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서너 번은 '고요' 속으로... 다정한 약속을 나눈 날
지난 5월 30일 토요일, 초록이 무성한 날 '파주 시니어공간 나날 책방'에서 , , 등으로 잘 알려진 도종환 시인의 북토크가 있었다. 과천, 성남, 서울, 김포 등지에서 시인을 만나기 위해 많은 독자들과 제자들이 책방을 찾아주었다.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마주친 시 한 구절이 가슴을 '쿵' 하고 내리치며 삶을 흔들어 깨우는 경이로운 순간들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인생의 시와 순간들이 있다. 김남주와 박노해, 도종환과 신동엽 등의 시가 그러하다. 굽이굽이 인생의 어느 시점, 우연히 찾아온 시 한 줄이 거대한 해일이 되어 우리의 삶의 궤적을 바꿔 놓는 순간을 경험한 이가 어디 나 뿐이겠는가? 각박한 세상의 문법에 길들여지지 않고 자신만의 품위를 지키며 살기 위해 애쓰다, 우연히 펼친 책장 속에서 혹은 길가의 글귀에서 가슴을 치는 시 한 구절을 만났던 각자의 순간들을 말이다. 이날 오후 만난 도종환 시인의 나지막한 고백이 그러했다. "시가 내게 어떻게 왔는가?"라는 화두와 함께 담담하게 이어가는 시인의 어린 시절과 그 서사들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나의 힘겨웠던 어린 시절을 아프게 떠올렸다. 시인의 가난과 나의 가난이 시공간을 넘어 맞닿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시인이 풀어내는 굴곡진 삶의 서사는 나의 오래된 상처를 건드리며 가슴을 저며 왔다. 시인은 가난과 절망과 좌절을 시로 승화 시켰다. 돌이켜보면 가난은 늘 숨 막혔고 좌절과 고통으로 이어졌다. 상실과 아픔은 어린 나를 늘 움츠러들게 했다. 때론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주어지는 것일까?" 눈물로 원망하던 숱한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교사가 되었을 때 아이들의 거친 반항 뒤에 숨겨진 상처가 먼저 보였다. 저마다의 고통과 이유로 세상의 문을 닫고 방황하는 아이들이 먼저 가슴에 들어와 함께 울었다. 시인의 말처럼 만약 나에게 그런 고통과 상처와 아픈 기억들이 없었다면 내게 온 아이들의 그늘을 쉽게 알아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인의 문학이 상실과 아픔 등에서 비롯되었다면, 나의 교사로서의 소명 의식은 아이들이 지닌 각자의 다양한 서사와 아픔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는 연민과 눈물에서 시작되었다. 그 날 시인의 진솔한 고백에서 시작된 파도가 누군가에게는 청춘을 회고하는 서정의 빛깔로 피어나고, 또 어떤 이에게는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현실을 지혜롭게 이겨낼 위로가 되며, 마침내 서로를 지극히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시간이 되었기를 기대해본다. 시인에게 시가 어떻게 왔는지 알 수 있는 글을 함께 나누며 잠시 고요 속으로 걸어가 본다. 이 글귀 속에 시인의 인생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나의 문학은 가족의 해체에서 출발하였다 나의 문학은 가난에서 싹이 텄다 나의 문학은 좌절에서 시작하였다 나의 문학은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꿈틀거렸다 나의 문학은 상실에서 비롯되었다 나의 문학은 버림받음에서 지속되었다 나의 문학은 아프고 병든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