, AI 시대에 공급이 부족한 것은 메모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시스템 반도체 팹을 짓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메모리 팹을 짓는다면 국민에게 사업의 목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라며 "용인 국가산단은 아직 토지 보상 단계인 만큼 지금이라도 계획을 접고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호남 반도체 산단의 착공과 완공이 장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이 기자는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팹 건설을 발표한 뒤 첫 웨이퍼가 나오기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고 대만 TSMC의 일본 구마모토 팹도 2021년 발표 후 2024년 생산을 시작했다"며 "입지가 좋다면 2~3년 안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 군공항 부지는 넓고 단단해 반도체 팹 입지에 적합하고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도 높다"며 "보수 언론의 방해가 없고 기업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안에 착공이 아니라 완공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 CBS '이정주의 질문하는 기자'를 구독하시면 전체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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