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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Federal Register Notices2,150U.S. Department of Justice Press1,924UK Government News933정부 보도자료 (korea.kr)570Governo Italiano301European Commission Press262UN News217New Zealand Government (Beehive)193ASEAN Official129Kremlin (President of Russia)108정부 정책 (korea.kr)90European Parliament Press81정부 사실확인 (korea.kr)78Élysée (Présidence française)75정부 브리핑 (korea.kr)73정책기자단 (korea.kr)71U.S. Department of Defense News67White House News60정책 칼럼 (korea.kr)51White House Presidential Actions23South African Government16
정책 칼럼 (korea.kr)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결과에서 얻은 것

실력 있는 대표팀이 제 기량을 못 낸 이번 월드컵 탈락에서 우리 국민의 분노는 시대착오적 조직문화를 지속한 축구협회를 향한다. 이는 다른 영역의 구태와도 닮았으며, 이번 실패를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낡은 조직문화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이 글을 쓰는 2026년 6월 30일,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실력을 지녔다고 평가되는 국가대표축구팀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조별예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예선탈락한 사건을 두고 시끄럽다. 힘없이 보낸 마지막 게임에 분노를 참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여러 전문가와 미디어를 통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세 번째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무득점으로 패한 후 자력으로 32강에 오르지 못하게 된 한국의 상황에서 많은 한국민들이 다른 팀의 결과에 일희일비 해야하는 이 위치에 대해 일종의 굴욕감을 느꼈다. 심지어 다른 나라의 경기 결과로 어부지리하듯 32강에 오르는 것이 너무 창피하니까 그냥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이 창피함은 누구에 대한 것일까. 과거라면 어떻게든 승리해서 축구세계의 피라미드에서 조금이라도 상승하고픈 욕망이 더 컸을 것이다. 과거에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투지를 보여 객관적인 한국의 실력을 넘어서는 승리를 기대했다면, 이제 이름만 들어도 소속팀을 알 수 있는 유명 선수들을 보유한 한국 국가대표팀에게는 강팀을 만나서 지더라도 최선을 다한 경기, 잘 싸우고 지는 경기를 보여줬으면 하는 편이다.   수십년간 축구에 진심인 이 나라, 축구는 우리의 근대화 과정을 동반하며 중요한 집단 기억을 형성해왔다. 압축 근대화 과정에서 선진국과의 경쟁 속에서 빠르게 성적을 내며 상승하기 위해 치러야했던 산업과 수출 현장에서의 단내나는 노력처럼, 서구 축구강국들과의 게임에서 멀티골을 먹으면서도 끝까지 버티는 투지를 보이는 선수들 모습을 통해, 그리고 드디어 아시아의 축구강국을 넘어 서구의 "선진축구"를 지향하고 그 선진 축구 팀에 스카웃되는 선수들을 응원하기 까지, 축구는 여러 가지로 대한민국의 모습을 닮았다. 카타르 월드컵의 오프닝 무대에서 BTS의 정국이 월드컵 공식노래를 공연했고 이번 북중미 월드컵의 오프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이재가, 폐막식에서 BTS의 공연이 예고되듯, 케이팝의 글로벌 영향력 또한 한국과 한국축구의 상승을 동반하는 즐거운 기호가 되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6.6.25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차분히 돌아보면, 국가대표팀의 이런 기대이하의 성적은 축구의 세계에서는 늘 있었던 일이다. 우리가 월드컵에서 독일과 이탈리아를 이긴 적도 있고, 이탈리아는 2018년부터 세 번이나 월드컵에 출전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강력한 국가가 온갖 지원을 쏟아붓는데도 아직 아시아에서도 축구 존재감이 없는 14억 인구의 중국도 있다. 가까이에는 이번 월드컵에서 인구 50만의 카보베르데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스페인과 우루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기면서 전세계인이 경이의 시선으로 찬사를 보내지 않았던가.  축구의 세계가 참으로 녹록지 않음을 경험을 통해 전 국민이 알고 있지만, 이번 월드컵 조예선 탈락의 경우, 국민들의 분노에는 과거와 다른 태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능력이 있음에도 최선을 다하지 못한 이 상황의 책임을 시스템과 책임자들에게 묻고자하는 굳은 의지가 보인다. 즉, 국민들이 느끼는 이 굴욕감과 창피함은 밖에서 우리를 보는 눈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것이기에 더 깊고 강력하다.  축구는 선수 개인기뿐 아니라 팀 안에서의 자율성과 의지, 순간적 판단력, 집단 지성이 중요한 종목이라, 탑다운형 한국식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으로는 성적을 내기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축구 실력의 성장에는 복합적 요소가 작용한다. 유소년 때부터 클럽 문화 속에서 선수를 체계적으로 키워내는 선진국 축구가 그렇고, 이번 월드컵에서 새 힘을 보여준 아프리카 팀들도 마찬가지다. 후자의 경우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성장 환경, 그리고 광범위한 디아스포라 속에서 유럽 태생이면서 모국 대표팀을 택하는 선수들의 증가가 그 배경에 있다. 초등학생이 다칠까 봐 마음껏 뛰지 못하고 청소년은 입시 경쟁에 내몰리는 한국에서, 일찍부터 축구를 직업으로 택해 전념하는 엘리트 시스템으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것은 오히려 예외적인 성취다. 이 또한 압축성장에 성공한 대한민국을 매우 닮았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의 실패 속 축구협회를 향하는 국민들의 분노는 매우 시사적이다. 여론은, 온 국민의 지지와 사랑 속에서 열악한 사회환경을 극복하고 쌓아온 국가대표팀의 객관적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 주범으로 시대착오적 조직문화를 지속해 온 협회를 지목하며 강하게 비판한다. 이런 축구협회의 모습은, 놀라운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 온 한국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복사 부족이라는 어이없는 일로 심각한 갈등을 빚은 그 시대착오성과도 매우 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경기와 축제는 계속되고, 한국민들은 우수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일본을 응원하는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 응원자들은 멕시코 현지에서 멕시코 국민들과 두터운 정을 나눴고, 이번 대회로 놀라운 축구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월드컵이 이렇게 즐거운데 여태 우리 미국인들만 빼고 세계가 이렇게 재미있게 놀았느냐'며 소셜미디어에서 탄성하고 있다.  고개 숙인 선수들이 안쓰럽지만, 이번 실패가 개혁의 계기가 되는 것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자. 이번 한국 축구의 실패가 선진국으로서의 이니시어티브(initiative, 주도권)를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구시대적 조직문화의 남은 영역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구시대적 조직문화가 어느 분야에서든 대한민국의 발목을 두 번 다시 잡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위한 차갑고 긴 분노가 필요하다.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 연구자로 정진하면서 팬덤 온라인 참여관찰로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방법을 거쳤으나 스스로는 여전히 세상 속 의미의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라고 이해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BTS길 위에서>를 출판했고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문화산업, 한류현상의 이론화를 위해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다년간 연구 중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정책 칼럼 (korea.kr)

적극 재정은 미래 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투자다

명목성장률 두 자릿수는 자랑할 숫자만은 아니다. 한국 경제가 오랜만에 얻은 정책의 여유이며, 국가가 무엇에 투자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기회를 일회성 감세와 단기 지출 확대에 소진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산업과 사람, 지역과 돌봄에 투자해 성장의 기반을 넓힐 것인지가 중요하다. 경제가 좋아졌을 때 적극적으로 미래에 투자하는 나라만이, 다음 침체가 왔을 때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한국 경제가 오랜만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전년동기 대비 3.6% 성장했고, 실질 GDI(국내총소득)는 12.3% 늘었다. 생산의 증가보다 국민이 실제로 누릴 수 있는 소득의 증가가 훨씬 빠르다는 뜻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단가가 뛰고 교역조건이 개선된 결과다. GDP가 얼마나 생산했는지를 보여준다면, GDI는 그 생산이 국민경제의 구매력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지금은 단순히 성장률이 높아진 시기가 아니라, 경제 전체가 쓸 수 있는 소득과 재정 여력이 함께 커지는 국면이다. 명목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17.1%, 전기대비 10.5%를 기록했다. 수출 가격 상승이 기업과 국민경제의 소득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수출 호조는 기업의 이익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설비투자와 협력업체 매출, 임금과 고용,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와 첨단산업의 호황이 경제 전반의 소득 기반을 넓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명목 GDP와 성장률.(출처=한국은행 ECOS) 이런 시기에 재정은 경기의 뒷정리를 하는 수동적 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늘어난 세수를 단지 적자를 메우고 지출을 줄이는 데만 쓴다면, 지금의 호황은 일시적 숫자 개선으로 끝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소득과 세수의 증가를 미래의 성장능력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다. 적극적 재정운용은 무조건 돈을 더 쓰자는 뜻이 아니다. 성장의 과실을 생산적인 투자로 전환해 민간의 혁신과 투자, 고용과 소비를 다시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선순환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수출과 기업 이익이 늘면 세수가 좋아진다. 정부는 그 재원을 활용해 연구개발, 인공지능과 반도체, 전력망과 에너지 전환, 지역 혁신, 돌봄과 교육, 청년과 중장년의 재교육에 투자할 수 있다. 이러한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정부 지출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의 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기업이 투자할 이유가 생기고, 노동자는 더 나은 일자리와 숙련을 얻으며, 지역은 인구와 산업의 공동화를 늦출 수 있다. 그렇게 높아진 생산성과 고용은 다시 가계소득과 기업이익, 세수 증가로 돌아온다. 재정이 성장의 결과를 나누는 사후 장치가 아니라 성장 자체를 만들어내는 촉매가 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미래를 위한 기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호황과 교역조건 개선으로 늘어난 세수를 모두 부채를 상환하거나 추경으로 지출하거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산업 사이클이 꺾일 때 재정도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초과 세수를 단순히 쌓아두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일정 부분은 가칭 '미래전환기금'으로 적립해 장기 과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기후위기, 돌봄 수요 확대, 전략기술 경쟁은 시장에만 맡겨 두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다. 더구나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가 가져올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의 소득 증가를 미래세대의 성장 기반으로 바꾸는 통로가 필요하다.  이 기금이 보조금을 나누어 주는 통장이 되면 곤란하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위험을 분담하고, 파급효과가 큰 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예컨대 첨단기술의 기초연구와 실증사업, 지역대학과 연구기관의 혁신 역량, 기후적응 인프라, 공공 돌봄 기반, 산업전환 과정에서 타격을 받는 노동자와 지역의 재도약에 투자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선도적으로 위험을 분담하면 민간의 후속투자를 끌어낼 수 있다. 재정지출 1원이 단순한 이전지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간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동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채무와 가계부채 비율의 개선 가능성도 이런 적극재정의 여지를 넓혀 준다. 명목 GDP가 빠르게 늘면 국가채무의 GDP 대비 비율은 40%대 중반으로 낮아질 수 있고, 가계부채 비율도 80%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재정을 움츠릴 이유가 아니라, 재정의 질을 높일 기회다.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국면에서 정부는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률을 높이는 투자에 더 전략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소득 증가가 부채 증가를 앞서기 시작했다면, 그 여력을 다시 부동산과 대출 확대에 쏟아붓기보다 가계의 소비 여력과 미래 소득능력을 높이는 데 써야 한다. 주거와 교육, 돌봄의 불안을 줄이고 노동시장 이동과 재교육을 지원하면 가계는 빚에 의존하지 않고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적극적 재정은 가계의 부담을 일시적으로 대신 떠안는 것이 아니라, 가계가 더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2026.6.16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수출 호조와 명목성장의 상당 부분이 특정 산업과 가격 상승에 기대고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성장의 과실이 일부 기업과 자산 보유자에게만 집중된다면 소비와 내수의 회복은 제한될 수 있다. 그래서 적극재정은 더 필요하다. 수출 호황에서 생긴 소득을 내수와 지역, 청년과 취약계층의 역량 강화로 연결해야 성장의 폭이 넓어진다. 성장의 과실이 넓게 퍼질수록 소비 기반이 두터워지고, 경제의 회복력도 커진다. 재정의 선순환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수출과 소득이 늘어 세수가 개선되면, 정부는 미래투자와 구조전환에 나설 수가 있다. 그 투자는 민간의 투자와 고용을 유도하고 생산성을 높인다. 높아진 생산성과 소득은 다시 세수를 늘리고, 재정은 더 큰 위기 대응력과 투자 여력을 갖게 된다. 적극재정은 재정지출의 확대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다음 성장의 씨앗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명목성장률 두 자릿수는 자랑할 숫자만은 아니다. 한국 경제가 오랜만에 얻은 정책의 여유이며, 국가가 무엇에 투자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기회를 일회성 감세와 단기 지출 확대에 소진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산업과 사람, 지역과 돌봄에 투자해 성장의 기반을 넓힐 것인지가 중요하다. 경제가 좋아졌을 때 적극적으로 미래에 투자하는 나라만이, 다음 침체가 왔을 때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 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美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로 2008년부터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공공경제·재정학(출산·지방재정·기초소득), 노동경제학(최저임금·고령자 노동), 복지정책평가(보육·빈곤), 조세정책(종부세·조특법), 빅데이터·데이터사이언스이다. 빅데이터연구소장을 맡아 정책 평가와 실증분석을 수행해왔다. [자료제공 :(www.korea.kr)]

정책 칼럼 (korea.kr)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G7 순방, 한국 외교의 확장성 확인

한국의 안보를 중첩적으로 강화하고 경제 실익을 증진하며 모범적인 선진국으로서 국제의제 창출에 기여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 환경을 조성하고 외교 입지를 강화하면서 국위를 선양했다. 홍현익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이 대통령의 EU 순방 배경 이재명 대통령이 6월 9∼18일 유럽 순방을 통해 실용외교를 본격 가동했다. 벨기에 공식 방문,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이탈리아 국빈 방문 및 교황 면담, 그리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이 주요 내용이다. 작년 6월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은 미, 일, 중 정상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했으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주재하고 남아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5회의 다자외교를 수행했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 베트남 등 주요국들을 방문해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주요국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주변 안보 및 외교 정세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먼저 한국의 대외전략의 주축이 한미동맹인데 미국의 대외정책이 노골적으로 자국 이익만 챙기려 하고 있어 그간 관세협상과 동맹 안보관계 재조정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정상화시켰지만 계속 예의 주시와 신속 적절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유발된 전 세계 물가 상승과 공급망 교란도 극복해야 한다. 게다가 북한이 핵 개발과 군사력 증진에 몰두하고 우리의 대화 제의를 무시하면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수하는 가운데, 북러 간 동맹과 군사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데다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 등 북·중 관계도 밀접해지고 있어, 북한보다 압도적인 경제력을 가졌지만,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는 것도 도전적 과제다. 이런 국제 여건에서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유럽을 순방하면서 한국의 안보를 중첩적으로 강화하고 경제 실익을 증진하며 모범적인 선진국으로서 국제의제 창출에 기여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 환경을 조성하고 외교 입지를 강화하면서 국위를 선양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초청국 정상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초청국 환영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의 실용외교 본격적 능동 가동 한국과 유사가치국들인 EU도 세계 최대 무역 블록이자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에 대해 다자주의 및 자유무역을 옹호해 왔으므로 경제, 기술, 교역 등에서 한국과의 호혜 협력을 희망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은 벨기에, EU, 이탈리아 정상들과의 회담을 통해 경제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EU와 안보·방위·교역·투자·과학기술·인적 교류 등 각종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U로부터 2500억 원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도 유치하고 디지털 통상협정(DTA)을 서명했으며 비밀정보보호협정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을 뿐 아니라 철강관세에 대한 우호적 고려도 요청하고 반도체와 방산 부문 상호보완적 협력을 논의했다.  로마에서는 이탈리아와의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하고 '첨단과학기술·ICT 협력 MOU', '개발협력 MOU', '사회연대경제 MOU', '중소기업 협력 MOU' 등을 체결했고, 양국 간 보완적인 최적 동반자임을 확인하면서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자고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합의했다. 바티칸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내년에 서울을 방문할 예정인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DMZ 방문과 방북을 요청해 "적극 고려 및 추진" 답변을 받았다. 2년 연속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이 대통령은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한반도 평화 창출과 경제 실익 증진 외교를 펼쳤으며 국제 의제들을 능동적으로 제안해 책임 있는 선진국으로서의 국위를 떨쳤다.  만찬 시 트럼프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아 90분 간 대화를 나누는 등 여러 차례 환담하면서 이란 전쟁을 끝냈듯이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부탁해 역할 수행과 긴밀 소통 의사를 받아냈다. 특히 북핵 해결 방안으로 동결-감축-비핵화 3단계 접근법을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강한 지도자'로 평가하고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 줄 수 있는지 등을 물으며 함께 골프하자고 약속하는 등 양국 정상은 친선과 우의를 돈독히 했다. 독일과 50조 원 상당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수주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만나 "캐나다 안보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력 방안을 심도깊게 논의했다. 10월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만나 방산 경쟁관계를 넘어 투자 협력과 연구, 교류 확대를 제안했다. 지난 4월 방문했던 인도의 나렌드다 모디 총리와도 양국 간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공감했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담 확대회의에 참석해 인공지능(AI) 발전의 혜택을 전 인류가 '공유'하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비전을 제시하고 '안전'을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또 개발 원조 예산 축소 타개 방안으로 민간 투자 동원 모델을 소개했으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해 연대와 협력을 통한 체계적인 해법 모색을 제안하고 한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보다 큰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 2년 차를 맞아 이제 한국이 모범선진국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보다 능동적으로 글로벌 의제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과제 이번 순방 중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 일간지 인터뷰에 미·중 간 균형 유지보다 국익에 기반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미국과 경제협력 확대, 안보는 자강을 공고히 해 직접 책임 강화"를 강조했다. 그간의 안미경중이나 이분법적 접근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능동적이고 열린 사고로 국민 이익을 중심으로 책임 강국을 지향하면서 실용외교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국방비를 증액해 한반도 방위는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먼저 말했다. 미국이 자국 이익 추구에 급급한 상황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국가안보에 대해 한미동맹은 탄탄히 하되 대미 의존을 줄이고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도 안보 협력을 모색하고 외연을 넓혀 유사가치국들인 유럽국가들과도 공조를 다져가야 한다. 단지 이번에 한-EU 공동성명에서 러·북 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북한이 외무성 반발 담화를 내놓았듯이 남북 관계 정상화는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한 치의 빈틈없는 대북 안보태세를 갖추는 동시에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화해와 대화를 모색해 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대화를 모색하면 협력하면서 이를 활용하되 긍국적으로 비핵화 목표는 유지할 것을 다짐받아야 한다.  아울러 한중 전략적 동반자관계도 증진해 선용하는 한편 러-우전쟁 종결 과정에서 조속히 러시아와도 관계를 정상화해 북러 동맹이 우리의 국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고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어 한반도 평화의 봄을 다시 열어야 할 것이다. ◆ 홍현익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27년 간 세종연구소에서 북핵문제, 남북관계, 한미동맹, 한러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한국의 국가안보와 국가전략을 연구했다. 한반도 정세 안정과 평화 구축 및 평화통일을 위해 화해와 공동번영 및 국익 극대화를 지향하는 실용외교를 주창해왔다. 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장을 맡았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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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억으로 새겨진 주먹밥

전쟁을 기억하는 음식으로 주먹밥이 존재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주먹밥은 아직 슬픈 기억의 저장 안에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오래도록.  박찬일 셰프 전쟁 음식으로 주먹밥을 떠올리는 세대는 이제 거의 돌아가셨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는 여전하다. 간을 하고 두 손으로 적당히 눌러서 모양을 잡는. 한입 베어 물 때 넉넉하게 들어차던 포만감이 있다. 비상시에 휴대하기 좋고 밥 좋아하는 우리에게 맞춤한 음식이었던 주먹밥을 기억하기.  주먹밥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비상식량 내지는 전쟁 음식으로 이해하는 게 우리 세대일 듯하다. 그렇다고 실제 먹어본 경험은 또 별로 없다. 윗세대 어른들의 기억과 책에서 종종 그 거칠다는 궁핍의 음식을 떠올려보곤 하는 정도다. 아마도 주먹밥은 한국 같은, 촉촉하고 쫄깃한 쌀밥 문화를 가진 극동 아시아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먹었을 것이다. 밥 지어서 간하고 쥐기만 하면 맞춤하게 모양이 딱 떨어지는 한국식 주먹밥이 아닐까 싶다. 햄버거가 패스트푸드라고 하지만 주먹밥에 댈 게 아니다. 맛이며 영양 문제가 아니라 속도에서 그렇다. 햄버거는 고기를 양념해서 굽고 이미 구워 놓은 빵 사이에 끼워 넣어 먹는데, 어떻게 패스트푸드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고기란 익히자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거리의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는 주방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안쪽의 사정은 결코 '패스트'하지 않다. 산업 시대를 이끌어간 표준 생산의 거인 포드를 배출한 나라의 음식답게 햄버거 가게 주방은 한 치의 비효율까지도 배격하는 완벽하고 합리적인 동선을 짜 놓는다. 거기에 뛰어난 장비를 때려 넣은 공간이다. 그렇지만 햄버거 하나를 만드는데 복잡하고 오랜 과정이 소요된다. 고기를 지지고 빵을 데우고 미리 썰어둔 채소를 켜켜로 쌓고 소스를 뿌리는 과정이 지난하다. 내가 해봐서 안다. 빠르지 않은 햄버거를 패스트푸드라고 부르는 건 순전히 느려터진(?) 유럽식 음식을 비웃느라고 만든 말일 것 같다. 내지는 그걸 늘 먹어야 하는 미국인 자신들의 처지를 사뭇 행복하게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수사가 아닐까 싶다. 우린 빨리 만든 음식을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은 자들의 명명일 테다.  한국은 오래 공을 들이고 발효시키고 저장하고 숙성해서 만드는 음식이 많긴 하지만 또 패스트푸드의 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빔밥을 보라. 국밥은 또 어떤가.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넣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저, 여기 국밥 하나 주…" 이 대목에 이미 턱, 국밥이 놓인다. 국밥집 주인아주머니는 독심술을 가지고 있음에 분명하다.  그뿐 아니다. 우린 외래 음식도 패스트푸드로 만들어버린다. 짜장면이 대표적이다. 도입된 초기에는 상당히 고급 음식이었다고 한다. 청요리(淸料理)집에서 느긋하게 먹는 국수였다. 그러다가 밀가루가 흔해지고 중국집도 많아지면서 한국인의 국민음식이 된다. 이 무렵 그 검은 국수는 갑자기 패스트푸드로 변한다. 중국집에 들어가서 주문을 넣고 단무지 종지에 식초를 치려는 순간 '짠' 하고 짜장면이 나타난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패스트푸드 사랑 정신을 꿰찬 화교 사장님의 센스가 발휘된 탓이다. 짜장면이 배달 음식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순전히 속도라는 대원칙에 가장 잘 맞는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초중고 내내 소풍이란 걸 갔다. 지금은 체험학습이나 현장학습이라는 바람직한 이름이 된 이 행사는 오랫동안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원족이라 불렀다. 멀리 걸어가는 것이란 의미다. 우리에게 소풍은 곧 김밥과 같은 뜻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1960년대 이후의 관습이라고 한다. 그 이전에는 소풍 간다면 흔히 주먹밥을 싸서 다녔다는 것이다. 싸되, 쌀밥이냐 잡곡이냐 소에 무엇을 넣느냐 하는 게 관심사였다고도 한다. 강점기처럼 보리밥에 단무지나 두어 개 다져 넣는 게 흔했고 사는 집 아이는 밥에 온갖 고명을 넣어 화려하게 빚어서 쥔 주먹밥을 들고 왔다. 주먹밥에도 빈부가 있었던 것이겠지. 속도와 휴대성이라는 뛰어난 전략 상품인 주먹밥이 소풍은 물론이고, 전쟁 상품이 되지 않을 리 없었다.   경북 포항시청 대잠홀 앞에 마련된 6.25전쟁 음식 체험장에서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주먹밥을 시식하고 있다. 2025.6.25.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리에게 주먹밥은 전쟁의 기억으로 새겨져 있다. 한국은 최신예 전투기를 직접 만들고 세계가 탐내는 대포와 전차를 생산하는데 그것도 그것이지만 나는 국방부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사업은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삼촌, 아버지가 전장에서 사라졌는데 유체를 모시지 못한 일이 많았다. 처절한 전쟁일수록 죽은 자의 몸은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그래서 남은 자의 아픔이 더 컸다. 유해 없는 묘를 모신 후손의 마음이랴. 일찍이 아버지가 여읜 후에 나는 아버지란 이름만 들어도 훅, 눈물이 난다. 번영된 나라에서 명대로 살다 가신 아버지도 그럴진대. 그들은 포탄이 퍼붓는 참호 속에서 그렇게 스러졌다. 그들이 싸우던 전선에 배달되던 음식이 바로 주먹밥이었다. 취사병이 소금 뿌려 꼭꼭 쥐어 올려보낸 주먹밥을 먹고 총을 들었을 것이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유해발굴과 봉송 장면이 나올 때 내 눈은 뜨거워졌다. 하필 주먹밥을 먹고 싸우던 가난한 조국의 병사들이어서 더 슬펐다.  젊은 세대는 주먹밥을 보고 전쟁 시대의 음식을 떠올리지는 않는 것 같다. 나이를 꽤 먹은 나도 그 정도의 자장(磁場)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나이를 먹은 터라 종종 주먹밥을 먹게 될 때는 흠칫 놀라곤 한다. 이를테면 신당동 떡볶이집 같은 데서다. 주먹밥은 어쨌든 민족의 밥상에서 떠나지 않는구나. 그 모양새가 오래전 어머니가 막 쥐여주시는 주먹밥을 닮았다. 맨밥에 짭짤한 김 가루를 묻혀 내는 방식이다. 매운 떡볶이를 먹고 뭔가 아쉬울 때 다른 곡물로 배를 채우는 용도로 설계된 메뉴 같다. 뜨겁고도 매운 떡볶이를 씹다가 주먹밥 한 덩이를 입에 넣으니 이런 곁 메뉴를 파는 주인의 의도가 드러난다. 고소한 주먹밥이 매운 기를 씻어낸다. 게다가 한국인은 밥 배가 따로 있으니 썩 어울리는. 전쟁을 기억하는 음식으로 주먹밥이 존재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주먹밥은 아직 슬픈 기억의 저장 안에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오래도록.  ◆ 박찬일 셰프 셰프로 오래 일하며 음식 재료와 사람의 이야기에 매달리고 있다. 전국의 노포식당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일을 오래 맡아 왔다.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의 저작물을 펴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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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소득만으로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나라

한국 경제가 '반도체 리스크'를 예방하려면 내수, 특히 가계 경제력을 강화해야만 하고, 그 길은 소비 성향이 높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강화에 있다. 그리고 이는 대다수 국민이 노동 소득만으로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삶이 가능한 사회의 건설을 의미하고, 강한 민주주의의 경제적 토대가 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역사 속에서 신기술과 그에 따른 산업구조의 재편 등은 신세상을 열었다. 신세상은 새로운 눈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익숙한 문법으로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피 8000을 누가 예상했는가? 또한, 한국이 1분기에 OECD 최상위권 성장률(덴마크 1.89%에 이은 1.83%)을 기록하자 OECD는 6월 세계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 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0.6% 포인트 내리는 가운데 한국의 수정된 성장률 전망치는 2.6%로 지난 3월의 전망치보다 0.9% 포인트나 올렸다. 어떻게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성장률을 50% 이상이나 올릴 수 있는가? OECD는 3개월 전까지도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자신의 문법으로 해석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주지하듯이, 신세상은 AI 혁명에 기반한 산업체계 재편의 결과물이다. 2022년 말 챗GPT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1조 달러 밑을 맴돌았던 엔비디아의 기업가치가 25년 가을까지 5조 달러를 돌파한 사건이 산업체계 지각변동의 상징이다. 기업가치가 1조 달러를 넘는 기업은 페트로차이나 해프닝을 제외하면 2018년 8월 이전까지 존재한 적이 없었다. 일본이나 유럽 기업들도 들어가지 못한 1조 달러가 넘는 클럽에 한국의 두 기업이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는가? AI 기반의 산업생태계로 재편되며 거대한 전환을 겪고 있는 역사 현장의 한가운데 한국이 서 있음을 보여준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K-AI반도체 성장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6.4 (ⓒ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런데 산업생태계 재편을 주도하는 미국과 한국은 차이도 존재한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을 차지하나 미국의 빅테크 7대 기업(엔비디아·애플·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테슬라)의 비중이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안팎에 불과하다. 또한, 2025년 반도체 수출이 한국 전체 수출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4.4%와 9.2%였다. 그런데 26년 1분기에는 각각 35.6%와 15.6%로 급증하였다. 그리고 다시 5월에는 반도체 수출의 비중이 42.3%까지 치솟았다. 반면 내수의 중심인 가계 소비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1분기 45.7%에서 올해 1분기에는 45.2%까지 하락하였다.  사실, 한국 반도체는 반도체 산업생태계를 설계하는 미국 AI 산업의 종속변수다. 이는 AI 산업의 성장 패턴이나 구조 등의 변화로부터 한국 반도체 역시 자유롭지 못함을 의미한다. 5월까지 누적액 기준으로 엔비디아는 2023년 이래 2250억 달러 지출과 4780억 달러 수입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나머지 빅테크들은 2022년 이래 AI 관련 지출이 수입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3130억 달러 지출과 220억 달러 수입을, 알파벳(구글)은 2870억 달러 지출과 250억 달러 수입을, 마이크로소프트(MS)는 2660억 달러 지출과 310억 달러 수입을, 메타는 2300억 달러 지출과 30억 달러 수입을 기록 중이다. 마찬가지로, 오픈AI(Open AI)는 2020년 이래 550억 달러 지출과 280억 달러 수입을, 엔트로픽(Anthropic)은 2021년 이래 330억 달러 지출과 65억 달러 수입을, xAI는 2023년 이래 200억 달러 지출과 8억 달러 수입을, 딥시크(DeepSeek)는 2023년 이래 3억 달러 지출과 1억 달러 수입을 기록 중이다. 시장 일각에서 현 단계의 AI 사업모델이 지속 가능하냐에 대해 의심하는 배경이다. 물론, 엔비디아가 GPU 소비처를 다양화하고 빠른 수익 실현이 보이는 시장이 다시 형성되고, 여기에 한국 반도체가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한다면 호황도 지속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경로가 바뀌면 특정 기업 및 부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리스크로 변한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문법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 불균형이 너무 심해지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 역사로부터 얻은 교훈이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 리스크'를 예방하려면 내수, 특히 가계 경제력을 강화해야만 하고, 그 길은 소비 성향이 높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강화에 있다. 그리고 이는 대다수 국민이 노동 소득만으로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삶이 가능한 사회의 건설을 의미하고, 강한 민주주의의 경제적 토대가 된다. 현재 한국 사회의 대다수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노동 소득만으로 존엄을 지키기 어렵다. 그 결과가 극우 반동의 반복이다. 높은 반도체 의존도는 한국은행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60년 이래 최고 수치(전기 대비 9.2% 상승)라고 대통령이 SNS에서 언급한 1분기 국민총소득(GNI)의 성장률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총액으로 보면 대단한 성취이지만, 가계와 기업과 정부의 소득이 포함되어 있는 국민총소득 중 가계의 처분가능소득만을 보면 0.3% 증가에 불과했다. 일반 국민은 의아해할 수 있다. 얼마 전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기준으로 1.8%(수정치)였기 때문이다. 1.8%와 9.2%는 간극이 너무 크다. 이 차이 중 6.9% 포인트의 대부분이 반도체 가격의 상승효과였다. 나머지 차이의 대부분이 해외로부터 벌어드린 투자소득 증가(3조 4000억 원)의 효과였다. 이처럼 1분기에 기록한 사상 최대의 국민총소득 증가율 역시 반도체 수출의 힘이었다.  그런데 가계 가처분소득의 증가율을 보면 가계 경제와 내수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올해 1분기 월평균 실질임금 총액은 384만 7000원으로 작년 1분기의 379만 7000원보다 5만 원(1.3%)이 증가했다. 그렇지만 이는 2022년 1분기의 387만 2000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노동자의 경제적 삶은 '잃어버린 5년'을 겪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노동자의 실질임금 총액은 6.0%가 증가했다. 그러나 일인당 노동자의 실질임금 총액은 오히려 0.7%가 줄어들었다. 총액 증가율은 노동자의 절대적 규모의 증가(6.7%)에 따른 착시효과인 것이다. 게다가 물가상승률(12.3%)은 명목임금 상승률(11.5%)보다 높았다. 또한, 노동자 이외 가계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자영업자 1인당 월평균 실질소득을 보면, 1999년 212만 2000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 143만 8000원까지 하락하였다. 이는 임금노동자 중 가장 저임금 계층인 중소기업의 임시직·일용직 월평균 실질임금 총액인 145만 4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내수가 취약해지며 수출 의존도가 증가하고, 수출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용과 임금 인상 억제, 비정규직 선호, 생산자동화,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으로 인건비 부담을 낮춘다. 그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그리고 중소기업의 협상력 약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의 임금 격차가 구조화되었다. 올해 1분기 중소기업의 실질임금 총액은 대기업의 49% 수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가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상용직 노동자, 임시직.일용직 노동자, 그리고 대부분 자영업자 등의 소득이 억압된 결과 내수 취약성은 구조화되고, 이는 다시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고용이나 자영업 종사자의 소득 억압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가 <표 1>이 보여주는 지난 35년간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의 급격한 하락이고, '가계 경제의 좀비화'다. 표 1. 가계 1인당 실질 가처분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출처=한국은행, 국가데이터처) 여기에 앞에서 살펴본 반도체 붐은 새로운 불평등을 낳고 있다. 전대미문의 반도체 부문의 이익 실현은 반도체 대기업의 상용직 임금 총액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문제는 낙수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표 2>에서 보듯이 올해 1분기의 부문별 노동자의 실질임금 총액을 보면, 반도체 호황을 겪었던 4년 전에 비해 반도체 대기업의 상용직 임금 총액은 18%가 증가했다. 게다가 이 수치에는 삼성전자의 성과급이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문제는 반도체 대기업의 상용직 노동자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의 임금은 모두 후퇴했다는 점이다. 대기업 중에서는 반도체가 아닌 대기업 상용직 노동자의 임금도 줄었고, 반도체 부문도 반도체 대기업의 임시직·일용직 노동자나 반도체 중소기업의 상용직 노동자 및 임시직·일용자 모두 임금이 후퇴하였다.      표 2. 부문별 실질임금 변화, 2022년과 2025년 그리고 2026년(1분기 기준).(출처=고용노동부, 국가데이터처, 한국은행.) 이는 전대미문의 수출액과 경상수지 흑자액, 경제 성장률 등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었음에서도 확인된다. 1분기 기준 2022~2025년간 연평균 일자리 증가율은 1.5%였으나 반도체 붐이 진행된 지난 1년은 1.0%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일자리 질이 크게 악화하였다. <표 3>에서 보듯이, 증가 규모가 떨어지는 가운데 일자리는 반도체 붐 전후 상용직 중심에서 임시직.일용직 중심으로 바뀌었다.  표 3. 반도체 붐 전후 부문별 일자리 변화율.(출처=국가데이터처, 고용노동부) 그 결과 반도체 대기업 상용직 노동자 임금은 가장 낮은 부문 종사자인 중소기업 임시직·일용직(자영업자) 평균 소득의 2022년 8.8배(8.9배)에서 2026년 11.3배(11.5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처럼 반도체 붐은 노동의 양과 질 모두 후퇴시키는, 이른바 '노동 없는 성장'이라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1분기 국민총소득 증가율을 언급하며 "경제 도약의 결실이 국민 모두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배경이다. 다짐을 실현하는 방법은, 지금까지의 칼럼에서 소개했기에 생략하겠다. 문제는 실천에 대한 의지와 속도다. ◆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최배근 경제연구소 이사장.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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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던 그 문서는 없다

지식노동의 기예는 '상사를 위해 압축하기'에서 '기계가 읽을 수 있고 사람이 검증할 수 있도록 원천을 명료하고 완전하게 쓰기'로 옮겨 간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그러나 세상엔 1장짜리 보고서로 모두 담을 수 없는 문제들이 가득하다. 문제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으며, 해결 방안 역시 많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정부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다룰 때도 '핵심만 간단하게'라는 원칙에 경도된다. 보고서 1장에 모든 내용이 깔끔하게 담길 수 있도록 문제점과 원인, 해결 방안을 2~3가지의 맥락으로 포섭하고, 서로 조응되게 구성하여 현실을 의도적으로 평탄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독서율 하락에 대한 대책을 보고서로 쓴다고 가정하자. 일단 독서율 하락의 원인은 무엇인가? OTT 등 영상매체의 약진? SNS의 범람? 장시간의 근로나 공부로 인한 시간의 부족? 어릴 적 독서 습관의 부재? 혹은 경제적 어려움? 하나하나 독서율 하락의 원인으로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그러나 한 장의 보고서에 그 모든 걸 맥락 없이 담을 수는 없다. 결국 보고서는 이를 독서 환경의 미비,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 독서 습관의 부족 등으로 적당하게 '포섭'한다."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인공지능(AI)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AI Native'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중 하나는 당신의 문서가 완전히 바뀐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높은 분을 위해 1장짜리 보고서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실행과제도, 일정도, 협업해야 할 부처도, 마주하게 될 어려움도, 그 해결 방안도 별도 문서로 굳이 따로 빼지 않아도 된다. 그런 것은 인공지능이 맡을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한국전자전(KES)'에서 참관객이 인공지능(AI) 로봇과 대화하고 있다.2025.10.21.(ⓒ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당신이 해야 할 것은 충분한 정보를 담은 원천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첫째,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빠짐없이 전체를 덮어야 한다(MECE, 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  둘째, 주어와 술어가 호응하는 완전문장으로 써야 한다.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하지 않고, 음슴체를 쓰지 않으며,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하는지가 문장 안에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당신의 글의 첫 번째 독자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셋째, 풍부해야 한다. 압축하는 대신 판단에 필요한 모든 사실을 담아야 한다. 넷째, 모든 근거를 주석으로 담아야 한다. 인용한 자료, 수치의 출처, 결정의 배경을 풍부하게 매달아야 한다. 그래야 추적하고 검증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AI의 차례다. 당신이 올리는 보고서의 왼편에는 이런 버튼들이 붙어 있다. <요약으로 보기>, <할일 뽑아 보기>, <관계부처 보기>, <관계규정 보기>…. 상사는 이 버튼들을 자유로이 오가며 당신의 보고를 입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요약문, 일정표, 할 일 목록, 협업 부처 명단은 우리가 손으로 만들어 넣는 입력물이 아니라, 잘 쓰인 하나의 원천에서 인공지능이 뽑아내는 출력물이다.  지식노동의 기예는 '상사를 위해 압축하기'에서 '기계가 읽을 수 있고 사람이 검증할 수 있도록 원천을 명료하고 완전하게 쓰기'로 옮겨 간다. 한장의 보고서에 담기 위해 모든 맥락들을 평탄화해 버리고 납작하게 해버려야 했던 시간은 이제 지나갔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왜 완전한 문장으로 써야 할까? 한글은 전형적인 고맥락 언어다. 말에는 전체 정보가 담기지 않는다. "어제 보고했어"라는 문장의 핵심 내용은 대화 당사자들이 공유한 상황 속에 떠 있다. 자연어처리에서는 이것을 영형 대용(zero anaphora), 즉 '생략된 대명사' 문제라고 부른다.  여기에 더해 우리 공직과 기업의 메모, 회의록, 보고서에 만연한 '음슴체'가 있다. "검토 완료함. 다음 주 보고 예정임." 이런 문장은 주어도, 행위 주체도, 시제의 책임 소재도 흐릿하다. 이미 충분히 고맥락인 언어를, 굳이 더 고맥락으로 끌어내린다. 사람이 같은 사무실에 앉아 정황을 공유할 때는 통한다.  그러나 그 문장을 사람의 머릿속 맥락에서 떼어 내 기계에 건네는 순간, 정보의 절반은 증발해 버린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길동과 영희가 철수에 관해 얘기한다. "주말에 산에 간대?", "아니 집에서 쉴 거래." 인공지능은 이렇게 번역한다. "No, I will rest at home." 또는 "No, you will rest at home." 올바른 번역은 이렇다. "No, he said he would rest at home." 클라우드가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아래아한글로 '자간장평'을 건드려가며 갖은 공을 들인 문서를 굳이 프린트해서 봐야 한다면 인공지능은 그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돼버린다. 한국 정부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돼버린다는 뜻이다. 우리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협업해야 하고, 인공지능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 당신이 알던 그 문서는 이제 없다. ◆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KTH, 엠파스 등 IT 업계에서 오래 일했으며 현재 녹서포럼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IT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의 AI 강의> 등이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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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의 활성화와 여성 과학기술정책 인력

이공계 여성 대표성 문제는 학부 단계에서는 양적으로 개선됐으나, 졸업 후 대학원 진학과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격차가 벌어진다. 특히 R&D·설계 기능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동남권 산업도시는 여성이 진입할 엔지니어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 여성 유출이 심각하다. 해법은 '교육에서 고용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전공별 여성 졸업자 비중만큼 채용을 유도해 지역이 키운 이공계 여성이 지역에 남도록 하는 것이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이공계에서의 여성 대표성은 잘 알려진 문제다. 여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전체 숫자가 적으니 롤 모델을 발견하기도 어렵고, 여성에 대한 고착된 편견이 잘 시정되지 않는다는 악순환의 구조가 언급되곤 한다.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공계 여학생 문제는 학부수준까지는 적어도 수량적 관점에서 점차 해소되고 있다. 한국은 공과대학의 24.5%가 여학생이다. 공대생 넷 중 한 명이 여성이라는 말이다. 좀 더 넓혀서 보면 자연계열은 53.2%이고, 이공계 전체로 하면 33.1%가 여학생이다. STEM(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 전공자 중 여학생의 비중은 이제 OECD 국가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졸업자 중 여성 관점으로 보면 OECD 국가 평균은 33.5%, 한국은 27.6% 수준으로 빠르게 좁혀지는 중이다. 하지만 학부 졸업 이후의 커리어 패스 형성과정에서 성별간의 성과가 엇갈린다. 노동시장에서, 상위 직능으로 갈 수 있는 정규 교과 과정인 대학원 과정에서 여성 대표성이 떨어지게 된다. 국내 연구개발 인력 가운데 여성은 23.7%로 입학생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고용의 질까지 고려하면 여성의 지위는 빠르게 추락한다. 이공계 박사인력 중 여성 비중은 OECD 평균 38.3%, 한국 23.9%로 14.4%p 차이가 난다. 요컨대 여성 STEM 인력의 노동시장 진입이나, 대학원 진학과 학위 취득에서의 여성 대표성을 계속 OECD 평균에 맞춰보며 이공계 여학생들이 균등한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과기부(WISET) 등에서 수행하는 과업이라 볼 수 있다. 2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에서 한국로봇융합연구원 관계자가 장애인-로봇 협업 제조 워크셀을 시연하고 있다. 2026.5.28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런데 가려진 문제가 있다. 전반적인 이공계 여성들의 고용 사정이 지역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다는 문제다. 중화학공업의 생산 기지인 남동임해공업지역이나, 주요 산업도시에서 여성들의 채용이 과소하다. 일단 생산직은 예전 경공업이나 반도체 등 특정 몇 개의 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남성들이 수행한다. 울산·창원·거제·포항으로 이어지는 동남권 중화학공업 벨트는 1970~80년대 조선·기계·철강·자동차를 축으로 일어섰고, 그 노동시장은 처음부터 남성 생산직을 표준으로 짜였다.  그나마 설계·연구개발 같은 엔지니어 직무는 여성에게 점차 열리고 있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주요 제조 대기업이 제품 혁신을 주도하는 R&D·설계 본부를 수도권과 판교로 옮기면서, 동남권에는 주로 공정 중심의 생산 기능이 남았다. 정작 여성이 진입할 만한 엔지니어 일자리가 지역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공장에서도 여성을 많이 고용하는 회사는 반도체 회사 정도이고, 이 회사들 역시도 수도권에 묶여 있다. 이러다보니 동남권의 성비를 보면 20대 성비는 경남 126.6, 울산 129.7 수준이다. 여성들이 선호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일자리를 비수도권에서 창출하는 것 만큼이나, 산업도시의 제조업 중심성 속에서 여성 STEM 인력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해법은 누수가 일어나는 바로 그 길목, 여학생들의 '교육에서 고용으로' 넘어가는 지점에 둬야 한다. 어느 전공을 이수한 졸업생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여성들을 채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메가 특구, 지역균형특구 다양한 특구, 국민성장펀드 등 새롭게 생겨날 기업, 연구개발기관에 대한 투자 과정에서 새로운 인력 충원의 원칙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여성할당이 아니고, 전공별 졸업자들이 도전하는 노동시장에 균등한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인위적 목표치가 아니라 이미 길러낸 인력 풀을 기준 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때 지역이 키운 이공계 여성이 지역에 남을 이유가 좀 더 커진다. 모든 지역들이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원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지역 산업의 엔지니어 성별 다양성을 높여보는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지역이 키운 엔지니어가 그 지역에서 자리를 얻을 때, 청년 여성의 유출도 비로소 멈출 수 있다. ◆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정치학, 문화인류학을 거쳐 공학 박사(과학기술정책 전공)를 받았다. 제조업, 엔지니어, 산업 생태계에 대해서 현장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2019),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2024) 등이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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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을 다시 읽어야 할 때

세계 경제에서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부품이 아니다.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전력망을 함께 움직이는 거대 인프라의 핵심이다. 특히 AI 패러다임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장될수록 데이터 처리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고성능 메모리의 위상은 더욱 커진다. 설계의 미국, 파운드리의 대만, 소재·장비의 일본 사이에서 한국은 고성능 메모리와 양산 능력으로 공급망 가동을 결정짓는 전략적 결절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최근 우리 수출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경계가 함께 한다. 5월까지 반도체 수출은 153% 늘었고, 전체 수출도 43% 증가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한국이 연간 수출 규모에서 일본을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금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7%로 반등한 데에도 반도체의 힘이 컸다. 성장 기여도를 보면 수출이 1.1%포인트, 설비투자가 0.4%포인트를 담당했다. 수출과 투자라는 두 축에서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숨통을 틔웠다. 그러나 온도 차도 분명하다. 미·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자동차·철강 등 일부 품목은 수출이 감소했다. 내수 회복도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반도체 홀로 달리는 호황이라고 부른다. 일정 부분 타당한 우려다. 다만 반도체를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대전환이라는 렌즈로 바라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삼성전자 주가가 30만원을 돌파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5.2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계 경제에서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부품이 아니다.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전력망을 함께 움직이는 거대 인프라의 핵심이다. 특히 AI 패러다임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장될수록 데이터 처리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고성능 메모리의 위상은 더욱 커진다. 설계의 미국, 파운드리의 대만, 소재·장비의 일본 사이에서 한국은 고성능 메모리와 양산 능력으로 공급망 가동을 결정짓는 전략적 결절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호황은 수출 증가 이상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 첫째, 거시경제의 안전판이다. 중동발 유가 충격 속에서도 무역흑자 확대는 에너지 수급과 외환시장 불안을 완충하고 대외 신인도를 지탱한다. 둘째, 경제안보의 지렛대다. 관세와 수출통제, 보조금이 외교의 언어가 된 시대에는 상대가 우리를 쉽게 배제할 수 없게 만드는 전략적 불가결성이 곧 협상력이다. 셋째, 미래 산업의 공통 기반이다. 로봇, 자율주행, 방산, 스마트공장은 모두 고성능 칩 위에서 작동하며 제조업 전반의 생산성을 좌우한다. 넷째, 국내 생태계를 다시 묶는 힘이다. 팹 건설은 장비·소재·부품·패키징 동반 투자를 부르고, 한국의 폭넓은 제조 포트폴리오와 결합해 산업 구조의 고도화를 촉진한다. 물론 숫자가 주는 착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최근 반도체 수출 폭증은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오른 칩플레이션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AI 수요가 구조적으로 강해도 반도체 사이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빅테크의 투자 속도가 조절되거나 가격 상승세가 멈추면 지금의 온기도 빠르게 식을 수 있다. 대만과 중국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설계,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AI 서버 조립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생태계를 구축해 회복 탄력성을 높였다. 중국은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흑자전환을 발판으로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기업이 고부가 HBM과 차세대 D램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내수와 보조금을 무기 삼아 레거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호황의 과실이 오히려 중국 메모리 굴기와 장비 국산화를 앞당기는 연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경쟁의 다음 자리를 선점하는 일이다.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으로 첨단 생산기지를 자국 안으로 끌어들이고, 유럽은 기술자립을 강화하는 등 각국은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이 모든 분야를 국내에 다 갖추려는 방식은 현실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대만식 생태계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고성능 메모리와 양산 능력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의 AI 칩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고, 메모리·패키징·서버·전력 효율을 묶어 한국이 반드시 필요한 협력 파트너가 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역할도 자금 지원이나 세제 혜택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난 3월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513개 전략기술을 19개 공통 분야로 묶은 것은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이제는 이러한 개편이 현장에서 실제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법과 부처는 여전히 나뉘어 있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전력·용수·인허가·세제·금융·기술보호를 한 창구에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소부장 기업에는 실제 반도체 공정에서 성능을 검증할 시험 무대와 수요기업과의 공동개발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 오늘 반도체로 벌어들인 달러를 미래의 인재, 시스템반도체, AI 인프라에 다시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반도체 호황이 한국 제조업 전반의 도약으로 이어지고, 한국은 세계 공급망을 잇는 핵심 연결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연세대 경제학과와 KDI대학원(MBA)을 거쳐 건국대에서 무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한국무역협회 입사 후 30년 이상 수출입 동향분석과 글로벌 통상전략 수립을 주도해온 무역 전문가다. 현재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으로서 수출경쟁력 강화, 산업별 공급망 안보, 신통상질서 대응 등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이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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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공장으로 가는 길…'다크팩토리 전환' 3단계 로드맵

'다크팩토리'는 어느 날 갑자기 도래하는 것이 아니다. 전환은 단계적이어야 하며, 단계마다 다른 조건과 정책이 필요하다…각 단계의 데이터가 다음 단계의 AI를 키우는 선순환이 작동해야 진정한 자율 제조가 가능하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장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 조명을 켤 필요조차 없는 공장"  산업통상부 장관이 직접 언급한 이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금 글로벌 제조 경쟁의 판이 근본부터 바뀌고 있다는 선언이다.  중국 일부 선도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고도 자동화 제조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샤오미의 경우 연간 1000만 대 규모의 스마트폰 생산능력을 갖춘 '다크팩토리'를 운영하면서 차세대 무인화 제조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글로벌 '다크팩토리' 시장이 2030년 약 27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재명 정부가 30대 선도프로젝트에서 '피지컬AI 1등 국가'를 목표로 내세우고, 산업부가 2026년 제조 AI 전환(M.AX)에 1조 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이 흐름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로보월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람객의 주문에 팝콘을 담고 있다. 2025.11.5.(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런데 '다크팩토리'는 어느 날 갑자기 도래하는 것이 아니다. 전환은 단계적이어야 하며, 단계마다 다른 조건과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1단계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다. 현재 국내에는 정부 지원을 통해 구축된 스마트팩토리가 3만여 개에 달하지만 그 상당수는 단순 센서 부착이나 데이터 수집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단계의 핵심은 공장 내 모든 설비와 공정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이다.  산업부는 이달 들어 디지털 트윈을 M.AX의 핵심 솔루션으로 공식 채택하고 국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이차전지 분야 선도 기업의 디지털 트윈 실증 결과, 신규 설비의 생산 속도가 50% 이상 향상되고 투자비와 라인 면적이 절반 수준으로 절감됐으며, 하나의 설비에서 다양한 규격의 제품을 생산하는 유연성까지 확보됐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매뉴팩처링-X(Manufacturing-X) 플랫폼 표준모델'과 13개 AX 실증 산업단지 조성이 이 단계의 국가 인프라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가상 공간에 복제해 AI가 수천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정을 학습하도록 돕는다. 이른바 '심투리얼(Sim-to-Real)' 전략이다. 그러나 가상 세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뮬레이션 자체가 현실의 물리적 조건—재료의 마찰력, 부품의 유연성, 공정의 불규칙성—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결국 디지털 트윈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피지컬 AI 모델이 시뮬레이션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것도, 실제 현장의 행동 데이터가 기초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트윈은 데이터를 증폭하는 기술이지, 데이터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2단계는 협동로봇과 피지컬 AI의 현장 실증이다. 디지털 기반이 갖춰진 공장에 협동로봇(Cobot)과 자율이동로봇(AMR)을 투입해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M.AX 얼라이언스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1500여 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이 민관 협력체는 대기업의 AI 솔루션을 중소 협력사로 확산하는 통로이자, 현장 실증 데이터를 쌍는 플랫폼이 된다.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 보급, 최대 5000억 원 규모의 M.AX 산업대전환 혁신펀드도 이 단계를 위한 투자 마중물이다. 3단계가 비로소 '다크팩토리', 즉 피지컬 AI 자율 공장이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공정을 재구성하며 사람의 개입 없이도 24시간 생산을 지속하는 체계다. 1, 2단계에서 디지털 트윈과 협동로봇이 생성한 공정 데이터가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 학습에 투입될 때, 비로소 스스로 배우는 공장이 완성된다. 각 단계의 데이터가 다음 단계의 AI를 키우는 선순환이 작동해야 진정한 자율 제조가 가능하다. 이 로드맵에는 반드시 함께 설계돼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노동 전환의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생산연령인구는 전년보다 20만 명 감소했으며, 이 감소세는 앞으로 10년간 매년 25만 명씩 이어질 전망이다. 제조 현장의 인력 감소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피지컬 AI는 남은 숙련 노동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생산성을 방어할 필수적인 조력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파트너십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술 도입의 속도만큼 직무 전환의 속도도 함께 설계돼야 한다. 현장 기능인을 '로봇 매니저'로, 설비 관리자를 'AI 오케스트레이터'로 성장시키는 재교육 체계를 3단계 로드맵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스마트팩토리에서 협동로봇으로, 다시 자율 공장으로 가는 여정은 기계가 사람을 밀어내는 과정이 아니라 노동자의 역할을 더 안전하고 가치 있는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자동화로 공장의 물리적 조명은 꺼질지라도 그 시스템을 지휘하는 노동자의 가치는 더욱 빛나는 산업 혁신,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장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KIST AI·로봇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로봇 분야 연구를 수행하며 국가 과학기술 전략 수립과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다. 인공지능 기반 영상인식, 선별 및 전역 관제 등 다양한 AI 분야에서 다수의 원천기술을 개발해 산업 및 공공 영역에 확산시켰다.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했고, 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과 KIST 미래재단 석학상 등을 수상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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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시대, 중국 미디어의 부상

중국 OTT 플랫폼과 틱톡을 기반으로 한 고장극 드라마가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중국 미디어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류가 개척한 아이돌 미학과 소셜미디어 전략을 흡수한 중국 콘텐츠는 동아시아 대중문화 지형을 재편하는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한 만큼, 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주목하고 대응해야 할 때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연일 미주에서 들려오는 BTS 공연의 놀라운 성과들과 칸느영화제에서 화제가 되고있는 한국영화 소식에 우리가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아시아의 다른 곳과 소셜 미디어에서는 중국 고장극 드라마 <축옥(Pursuit of Jade)>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러한 인기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한한령으로 한국과 문화적 교류를 끊고 만리장성 안으로 들어간 중국이, 아시아의 초국적 대중문화의 여러 특질들을 잘 흡수 소화하고 그동안 집중적으로 성장시킨 텐센트, 아이이치, 유쿠 등 중국 OTT 플랫폼의 화력에 기대어, 드디어 글로벌 관심을 끌만한 콘텐츠를 내놓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그동안 중국드라마(이하 중드)는 아시아 드라마 애호자들 사이에서 주로 유통되다가 넷플릭스가 최근에야 전세계에 방송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한국드라마(이하 한드)를 통해 아시아 대중문화의 시각적 특성과 감수성에 익숙해진 세계의 시청자들이 중드로 시청범위를 넓히거나 아예 팬심을 이동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중국이 전문성을 쌓은 숏폼드라마의 화법과 밀도있는 정서표현의 기술이 화려하고 밀도있는 중국 고장극 제작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 미디어들은 현재 매우 경쟁력 높은 스펙터클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 영상들이 집중력 높은 세로화면으로 소통하는 틱톡 플랫폼에 올라타고 그 알고리즘의 매개에 힘입어 놀라운 기세로 글로벌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를 생산하는 동시에 게임, 메신저, 검색엔진 등과 연동되는 중국의 거대 복합미디어 플랫폼들은, 방대한 스토리 창고인 웹소설과 틱톡이라는 글로벌 트렌드 형성에 최적화된 동영상 소셜미디어를 하부구조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형성된 거대한 스튜디오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 만들어낸 현재 가장 매력적인 장르가 고장극, 코스튬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45분 길이 20-40회의 이 사극들은 현대 글로벌 사회 속에서 중국이 지닌 양가적 의미, 즉 새로운 패권국가로서 위협적인 중국의 행보와 화려하고 풍요로운 역사와 문화를 지닌 문명적 매력 중 후자만을 최적화한 장르이다. 이것은 무역사적 과거 속에서 서사가 펼쳐지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이런저런 개입을 피할 수 있어서 생산자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없는 장르이다. 또한 위진남북조시대와 당·송 시대의 여러 문화적 참조물들을 동원하고, 현대의 초국적 동아시아 대중문화가 키워온 감수성과 시각문화, 그리고 한류창의산업의 여러 장점을 흡수하여 최고의 스펙터클을 담은 드라마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축옥>은 이러한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놀라운 드라마다. 중국의 수십만 웹소설 작품 경쟁 속에서 골라진 원작을 숏폼 드라마에서 성공한 감독이 연출했고, 그 결과 진한 감정적 건축의 장면들과 반복해서 볼 수 있는 훌륭한 액션이 일정한 속도로 배치된 훌륭한 서사가 완성되었다. 50년대 헐리웃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완전히 계산된 스튜디오 조명아래 꿈같이 따스한 눈 덮인 마을과 대형 전쟁 씬, 게임이나 망가 화면에서 걸어나온 듯한 인물들이 화면을 채운다. 악인마져도 완전히 악하지 만은 않아서, 동아시아 미남의 원형을 구현한 듯한 남자 주인공은 문무를 겸한 송대의 귀족이면서 돼지백정인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상처입은 남자 사이를 오가는 복합적 인물로 그려진다. 여자 주인공은 사랑스러울뿐 아니라 백정의 딸에서 전장의 영웅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파워를 지닌 인물이어서 현대사회와의 공명도 크다. 다시 말해서 단순한 스펙터클만을 추구하지 않고, 서사적 긴장과 운명적 사랑, 의리, 배반, 복수,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는 보편적 가치를 쫓는 인물과 스토리의 세계이다.  고품질의 의복디자인과 거대한 스튜디오가 재현한 시대별 궁전들과 거대 저택들, 시대성이 드러나는 마을들에서 전개되는 고장극의 매력에서 많은 글로벌 시청자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반복 시청을 하고 있다. 한국의 사극보다 크고 화려한 궁정과 대규모 군사가 동원되는 장대한 전장씬, 수십년간 갈고닦은 와이어 액션을 대역없이 아름다운 배우들이 말타고 칼과 창을 휘두르며 수행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들에게 이 세계는 유사한 발음의 한자어들을 접할 수 있고, 당과 송대의 시구들을 대화에서 활용하고 붓으로 이 글자들을 쓸 수 있는 우아한 문무겸비 귀족들, 제사를 지내고 예를 지키고 바둑을 두며, 충절과 의리, 사랑에 목숨을 거는 익숙한 협의 세계이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Cannes)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영화 '부활(Resurrection / 광야시대)'의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 레드 카펫이 보이는 맞은 편 건물 발코니가 중국 팬들로 가득 차 있다. 2025.5.23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중국의 OTT들은 그동안 <축옥>이 보여주는 서사적, 기술적, 미학적 수준으로 생산해 쌓아둔 고장극들과 더불어 갈등이 심한 한드 현대극들과 대조되는 잔잔한 정서와 애정을 다루는 현대극들을 지니고 있다. 넷플릭스가 이를 전세계로 방송하면서 <축옥> 같은 성공이 터져나온 것인데, 이것을 예외적인 성공으로 보기엔 위에 설명한 구조적 조건이 충분히 마련되었다. 2025년 초, 트럼프 정부가 미국에서 틱톡사용을 단기간 금지했을 때 미국의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인 샤오홍슈로 몰려가, 미국인들이 중국인의 일상을 필터없이 접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발전한 중국 대도시 일상의 안온함을 매력적으로 접한 미국인들에게 중드는 과거보다 훨씬 호기심의 대상이고 경험해볼만한 콘텐츠가 되었을 것이다.   긴 머리의 고장극 꽃미남들과 미녀들은 바로 길고 우아한 외투와 칼을 내려놓고 한국 콘텐츠를 닮은 OTT의 예능 프로그램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한다. 이들중 상당수는 케이팝 연습생을 지냈거나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던 경험이 있는 탤런트들이다. 대중음악계에서도 이들의 활약이 크다. 대중문화를 위에서 이끄는 영화계에서 중국이 리더십을 지니지 못할지라도, 플랫폼의 힘이 작동하는 OTT와 소셜미디어의 세계엔 21세기가 만들어낸 중국 미디어산업의 총화들이 매우 빠르게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패권국가 중국을 보다 접근가능한 문화의 주체로, 중국어를 보다 매력적인 언어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류와 한국 대중문화가 정비한 창의산업체계, 아이돌 미학, 부드러운 남성성, 소셜미디어의 활용 등이 전용되고 재배치되며 그야말로 플랫폼이 매개하는 동아시아 대중문화 복합체가 생산되는 중이다. 중국의 부상을 동반하며 동아시아 대중문화 지형을 재조정하고 있는 이러한 새로운 중국 미디어의 콘텐츠 파워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 연구자로 정진하면서 팬덤 온라인 참여관찰로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방법을 거쳤으나 스스로는 여전히 세상 속 의미의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라고 이해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BTS길 위에서>를 출판했고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문화산업, 한류현상의 이론화를 위해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다년간 연구 중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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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는 북한 여자축구단 방문의 의미

남북 관계를 어떻게 부르든 적대를 완화하는 노력은 중요하다…이번 만남이 남북 간 교류를 다시 시작하고 더 많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수원을 방문한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한 이후 최초이고,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 탁구 경기 이후 8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방문의 의미를 과대평가하기 어려운 남북 관계의 현실이지만, 동시에 두 국가론 이후 최초의 만남 의미를 과소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번 여자축구팀의 방문은 북한의 두 국가론 이후 만남과 교류를 전망할 기회다.  남북체육교류의 교훈 체육 교류의 역사는 길다. 1963년 스위스의 로잔과 홍콩에서 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북체육회담이 열렸다. 올림픽위원회가 1964년 도쿄 올림픽 단일팀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냉전체제에서 성사되지 못했다. 1991년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남북단일팀은 중국을 이기고 우승했다. 남북단일팀의 상징기인 한반도기가 올라가고, 아리랑이 연주되는 감동이 오랫동안 기억되고 영화 '코리아'로도 만들어졌다. 한반도기와 아리랑은 1960년대 시작한 남북 체육회담의 결과였다. 아리랑은 남북 모두 쉽게 합의했고, 한반도기는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서 결정했다. 한반도기를 이념적으로 혹은 색깔론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냉전 시대부터 남북이 서로 의견을 교환했고, 당연히 국제올림픽 위원회도 의견을 낸 합의의 결과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북단일팀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의 여자 하키를 비롯해 그동안 13번 성사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남북이 공동 입장을 했다. 평화를 바라는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공동 입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19년 자카르타 장애인 아시안게임까지 총 12번이었다.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 여자부 하나은행과 4·25체육단의 시범경기를 마친 양팀 선수들이 손을 잡고 경기장을 함께 달리고 있다.2018.10.2.(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남북체육교류는 비정치 분야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남북 관계를 반영한다. 단일팀의 경험을 가진 탁구의 경우 과거 함께 뛰었던 선수들이 이제는 감독으로, 임원으로 국제 대회에 참가한다. 남북 관계가 좋을 때는 반갑게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서먹하다.  이번에 참가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은 평양이 연고팀으로 2012년에 창단했다. 소비재 기업인 '내고향'의 후원받는 기업형 체육단이다. 선수 대부분이 연령별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국가대표급이다. 리유일 감독은 전 여자축구팀 감독을 역임했다. 조별 예선에서는 준결승에서 붙는 수원팀을 3:0으로 이겼고 도쿄팀에는 4:0으로 졌다.    아시아 축구연맹이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를 거쳤고, 준결승이 5월 20일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준결승전은 두 경기로 한국의 '수원FC 위민'과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 그리고 멜버른 시티FC와 도쿄 베르디 벨레자 팀이 붙는다. 여기서 이긴 팀이 5월 23일 수원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남북체육교류, 유의할 점 북한은 두 국가론을 주장하면서도 이번 여자축구단의 방문을 허가했다. 2021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불참한 것과 대비된다. 이번 참가의 이유는 북한 여자축구가 국제경쟁력이 있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으며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활약해야 하는데 불참하면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 2월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관계와 관련 "국익에 준한 냉정한 계산과 철저한 대응"을 선언했다. 이번처럼 이익이 있으면 방문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이 두 국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남북체육교류는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남북 간의 교류를 위해 지혜가 필요하다.  첫째, 호칭 문제다. 이번 대회는 국가 간 대항전이 아니고 클럽팀의 경기로 클럽팀 호칭인 '내고향여자축구단'으로 부르면 된다. 다만, 국제 스포츠·외교 무대에서는 통상 정식 국호를 사용하는 관행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응원은 차분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제축구연맹의 '정치적 종교적 메시지 경기장 내 표현금지' 규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남북 공동응원 때 항상 사용했던 한반도기의 경우 북한이 원하지 않고 국제축구연맹의 규정 등을 고려해 자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신변 보호다. 경기가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시위나 집단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동시에 경기에 집중하도록 북한 선수단과 관계자들의 신변 보호와 편의 보장이 필요하다. 한국은 국제 체육계에서 국제대회 운영 능력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북한 선수단에게도 예외가 아니기를 바란다.  또 다른 교류로 이어지기를 축구 경기가 별일 없이 무사히 잘 끝나기를 바란다. 북한에서 혹은 한국에서 많은 국제 체육경기가 열린다. 한국의 경우 이번 대회 말고도 다양한 종목별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이 참여하면 더 많은 시민이 대회에 관심을 두고 인기가 높아진다. 여건이 조성된다면 우리 선수단도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 체육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북한은 한국에 대해 적대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남북 관계를 어떻게 부르든 적대를 완화하는 노력은 중요하다. 남북 관계의 실질적 내용이 향후 관계 설정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의 만남이 남북 간 교류를 다시 시작하고 더 많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김연철 인제대 교수 / 전 통일부 장관 성균관대에서 북한의 정치경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문재인 정부때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이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전략>(2016), <70년의 대화: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등이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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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GDP 반등, 이제는 구조개혁으로 이어가야

2026년 1분기 GDP 성장은 분명 좋은 출발이다. 수출이 살아났고, 설비투자가 반등했으며, 소비와 건설도 개선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1%대 잠재성장률에 갇히지 않으려면 지금의 회복세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률 숫자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그 반등을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로 바꾸는 정책적 결단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직전 분기였던 2025년 4분기 성장률이 -0.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회복이다. 실질 국내총소득도 전기 대비 7.5%,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었다. 생산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교역조건 개선으로 국민경제의 실질 구매력까지 좋아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지표다. 이번 성장은 한국 경제가 다시 상승 흐름을 탈 수 있다는 신호를 보여준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한국 경제는 2021년 4.6% 성장하며 빠르게 회복했지만, 이후 성장세는 점차 약해졌다. 2022년 2.7%, 2023년 1.6%, 2024년 2.0%, 2025년 1.0%로 성장률은 낮아졌다. 특히 2025년에는 분기별 성장률이 -0.2%, 0.7%, 1.3%, -0.2%로 불안정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6년 1분기 1.7% 성장은 경기 회복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음을 보여준다. 2026년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자료=한국은행) 회복의 중심에는 수출과 투자가 있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5.1%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함께 늘며 4.8%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 역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를 중심으로 3.9% 성장했다. 한국 경제의 전통적 회복 경로인 '수출 증가-제조업 생산 확대-설비투자 회복'의 고리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 회복은 중요하다. 반도체는 단순한 수출 품목 하나가 아니다. 기업 이익, 투자, 고용, 세수, 지역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산업이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수출 반등은 이러한 글로벌 수요 변화와 맞물려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내수도 완전히 뒤처지지는 않았다. 민간소비는 의류 등 재화 소비가 늘면서 전기 대비 0.5%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 늘었다. 건설투자도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함께 개선되며 전기 대비 2.8% 증가했다. 2024년과 2025년 건설투자는 한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였다. 2025년 건설투자는 연간 -9.8%를 기록하며 내수와 고용 부진을 키웠다. 아직 전년 동기 대비로는 -1.4%에 머물러 있지만, 적어도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는 확인된다. 2026년 1분기 성장 반등 요인.(자료=한국은행) 다만 1분기 성장률이 좋았다고 해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경제가 물가 불안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능력을 뜻한다. 이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경기가 좋아 보여도 장기 성장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5년 1.92%에서 2026년 1.71%, 2027년 1.5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KDI 역시 2025~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기준 시나리오에서 1.5%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인구 감소, 생산성 둔화, 투자 정체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이번 GDP 반등은 안주의 근거가 아니라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첫째, 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은 반갑지만 특정 산업과 일부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장 구조는 위험하다. 세계 경기와 기술 사이클이 흔들릴 때마다 한국 경제 전체가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바이오, 방산, 로봇, 에너지 전환, K-콘텐츠 등 제2, 제3의 성장축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 전력, 용수, 데이터, 규제, 금융을 함께 정비하는 실질적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재정도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 경기 회복기에 적극적 재정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지출을 늘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연구개발, 인공지능 인프라, 직업훈련, 돌봄, 교육, 에너지 전환처럼 미래 생산성을 높이는 지출은 확대해야 한다. 반대로 성과가 낮고 관행적으로 유지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이제 재정의 역할은 단순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전략적 배분이어야 한다. 셋째, 노동시장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다. 여성, 청년, 고령층, 외국인 인력이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제도와 교육훈련 체계를 바꿔야 한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전직 지원과 평생학습도 강화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사람을 버리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과 자원을 더 생산적인 곳으로 옮기는 정책이어야 한다.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6.5.8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6년 1분기 GDP 성장은 분명 좋은 출발이다. 수출이 살아났고, 설비투자가 반등했으며, 소비와 건설도 개선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이번 반등을 일시적 경기 회복으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는 구조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가이다. 한국 경제가 1%대 잠재성장률에 갇히지 않으려면 지금의 회복세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반등은 반가운 신호지만, 그 자체가 해답은 아니다. 이번 분기에 높았기 때문에, 이후 분기의 성장률은 낮아질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률 숫자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그 반등을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로 바꾸는 정책적 결단이다. ◆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 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美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로 2008년부터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공공경제·재정학(출산·지방재정·기초소득), 노동경제학(최저임금·고령자 노동), 복지정책평가(보육·빈곤), 조세정책(종부세·조특법), 빅데이터·데이터사이언스이다. 빅데이터연구소장을 맡아 정책 평가와 실증분석을 수행해왔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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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이 미·중 관계에 미친 영향과 한국의 대응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그 동력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인가와 그 경우 남북 관계 재개로까지 파급될 것인가에 있다…북·미와 북·일 간에도 비핵화와 관계없이 관계 정상화를 지지한다는 태도를 표명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여겨진다. 홍현익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을 쉽게 납치한 데 이어 역시 중국에 석유를 대량 수출하는 이란에 친미 정권을 세워 석유를 장악하고 대중 전략 우위를 다진다는 생각에 별 명분 없이 이란을 공격했다가 곤경에 처하고 있다. 중국에 유리한 이란 전쟁 영향 미국은 이란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수십 명의 지도자들을 제거했을 뿐 정권 교체에 실패했고 뒤늦게 핵 문제 해결을 전쟁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미국을 믿을 수 없는 이란은 호응하지 않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과 유가 상승으로 이스라엘을 제외한 전 세계인들의 원성도 샀다. 미국의 석유 대기업들도 큰 적자를 보았고, 석유 통제로 중국을 옥죄려던 계산은 착각이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고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수입해 왔지만, 그간 미국의 봉쇄에 대비해 에너지 자급률을 높여왔다. 원자력, 태양광, 풍력 개발로 에너지 자급률이 80%가 넘는 데다 러시아, 중앙아, 말레이시아 등과의 에너지 협력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도 결정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는다. 반면, 중국은 다양한 이득을 얻어왔다. 군사적으로 한국의 사드, 패트리어트, 일본의 31해병원정대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동으로 이전됐다. 아태지역 미국의 대중 억제력이 약해졌고 한국과 일본의 대미 동맹 신뢰도 저하됐다. 미사일 등 소진된 무기를 보충하려면 수년이 소요될 것이다. 미국은 별 명분 없이 이란을 공격해 국가신인도도 추락했다. 이란의 대미 공격 임박 징후가 없는 상황에서 더구나 미국-이란 협상이 진전되는 가운데 이란을 공격했기에 신뢰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 미국이 폭격으로 무고한 170여 명의 어린이들을 희생시키고 사과도 하지 않은 반면, 중국은 조용히 평화적 해결과 국제법 존중을 주장했다. 중국의 대만 공격 시 미국은 저지할 적당한 명분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미국은 상의 없이 시작한 이 전쟁을 돕지 않았다고 나토 동맹국들을 비난하고 보복관세를 물리며 독일에서 미군 감축에 나섰다. 글로벌 사우스는 물론이고 나토 지도자들도 위험분산과 실리 추구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유가 급등으로 대체 에너지 수요가 커져 중국이 선점하고 과잉생산으로 비난받던 전기차·태양광·배터리 부문이 호황이다. 중국 건설업체는 전후 막대한 이란 재건 수요의 최대 수혜자로 예정돼 있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해상운임 급등과 물류 적체라는 이중고를 겪는 자동차 수출업계를 위해 현장 밀착 지원에 나섰다. 사진은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 선적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미·중 정상회담 전망 무기 생산이 시급한 미국은 이에 필요한 희토류를 독과점하고 있는 중국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더구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등 미국의 물가 상승은 최저 지지율로 난처한 트럼프 대통령을 더 압박하고 있다.  어쨌든 미국은 오히려 최근 첨단 기술 및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대중 신규 수출 통제 조치 부과에 나서고, 중국의 이란 석유 수입업체들을 제재하며 중국계 은행에도 2차 제재를 시사하는 등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중국도 제재 금지령으로 대응했다. 여러 정황상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압박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란 전쟁에서 명예로운 철수의 명분을 얻기 위해 이란을 설득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따라서 이란 전쟁의 향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또 연기될 수도 있겠지만, 예정대로 이달 중순 성사된다면 양측은 미국의 대중 경제·무역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작년 10월 부산 정상회담 합의의 후속 조치와 양국 관세 전쟁의 휴전 연장 등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응전략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그 동력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인가와 그 경우 남북 관계 재개로까지 파급될 것인가에 있다. 이번 전쟁으로 북한의 핵 집착이 더욱 커진 것이 난관이다. 핵심은 우리가 북한이 주장하는 두 국가론과 비핵화에 대해 현실적이고 전향적인 태도와 정책을 취하느냐에 달려있다. 먼저,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게 현실에 상응한 지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비핵화도 필요하지만 일단 이를 전제조건화하지 않고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사실상의 두 국가를 용인할 수 있다는 태도로 관계를 재개하고 진전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양측 간 신뢰가 쌓이면 궁극적으로 비핵화 문제가 해결된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또 북·미와 북·일 간에도 비핵화와 관계없이 관계 정상화를 지지한다는 태도를 표명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여겨진다. 끝으로 미국도 터부 없이 대화하는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착실히 단계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홍현익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27년 간 세종연구소에서 북핵문제, 남북관계, 한미동맹, 한러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한국의 국가안보와 국가전략을 연구했다. 한반도 정세 안정과 평화 구축 및 평화통일을 위해 화해와 공동번영 및 국익 극대화를 지향하는 실용외교를 주창해왔다. 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장을 맡았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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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충격에 따른 가계 경제의 좀비화 막아야

재정 부담 없이 불공정한 조세체계의 정상화를 통해 가계소득을 제도적으로 강화하지 않는 한 이번 충격이 끝난 후 우리는 0%대 성장의 시대를 맞이하고, 가계 가처분소득은 후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올해 1분기 성장률 1.7%(전년 동기 대비 3.6%)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반등했던 2020년 3분기 성장률 2.2%를 제외하면 16년 만의 최대치였다. 더구나 이란전쟁에 따른 에너지 및 원자재 대란 속에 거둔 성적이기에 많은 국민에게 1분기 성장률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한마디로 반도체 호황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대한민국 경제는 반도체를 빼놓으면 얘기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코스피 붐부터 244조 4000억 원의 국민연금 운용수익에 힘입어 역대 최대로 증가한 지난해 국가 순자산(약 180조 원), 처음으로 2000억 달러를 돌파한 분기당 수출액 등 모두 반도체의 산물이다. 특히 1분기에 기록한 무역흑자 504억 달러는, 그 이전 최고 기록인 302억 달러를 200억 달러 이상 넘은 규모이고, 연간 무역흑자 기준으로도 500억 달러가 넘었던 해는 여섯 번뿐이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의 컨테이너 모습. 2026.4.1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 투자 열풍에 따른 반도체 붐은 사실 예고된 것이다.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2년 만에 대만 가권지수가 두 배(105%) 상승했고, 올해도 이미 약 33% 상승했다. 대만 가권지수 상승의 중심에는 2023년 이후 376% 상승한 TSMC가 있듯이, 반도체 붐은 대만 경제를 신세계(?)로 이끌었다. 반도체 붐에 힘입어 2023~2025년 3년간 대만의 연평균 성장률은 5.0%에 달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 585달러)이 한국(3만 6855달러)을 추월한 배경이다. 한국이나 대만 모두 2만 달러대에서 3만 달러대로 점프하는 데 10여 년 걸렸으나, 한국은 2014년 이래 12년간 3만 달러대에 머물러 있지만, 대만은 2021년 3만 달러대에 진입한 이후 반도체 호황 덕에 4년 만에 4만 달러대로 진입했다. 올해는 4만 5273달러를 전망하고 있는데 이런 속도면 1~2년 내에 5만 달러도 돌파할 기세이다. AI 열풍이 데이터센터 규모 경쟁으로 확산하며 뒤늦게 불이 붙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붐이 한국 1분기 성장률이었다. 반도체는 1분기 수출을 전분기보다 16%나 끌어올렸고, 무역수지는 무려 83%나 증가시켰다. 1분기 성장률 1.7% 중 1.1%포인트가 그 결과물이고, 설비투자 성장기여도 0.2%포인트도 대부분 반도체 붐의 산물이다. 그런데 한국 수출이 4%도 성장하지 못했던 2023년 이후 2025년까지 대만 수출은 33% 이상 증가하였으나, 올해 1분기 수출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대만이 4.4% 증가하였고 한국은 15.9%나 증가했다. 이처럼 반도체 수출의 높은 증가율은 지속될 수 없다. 전분기 대비 대만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에 18.7%로 정점을 찍은 후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10.2%와 10.7%로 하락했고, 올해 1분기에는 4.4%까지 급감했다.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지속할 수 있어도 성장률이 계속 증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에 진입한 상태이고, 계속 하락하고 있기에 이대로 가면 조만간 '일본화'를 의미하는 0%대로 진입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수출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기 때문에 내수 강화만이 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 있다. <표 1>을 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계소비가 크게 훼손된 한국과 달리 대만은 가계소비 추락을 막은 결과 한국보다 두 배 이상의 성장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가 관리에서도 지난 10년간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23% 상승했으나 대만은 16%에 불과했다. 한국과 대만 모두,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계소비 약화가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과 대만의 차이는 가계소비 하락의 차단 여부에서 결정됐다. <표 2>는 AI 붐 이후 한국과 대만 경제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도체 수출 붐에 의해 새로운 기록을 보일 한국의 성장률이 최근 대만의 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표 1> 한국과 대만의 연평균 성장률과 연평균 전체 가계소비 증가율(%), <표 2> AI 붐 이후(2023~25년) 한국과 대만 경제의 비교. 가계소비와 내수의 중요성은 보편적으로 확인된다. <표 3>은 한국과 일본과 미국, OECD 평균을 비교하였다. 한국은 세계화-외환위기-금융위기-코로나 팬데믹과 러·우전쟁 충격이 있을 때마다 성장률이 약 2%포인트씩 하락하였고, 그 중심에 가계소비 하락이 있었다. 쉽게 예상하듯이, 가계소비 하락은 가계 가처분소득 하락의 산물이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이후(2008~2019년) 가구당 실질 가처분소득은 연평균 1.19%였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0.46%로 급락하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성장률이 1%대로 하락한 배경이다.  한국 경제는 일본의 길을 밟고 있고, 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외부 충격이 있을 때마다 내수와 가계 희생으로 대응한 산물이다. 참고로 일본 전체 가구의 실질 가처분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은 금융위기 전(1994~2007년) 0.47%에서 금융위기 이후(2008~2019년) 0.15%, 그리고 팬데믹 이후(2020~2025년) -0.47%로 추락해왔다. 그 결과가 '잃어버린 34년'이다. 반면, <표 2>에서 보듯이 미국이 팬데믹 이후 금융위기 이후보다 성장률이 회복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가계소비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계소비의 회복은 연평균 2.2%에서 2.4%로 증가한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의 산물이다. <표 3> 한국-일본-미국-OECD 평균의 연평균 성장률과 전체 가계소비 증가율(%) 이제 한국 경제는 새로운 충격을 맞이하고 있다. 2025년 트럼프 관세에 이은 2026년 이란전쟁은 공급 충격이라는 점에서 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의 공급 충격과 유사하다. 문제는 대외 충격의 빈도가 지난 20년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3%대에서 2%대로 하락하는 데 6년이 걸렸으나 2%대에서 1%대로 하락하는데 4년으로 줄어든 배경이다.  이란전쟁 등 '트럼프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에너지 대란에서 식량, 원자재 대란 등으로 발전할 이란전쟁 충격은 길게는 2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1%대 성장률이 무너지면 가계 경제는 사실상 좀비화된다. 1분기 가구의 월평균 실질 소비지출(367만 원)이 1년 전보다는 약 6만 원 정도 증가했음에도 2019년 1분기의 369만 원에 미달하는 현실이 비현실적 1분기 성장률 속에 가려진 부분이다. 1분기 자영업자 월평균 실질 소매판매액이 1년 전보다 약 15만 원 증가했으나 2022년보다 18만 원 이상 부족한 배경이다.  노동자의 올해 1~2월의 월평균 실질급여가 2022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월급쟁이 급여는 이미 멈추었다. 문제는 물가 공포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1회성 지원으로 물가 부담의 일부를 완화하는 것은 본질적 대책이 아니다. 재정 부담 없이 불공정한 조세체계의 정상화를 통해 가계소득을 제도적으로 강화하지 않는 한 이번 충격이 끝난 후 우리는 0%대 성장의 시대를 맞이하고, 가계 가처분소득은 후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최배근 경제연구소 이사장.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등이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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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스와 한국의 보안

보안은 미토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제 인공지능을 전제하지 않거나, 인공지능이 없이는 대응할 수 없다. 사후 대응에서 동시성 방어로 전환해야 하고, 뚫린다는 것을 전제로 정책을 짜야 한다. 1년에 한 번 인증으론 당연히 안 된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미토스 얘기를 할 차례다. 그전에 프로야구 얘기부터. 20년 내리 꼴찌를 하고 있는 팀이 있다고 하자. 내내 같은 감독이었다. 구단에서 그 감독을 이번 시즌에도 또 쓰겠다고 한다면 팬들 마음이 어떨까? 롯데와 한화 팬들은 이 마음을 아주 잘 알 것이다.(심지어 올해 롯데는 '봄데(봄+롯데)'도 없어졌...) 20년째 내리 꼴찌를 한 이유가 뭔지, 그 이유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됐는지, 그래서 무얼 바꾸면 달라질 건지, 어떻게 바꿀 건지, 내년 시즌 상대 팀의 전력은 어떤지, 그래서 우리는 뭘 하려고 하는지. 팬들이 이런 리포트를 먼저 내놓으라고 요구한다면 그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케이(K)-푸드, K-뷰티, K-팝 등 'K-열풍'이다. 한국을 찾는 해외관광객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2025년에는 1850만 명을 돌파, 역대 최고 기록을 깼다. 한국 화장품을 찾고, 한국 먹거리를 찾고, 한국 패션을 찾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계적인 한국 쇼핑몰이 하나도 없다.  알리니 테무니 중국 쇼핑몰이 하루가 다르게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어째서 한국 쇼핑몰은 하나도 해외로 나가지 못할까? 한국 쇼핑몰은 휴대폰 본인 인증을 요구한다. 그게 없으면 인증서를 보여달라고 한다. 해외 신용카드나 페이팔과 같은 글로벌 결제 수단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 해외에서 K-푸드, K-뷰티, K-팝을 사고 싶어도 살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안 팔겠다는데… '액티브엑스'는 아주 쉽게 말하면 브라우저에서 PC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읽고 프린터를 쓰고 컴퓨터의 설정을 변경하는 일들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문제는 설치에 동의하는 순간 내 컴퓨터의 관리자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내 컴퓨터의 모든 정보가 넘어간다. 잠깐 놀러 온 친구에게 집안의 모든 키를 죄다 넘겨준 꼴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5년 전인 2011년 윈도8부터 액티브엑스 기술을 퇴출했다. 계속해서 액티브엑스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한 것은 대한민국의 보안당국이다. 공인인증서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공인인증서는 애초에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채택한 것인데, 그걸 쓰기 위해 가장 보안이 취약한 액티브엑스를 남겨달라는 것이다. 무슨 이런 보안당국이 다 있지? 지난달 1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5회 세계 보안 엑스포(SECON 2026)& 제14회 전자정부 정보보호 솔루션 페어(SECON 2026)에서 관람객들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구라제거기'가 세계 최고의 보안컨퍼런스 <USENIX Security '25>에 논문으로 채택됐다. 논문제목은 '과유불급'. 한국의 강제 설치 보안 소프트웨어들이 오히려 PC의 공격 표면을 넓히고 시스템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이다. '구라제거기'는 은행이나 관공서에 접속하면 깔기를 요구하는 숱한 보안프로그램들을 한 번에 지울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그게 다 '구라(거짓말)'라는 것이다.  은행이나 관공서에 접속할 때마다 5~10개의 서로 다른 업체가 만든 키보드 보안, 방화벽, 백신 등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된다. 그 결과? 해커로서는 이제 윈도 자체의 취약점을 찾을 필요가 없다. 설치된 10개의 프로그램 중 가장 실력이 낮은 업체가 만든 프로그램의 구멍 하나만 찾으면 PC 전체의 권한을 단번에 탈취할 수 있다.  보안을 위해 설치했더니 되레 '수십 개의 뒷문'을 열어준 꼴이다. <USENIX Security '25> 논문에 따르면 한국 보안 프로그램들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미 10년 전에 해결된 버퍼 오버플로우 등 아주 기초적인 취약점이 여럿 발견됐다. 맙소사…  게다가 이런 관행이 몹시 나쁜 것은 사용자로 하여금 습관적으로 '예'를 클릭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용자들은 무언가 설치하라는 팝업이 뜨면 내용도 보지 않고 '확인'이나 '예'를 누르는 습관이 있다. 보안 정책이 사용자를 '무조건적인 수용'에 길들여 버린 것이다. 무슨 이런 보안당국이 다 있지? 2026년의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여전히 모바일로 일을 하지 못한다. 클라우드도 제대로 못 쓴다. 클라우드 정책을 펴는 담당자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써본 적도 없는 일을 정책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물론 보안당국때문이다. 영국정부가 '클라우드 퍼스트'를 내세운 게 2013년이다. 그 13년 뒤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클라우드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이런 보안당국이 다 있지? 이제 미토스 얘기를 할 시간이다. 미토스는 앤트로픽이 만든 최신 인공지능(AI) 모델이다. 압도적인 해킹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 몇 초 만에 수십 년간 발견되지 않았던 제로데이 취약점을 찾아낸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모든 주요 운영체제(OS)와 브라우저에서 수천 개의 고위험 취약점을 순식간에 발견했다.  그래서 보안은 미토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제 인공지능을 전제하지 않거나, 인공지능이 없이는 대응할 수 없다. 사후 대응에서 동시성 방어로 전환해야 하고, 뚫린다는 것을 전제로 정책을 짜야 한다. 1년에 한 번 인증으론 당연히 안 된다. 실시간 상태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  보안 상태는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상시 공개할 수 있어야 하고, 개방형보안통제평가언어(OSCAL, Open Security Controls Assessment Language)와 같은 국제표준을 사용해 인공지능이 자동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기계가 읽을 수 있고, 상호 운용이 가능하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 감독을 데리고? 그 보안당국이 또 이걸 한다고? 사이버 보안을 국가정보원이 맡을 수도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을 수도 있고, 새 환경에 맞게 새로운 기관을 만들 수도 있다. 그 전에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다. 지금까지의 보안정책이 왜 이렇게 해괴하게 흘러올 수 밖에 없었는지, 어떤 가버넌스상의 잘못이 이러한 문제들을 방치해 왔는지, 그래서 그걸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고치려고 하는지를 먼저 얘기해야 한다. 국정원과 과기정통부가 각기 이런 보고서를 만들면, 그 보고서를 놓고 최고의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토론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 안에서 부처끼리만 깜깜이로 협의한 채 어물쩍 넘어가선 절대로 안 된다. 우리는 이 감독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숱한 피해를 감내해 왔다. 우리는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한국의 세계적인 쇼핑몰이 K-푸드, K-뷰티, K-팝을 즐겁게 파는 걸 보고 싶고, 혈압이 오르지 않은 채 인터넷 뱅킹을 해보고 싶다. 이게 그렇게 큰 꿈인가. ◆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KTH, 엠파스 등 IT 업계에서 오래 일했으며 현재 녹서포럼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IT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의 AI 강의> 등이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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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사업, 한국 방산 '대박' 넘어선 전략적 도약 기회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한국의 방산, 산업, 자원, 외교, 안보 전략 전체를 한 단계 끌어올릴 드문 기회다…이 사업은 단지 잠수함 몇 척의 수주가 아니라 한국이 해양 방산, 자원안보, 산업협력, 글로벌 안보 연계 그리고 해양 국방력 투사 강화를 하나의 전략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험대다.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 지원이 집중되는 가운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주도하는 '팀코리아'가 약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잠수함사업(CPSP) 수주전의 최종 단계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와 경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캐나다의 노후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고 최대 12척 규모의 잠수함 전력을 새로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건조비만 약 20조 원 수준이지만, 향후 30년간의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60조 원 안팎으로 커진다.  2026년 중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예정된 가운데, 한국은 잠수함 성능과 건조 기간뿐 아니라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산업 협력, 장기 정비체계까지 묶은 패키지형 제안을 제시했다. 반면, 독일 TKMS 진영은 폭스바겐의 이탈로 절충교역 공조에 균열이 생겼다.  곽광섭 해군참모차장이 지난달 2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기지에서 열린 '도산안창호함(SS-Ⅲ) 한국·캐나다 연합협력훈련 출항 환송 행사'에서 승조원을 격려하고 있다. 3천t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은 오는 6월 예정된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대한민국 잠수함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한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러나 이번 수주의 의미는 단순한 방산 수출 실적이나 또 하나의 '대박'에 그치지 않는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한국의 방산, 산업, 자원, 외교, 안보 전략 전체를 한 단계 끌어올릴 드문 기회다. 핵심은 네 가지다. 첫째, 한국 방산이 비로소 '토털(종합) 패키지' 구조로 완성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 방산 수출의 주력은 K2 전차, K9 자주포, K239 천무 다련장 등 육상 무기체계였다. 반면, 해양무기체계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조선 역량과 잠수함 건조 능력을 갖추고도 대형 수출 성과가 제한적이었다. 호주 호위함 사업 실패와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사업 좌절은 그 한계를 보여준 사례다.  CPSP 수주는 이런 구조적 약점을 돌파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육상 중심의 수출국에서 벗어나 잠수함과 수상함까지 포괄하는 국가가 될 때, 한국 방산은 비로소 육해공 전 영역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탑(Top) 4~5위 방산국으로 자리 잡게 된다.  둘째, 이 사업은 캐나다와의 전면적 산업·자원·기술 협력을 여는 계기다. 캐나다는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희토류 등 한국이 구조적으로 부족한 전략자원의 주요 공급 기반이 될 수 있는 나라다. 동시에 인공지능(AI), 청정에너지, 첨단 제조 분야에서도 중요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국은 방산 협력을 매개로 자원안보와 공급망 안정, 첨단산업 협력을 동시에 묶을 수 있고, 캐나다는 한국의 제조·조선 역량을 유치해 산업 재도약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노바스코샤의 조선산업과 온타리오의 배터리·자동차·수소 생태계, 앨버타의 석유·가스 산업이 한국 기업들과 결합하면 이는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사실상의 산업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전략자원을 확보하고, 캐나다는 제조 역량을 흡수하는 구조다. 셋째, 가장 큰 의미는 안보와 외교 차원에 있다. 캐나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자 주요 7개국(G7) 해당하며, 인도·태평양과 유로대서양을 연결하는 핵심 북미 국가다. 잠수함 도입과 30년 MRO 체계는 단발성 거래가 아니라 운용, 정비, 훈련, 교리, 산업기반을 장기적으로 공유하는 구조를 뜻한다.  이는 한국이 미국 일변도의 안보 연계 구조를 넘어, 핵심 NATO 국가와 실질적 전략자산 관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네트워크에 더해 캐나다까지 연결된다면, 한국은 서방 안보 네트워크 안으로 더 깊이 진입하게 된다.  이는 동맹의 대체가 아니라 안보 기반의 다층화며 사실상의 준동맹적 확장이다. 또한 캐나다의 전략적 범위를 기존 유럽 중심에서 동아시아로 확장시켜 주게 된다.  넷째, 이러한 협력은 인도·태평양에서 한국의 안보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에 대한 전략적 레버리지도 강화한다. 최근 미국은 자국중심주의의 압력 속에서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떠받치지 못하는 모습을 반복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호주 등과의 안보·산업 협력을 확대하면, 이는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방위비, 통상, 기술통제, 공급망 재편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한미군 감축과 같은 핵심 현안에서 한국은 더 넓은 전략적 선택지를 갖게 된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북극해와 극한 환경에서의 운용 경험 부족, 한국 해군의 근해 중심 작전 범위, NATO 비회원국이라는 제도적 한계, 무엇보다도 한국 해군의 역량 부족은 여전히 약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답보 상태인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사업과 급감하는 해군 장교, 부사관 병력 상황이 뼈아프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CPSP는 더욱 중요하다. 이 사업은 단지 잠수함 몇 척의 수주가 아니라 한국이 해양 방산, 자원안보, 산업협력, 글로벌 안보 연계 그리고 해양 국방력 투사 강화를 하나의 전략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험대다. 물론 한국 해군이 한반도 근해에서 인태-유럽 해양으로 투사력을 확대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지금 캐나다에서 벌어지는 것은 단순한 계약 경쟁이 아니다. '글로벌 Top 10 코리아'의 새로운 미래 지평을 열 수 있는 경쟁이다. ◆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UCLA 정치학 박사로 혁신 과학 시대의 정치적 新舊 난제에 천착하는 융복합정치학자다. 국내·국제정치의 상호작용, 글로벌 안보컨버전스, AI 정치와 정책을 연구한다. 주요 저서로는 <피크코리아(Peak Korea)>가 출간됐으며, 그 국제편에 해당하는 <세계에서 한국은 얼마나 쓸모있을까?>를 집필 중이다. 또한 <Global Expansion of Korea's Defense Industry>는 2026년 출간 예정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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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시대 지방의 일자리 만들기

해방 이후 이촌향도는 서울뿐 아니라 동남권 산업도시로도 향했다. 중화학공업화가 만든 제조업 일자리가 지방 성장을 이끌었지만, 대학진학률 76% 시대에 그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방에 필요한 건 생산직이 아닌 연구개발·창업 중심의 지식기반 일자리이며, 이를 위한 혁신생태계 조성이 선결 과제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인들은 해방 이후 열심히 이촌향도를 해 왔다. 서울·수도권 사람들은 이촌향도를 으레 '시골에서 서울로'라고 읽지만, 역사적 현상은 달랐다. 사람들이 서울로만 향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북상하지 않고 동진하여 동남권으로 향했다. 두 갈래 물결이 있었다. 첫 번째는 경공업이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주인공 오애순의 큰아버지는 애순이더러 부산의 섬유·신발·가발 공장으로 가라고 압박한다. 마산의 한일합섬, 부산이나 대구의 섬유업체들은 1960~1980년대 젊은 여성 노동자들을 빨아들였다. 서울에 평화시장 전태일과 여공의 이야기가 있다면, 마산에는 전국 팔도 소녀들이 고향 흙으로 조성한 '팔도 잔디'의 사연이 있다. 본격적인 동남권 이주를 만든 두 번째 흐름은 1973년 중화학공업화다. 포항·울산·거제·창원·광양·여수에 포스코를 시작으로 자동차·조선·석유화학·방산 사업장이 들어서면서 전국의 청년 남성들이 산업도시로 몰려들었다. 성실하게 일하면 "쨍하고 해 뜰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였다. 중화학공업화 이전에는 공대를 나와도 할 일이 없었지만, 이제는 공고·전문대 출신 기능인력 모두가 현장에 빠르게 투입됐다. 당시 과기처 보고서에는 인원 부족 타개가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등장한다. 국방만큼 산업화가 중요하다 보니 병역특례 혜택도 많았다. 공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 청년이 40년씩 회사를 지켰고, 직업훈련소에서 몇 달 교육을 받은 이들도 곧바로 1인분을 해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처우가 개선되면서 고임금·높은 근속·성과급·복지를 누리는 '중공업 가족'의 신화가 완성됐다. 상경한 사람들과는 다른 경로로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창출됐고, 그게 지방 도시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1970년대식 방식은 가능하지 않다. 대기업이 고용하려는 인원의 구성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2024년 현대자동차그룹은 2026년까지 8만 명 고용을 약속했는데, 6만7천 명이 사무직 또는 기술직·연구개발직이었다. 나머지 1만3천 명도 생산직 신규 채용이 아닌, 정년퇴직자의 촉탁 재고용이었다. 많은 지자체들은 국가산단과 대기업 공장 유치로 생산직 고용을 창출하려 하지만, 청년들은 내일채움공제나 정주 보조금을 얹어도 양질의 일자리로 여기지 않는다. 청년들은 대기업 원청 정규직이 아니라면 공장 대신 물류센터 버스를 탄다. 공장·조선소 알바가 흔했던 창원의 청년들도 이제는 제조업체에 가지 않는다. 대학진학률이 76%에 달하는 시대에 생산직을 권하는 건 눈높이 문제가 아니라 존재론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첨단'을 아무리 붙여도, 원청 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이상 청년들은 거부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 일자리 문제는 결국 어떤 종류의 일자리를 만드느냐의 문제다. 현재의 노동시장을 고려할 때, 지역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이전보다 제조 대기업의 연구소, 연구개발·엔지니어링 기능을 통합적으로 갖춘 사업장, 그리고 창업기업이다. 그런데 민간기업을 지방으로 강제로 보낼 수는 없다. 시장경제가 성숙한 지금, 기업이 자발적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혁신생태계라는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1970년대 고속도로가 산업화의 전제 조건이었듯이. 활성화된 산학연 연구 공동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 사업을 해보겠다는 창업가들의 네트워크, 그걸 뒷받침하는 선진화된 금융과 행정이 필요하다. 그냥 부지를 인허가 해준다고 될 일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진화가 필요한 이유다. 구색을 갖출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고민하다 보니 행정통합과 메가시티, '서울대 3개'를 언급하게 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 시티 투자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6.2.27(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해 2월, 현대차그룹이 전북 새만금에 9조 원 투자 협약을 맺었다. AI 데이터센터·로봇 공장·수소 클러스터를 묶은 이 협약은 정부의 5극3특 전략과 정확히 연동됐고, 정부는 이를 국토 대전환의 첫 선도 모델로 공식화했다. 껍데기로서의 공장 유치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규제 혁신과 기업 기술투자가 맞물린 복합 클러스터다. 이 구조가 바로 지방에 필요한 '빅 딜'의 형태이며, 서울·수도권으로만 향하는 이촌향도의 흐름을 구부리는 열쇠다. 지식기반 일자리의 구상 기능을 각 거점에 집약해 분산하는 일, 이제 제 방향에 서긴 했다. 속도와 밀도 있는 조율이 관건이다.  ◆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정치학, 문화인류학을 거쳐 공학 박사(과학기술정책 전공)를 받았다. 제조업, 엔지니어, 산업 생태계에 대해서 현장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2019),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2024) 등이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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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조 현장, 피지컬 AI의 '데이터 광산'으로 깨워야

피지컬 AI 시대의 격차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의 누적 속도에서 결정된다…제조 현장에서 시작된 데이터의 흐름이 물류로, 건설로, 나아가 우리 가정의 일상을 돕는 서비스 로봇으로 이어질 때 한국의 피지컬 AI는 비로소 '세계 1위'라는 목표를 향한 실질적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장 정부가 피지컬 인공지능(AI)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명확히 선언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올해 2월 확정한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에서 오는 2030년 피지컬 AI 세계 1위를 국가 목표로 못 박았고, 이재명 정부의 30대 선도프로젝트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3대 강국 진입,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AI 팩토리 전환 등 7개의 피지컬 AI 과제가 포함됐다.  산업통상부는 2026년 예산에서 피지컬 AI 개발에만 4022억 원을,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에 2200억 원을 배정했고, 과기부는 AI 과학자·휴머노이드 원천기술 개발에 2342억 원을 투입한다. 방향은 명확하고, 의지도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 경쟁에서 진정한 승부처는 어디인가. 피지컬 AI의 핵심 기술은 시각·언어·행동을 결합한 VLA 모델, 즉 로봇이 보고·판단하고·행동하도록 학습시키는 기술이다. 거대언어모델(LLM)이 인터넷의 텍스트로 언어를 습득했듯, VLA 모델은 수백만 건의 '행동 데이터(robot action data)'를 통해 물리 세계를 학습한다. 로봇 팔이 부품을 조립하는 궤적, 양손이 협력해 물체를 집어 올리는 순간, 불규칙한 제품을 선별하는 감각-운동 데이터가 피지컬 AI의 학습 원료다. 그리고 이 원료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시제품(왼쪽)과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무대에 공개돼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미국은 구글을 중심으로, 중국은 정부 주도의 '국가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를 통해 이미 수억 건의 행동 데이터를 쓸어 담고 있다. 피지컬 AI 시대의 격차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의 누적 속도에서 결정된다. 우리가 예산을 편성하고 협의체를 구성하는 사이, 경쟁국은 데이터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쌓아가고 있다. 한 번 벌어진 데이터 격차는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을 반도체 산업의 역사가 이미 증명했다. 이 문제를 돌파하려는 시도 중 하나가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 즉 'Sim-to-Real' 전략이다. 가상 환경에서 수천만 번의 동작을 시뮬레이션해 실제 데이터 수집의 물리적·시간적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Isaac Sim), 구글의 MJX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핵심이 있다. 시뮬레이션이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가상 세계 자체가 현실을 정확히 모델링해야 한다. 재료의 마찰력, 부품의 유연성, 공정의 불규칙성—이 모든 물리적 현실을 디지털 트윈에 담으려면 결국 실제 현장의 행동 데이터가 기초가 돼야 한다. 시뮬레이션은 데이터를 증폭하는 기술이지, 데이터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이 데이터가 지금 한국에서 특별히 절박한 이유가 있다. 우리 제조 현장은 인구 절벽이라는 구조적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숙련 기술자의 고령화와 청년 유입 감소로 생산 현장의 인력 공백은 이미 현실이 됐다.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 공백을 메울 현실적 대안이다. 다시 말해, 행동 데이터 인프라 구축은 기술 경쟁의 문제를 넘어 국민의 삶과 산업 생존을 지키는 사회적 과제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산·학·연 공동 활용을 위한 행동 데이터 팩토리 구축에 착수했고, 일부 기업은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통해 실제 제조 공장에서 '데이터 플라이휠'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은 아직 파편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소유권이다.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공정 노하우가 담긴 데이터를 기업이 외부와 공유하는 것은 영업비밀과 보안의 관점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해법은 두 가지 축으로 설계돼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데이터는 현장에 머물되 학습 결과만 공유'하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을 국가 표준으로 채택해야 하며, 제도적으로는 데이터 기여도에 따라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가점·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데이터 바우처·인센티브'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로봇의 관절 각도, 토크(힘), 촉각 센서 데이터 등 '로봇의 오감'을 디지털화하는 공통 표준 규격을 확립해야 한다. 이 공통 언어 없이는 제조 현장의 데이터도, 가정용 서비스 로봇의 생활 데이터도, 의료 보조 로봇의 정밀 동작 데이터도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사장된다. 과거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 시대의 혈맥이었듯, 행동 데이터 플랫폼은 AI 전환 시대의 새로운 국가 혈맥이 될 것이다. 제조 현장에서 시작된 데이터의 흐름이 물류로, 건설로, 나아가 우리 가정의 일상을 돕는 서비스 로봇으로 이어질 때 한국의 피지컬 AI는 비로소 '세계 1위'라는 목표를 향한 실질적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장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KIST AI·로봇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로봇 분야 연구를 수행하며 국가 과학기술 전략 수립과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다. 인공지능 기반 영상인식, 선별 및 전역 관제 등 다양한 AI 분야에서 다수의 원천기술을 개발해 산업 및 공공 영역에 확산시켰다.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했고, 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과 KIST 미래재단 석학상 등을 수상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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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바꾼 것은 유가가 아니라 질서다

이번 전쟁은 국가 전략의 재설계를 요구한다. 우리 취약성의 핵심은 원유 수입 자체보다, 제조업 투입재가 외부 에너지와 공급망에 깊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초소재와 물류까지 포함한 가치사슬 전체를 국가안보 시야로 끌어와야 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미·이란 전쟁 휴전에도 호르무즈 해협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평시의 10%에 불과하고, 에너지 시장은 충돌의 종료보다 불안의 상수화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얽힌 선박 스케줄과 폭등한 보험료, 파열된 물류 계약이 정상화되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투는 멈춰도 비용은 남는다.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은 세계 교역의 대전제였던 자유로운 항행과 예측 가능한 공급망이 더 이상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전쟁은 1970년대 오일쇼크나 1991년 걸프전과도 다르다. 과거가 원유 가격 급등의 충격이었다면, 지금은 원유와 LNG뿐 아니라 비료, 헬륨, 황, 석유화학 원료 등 산업 밑단의 중간재까지 흔드는 복합 공급충격이다. 여기에 미국의 해상질서 보장 축소 신호가 겹치며 세계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이 변화는 에너지 정책도 바꾸고 있다. 화석연료의 지정학적 인질극이 상시화되면서 에너지 전환은 이제 기후정책을 넘어 안보정책으로 읽힌다. 각국 정부가 추진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 강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낮추지 못하면 국가 전체가 지정학의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이번 위기는 탄소중립의 당위보다 에너지 자립이라는 생존의 현실이 더 시급함을 보여준다. 6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한림해상풍력발전기의 모습이다.이재명 정부는 이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 체계를 전면 전환하고 산업·수송·난방 전반의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내놨다. 2026.4.6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이 이번 충격에 더 민감한 이유는 산업구조에 있다. 한국은 원유를 단순히 소비하는 나라가 아니라, 나프타와 산업가스, 화학원료를 들여와 이를 반도체·배터리·석유화학·자동차 같은 주력 제조업으로 연결하는 경제다. 따라서 중동발 공급 차질은 단순한 유가 부담을 넘어 제조업의 출발점 자체를 흔들 수 있다. 특히 적시생산에 익숙한 산업 구조에서는 작은 물류 지연이나 원료 부족도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제 에너지, 통상, 산업은 따로 볼 수 없으며, 산업 밑단까지 포괄하는 경제안보의 시각이 필요하다. 이번 전쟁은 국가 전략의 재설계를 요구한다. 우리 취약성의 핵심은 원유 수입 자체보다, 제조업 투입재가 외부 에너지와 공급망에 깊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초소재와 물류까지 포함한 가치사슬 전체를 국가안보 시야로 끌어와야 한다. 공급망 취약성을 상시 점검할 통합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미국과의 관계도 단순한 원유·LNG 구매를 넘어 원전·핵연료·전력망·에너지 인프라를 포괄하는 산업안보 파트너십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대미투자 역시 관세 회피가 아닌 공급망 안정과 산업거점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설계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단순히 충격을 버티는 나라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쉽게 대체되지 않는 협력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방산·조선·반도체뿐 아니라 첨단공정과 운영역량 자체를 전략 자산으로 만들어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중동 의존을 줄이기 위한 물류·에너지 선택지도 넓혀야 한다. 북극항로와 북극해 개발은 당장은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공급 다변화와 리스크 완화를 위한 전략 카드로 검토할 가치가 크다. 향후 미·이란 관계 정상화를 대비해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일본 종합상사 모델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5대 상사는 가스전부터 터미널, 발전까지 포함한 전체 가치사슬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며 2024년 자주개발률 42.1%라는 성과를 냈다. 그 결과 일본은 에너지 안보의 보험을 비교적 두텁게 마련했다. 한국도 이제 사오는 방식에서 확보하는 방식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이번 전쟁이 보여준 것은 기존 세계질서의 장치가 더 이상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남의 질서에 기대는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 공급망의 규칙을 설계하고 연결하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호르무즈의 경고를 넘어 제조업 강국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연세대 경제학과와 KDI대학원(MBA)을 거쳐 건국대에서 무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한국무역협회 입사 후 30년 이상 수출입 동향분석과 글로벌 통상전략 수립을 주도해온 무역 전문가다. 현재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으로서 수출경쟁력 강화, 산업별 공급망 안보, 신통상질서 대응 등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이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정책 칼럼 (korea.kr)

BTS, 힙합 아이돌의 귀환

BTS의 귀환은 함께 하나의 이름 아래 돌아온 사건이고, 이것은 부지런함과 용기와 약속에 대한 태도와 관련된 일이지, 앨범의 경제적, 통계학적 결과의 문제가 아니다. 케이팝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BTS뿐 아니라 모든 돌아오는 그룹들에게 덜 성공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2020년 팬데믹과 함께 세계 투어가 정지되었던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햇수로 6년 만에 7인 그룹으로 돌아왔다. 14개 트랙이 담긴 정규 앨범 <아리랑>의 발매부터 광화문 공연까지 이들의 귀환은 예외 없이 여러 가지 이슈를 몰고 왔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케이팝 현상의 가장 핵심적 이벤트인 아티스트와 팬들의 재회인 4월 9일 고양시 종합운동장의 월드투어 첫 번째 공연에서 찾아보려 한다.  이번 BTS 월드투어는 경기장의 한편을 활용해 설치하던 그동안의 무대를 스타디움 투어에 맞도록 바꿔서 운동장 한가운데 360도에서 관람 가능한 무대를 설치했다. 이에 걸맞게 동원되는 보조 인력의 수, 조명, 화염, 연기, 폭죽 등도 스케일이 커졌다. 일곱 명 멤버들은 쏟아지는 차가운 빗줄기 속에서 최대의 팬들과 가장 가깝게 만나기 위해 운동장 한가운데서 네 방향으로 뻗어 나온 브릿지 위를 계속 달리거나, 무대 한가운데 설치된 회전판을 활용했다. 공연 말미에 육상경기 트랙을 따라 전체 공연자들이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이런 스케일의 클라이맥스로 적합했다. 이러한 무대는 군 복무를 마치고 더 이상 '소년단'이 아닌 정체성으로 진입한 멤버들이 노랫말에서도 언급했듯 과도한 에너지가 요구되는 칼군무의 스펙터클로 소진되지 않으면서도 퍼포먼스가 핵심적으로 중요한 케이팝 아이돌 그룹 무대공연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BTS 월드투어 공연장인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앞에서 팬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6.4.9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러한 무대는 이번 앨범의 곡들이 적어도 과거와 같은 BTS 안무의 특성인 고에너지 칼군무 퍼포먼스가 필수적인 곡이 아니라는 사실과도 연관된다. 이번 공연에서 이들의 군무는 기하학적인 정확성을 지향하지 않고 힙합적인 흥과 기세를 중시하며, 위와 같은 무대 설치도 그동안 개인 활동들을 통해 멤버들의 개인 정체성이 강화된 이 그룹이 함께 또는 개별적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선택이다. 아이돌 문화의 뿌리를 느끼게 했던 지난 월드투어에서 볼 수 있었던 개인을 미화하는 클로즈업 소개영상이나 개인, 유닛의 곡도 사라졌고, 오직 일곱 명이 하나의 이름 아래 그동안 이룬 그룹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공연의 후반부를 구성하는 과거 노래들의 열띤 떼창에서, 실험적으로 들리는 이번 앨범의 곡들도 이 월드투어가 끝날 즈음엔 떼창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영어 가사로 되었으며 대중적이지 않은 이번 곡들을 한국 아미들은 그동안 해외 아미들이 그래왔듯 번역을 통해 곱씹으며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그동안 한국어 가사가 해외 아미들에게 번역 과정을 통해 의미에 집중을 요구했듯, 한국 아미들에게 부과된 이러한 노력 요구는 꼭 불편하고 거리를 만드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로 BTS를 이해한 최근 팬들은 아마도 이들의 데뷔 시절부터의 음악적 메시지를 톺아보고 있을 것이다. 이 무대는 앞으로 이어질 23개국 85회 스타디움 공연에서 재연될 것이다.  BTS가 군백기(군대공백기)라는 케이팝 산업의 거대한 구조적 장벽과 6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완전체로 컴백한 사건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팝 시장의 큰 뉴스이고, 국내외에서 이에 걸맞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영어가사가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앨범이 갑자기 아리랑을 '재료'로 활용한 이유, 광화문이라는 한국의 과거와 동시대 역사에서 두터운 의미가 켜켜이 쌓인 국가적 공간을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회사의 미디어 이벤트 장소로 내준 것, BTS라는 하이브 최대 자산이 복귀했는데 하이브의 주가는 떨어진 이유, 이 앨범 제작에 이름을 올린 전 세계 작곡가들의 숫자와 면면이 모두 이슈가 되었다. BTS가 돌아왔다는 것 외에는 어떤 새로운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AFP는 BTS의 귀환을 계기로 과도한 연습생 제도, 아이돌들에 대한 여러 압박과 자살 등 지난 20년 동안 수없이 반복되어 온 케이팝의 어두운 이면을 나열한 기사를 제공했고, 이 기사는 세계 여러 매체에서 그대로 공유되었다.  이와 같은 갈등은 한국이라는 지역성과 세계성 사이의 민족주의적 긴장, 여전히 그리고 오래된 케이팝 산업의 창의성과 창작자들의 예술가성 사이의 긴장이 겹친 형국이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아리랑> 앨범 제작 비하인드 다큐멘터리가 말해주듯, 방탄 멤버들은 회사의 아리랑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RM을 제외하고는 영어가 익숙하지 못한 멤버들이 영어로 공연하는 노래들에서 얼마나 힙합 그룹의 진정성이 담길 수 있을지, 수많은 작곡가 이름의 열거가 알려주는 곡 생산과정의 모듈과 믹스방식에서 멤버들의 몫은 무엇일까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다양한 송 캠프를 통해 생산되는 현금 글로벌 팝 음악 산업에서 왜 BTS의 앨범은 예외적이어야 함을 기대하는 것일까, 서로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여러 해외 작곡가들이 한 곡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케이팝 산업이 지닌 힘 아닐까를 반문할 수도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1일 오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고양>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2026.4.11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을 통해 드러나는 가사의 힘 속에서 리더 RM과 힙합라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들의 노래와 춤사위를 통해 각 멤버들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을 팬들은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들리는 우아한 국악 믹스 음향과 공연의 중간에 강력한 에너지와 함께 등장하는 "바디 투 바디"의 마지막에 떼창으로 이어지는 아리랑 또한 향후 일 년 반에 걸친 85회 공연에서 재연되면서 매회 경기장을 달아오르게 할 것이다. 아마도 아리랑 의미의 재해석과 관련한 구성원들의 초반 걱정은 기억 저 너머로 사라지고 재회의 기쁨과 에너지만 남을 것이다.  해외 챠트에서의 성공 또한 하이브의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중요할 디테일이지, 다시 길 위에 선 이들은 세계 투어를 통해 자신들의 감각을 다시 벼르고 BTS 2.0의 정체성을 재교섭해 나갈 것이다. 이들의 귀환은, 훨씬 안전하고 편한 삶인 그룹해체나 개인 커리어가 아니라 함께 하나의 이름 아래 돌아온 사건이고, 이것은 부지런함과 용기와 약속에 대한 태도와 관련된 일이지, 앨범의 경제적, 통계학적 결과의 문제가 아니다. 케이팝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BTS뿐 아니라 모든 돌아오는 그룹들에게 덜 성공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 기록은 갱신하라고 있는 것이라 하며 우리는 갱신만 기억하지만, 인생의 대부분 경우 기록은 갱신되지 않으며 팬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 이 팬덤의 밖에 있는 사람들은 팬덤 문화가 수행해 온 이 세상의 일들과 가능하게 만든 것들에 대해 관심을 쏟아야 할 뿐이다.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 연구자로 정진하면서 팬덤 온라인 참여관찰로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방법을 거쳤으나 스스로는 여전히 세상 속 의미의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라고 이해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BTS길 위에서>를 출판했고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문화산업, 한류현상의 이론화를 위해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다년간 연구 중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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