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피고 프랑스로 떠난 감독의 최후... 홍상수가 다시 보였다
<밤과 낮>은 홍상수 감독의 8번째 장편영화다. 2008년 작인 영화로부터 18년이 지나는 동안 홍상수는 30편가량의 영화를 더 발표했다. 그의 영화작업엔 뚜렷하진 않아도 분명한 변화가 관측됐다. 누군가는 더 자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말했고, 누구는 위악을 걷어내고 자연스러워졌다고 하였다. 다른 누구는 솔직해진 홍상수를 격찬하거나 비난했고, 또 다른 이는 그의 영화가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하였다. 나는 그 모두가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밤과 낮>은 여러모로 특별한 지위를 가졌다. 2년 정도가 걸려 한 편을 완성하던 과거로부터 훨씬 더 빠르게 영화를 찍고 관객 앞에 보이기 시작한 시작점이란 게 그중 하나다. 데뷔는 1996년, 차기작은 1998년에 나왔다. 그로부터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있기까지 2년마다 한 작품씩을 내놨다. 2005년엔 <극장전>, 2006년엔 <해변의 여인>을 발표하더니 다시 2년 주기로 돌아와, 무대를 해외, 그것도 프랑스로 전격적으로 옮겼다. 그리고 <밤과 낮>이 나왔다. 이후엔 한 해에 두 편, 혹은 세 편까지 내놓은 적도 많았다. 오늘에 이르는 홍상수의 성실한 작업이 시작된 시점이다.
아마도 제작비가 큰 영향을 미쳤을 테다. <밤과 낮>은 홍상수 감독이 첫 HD(High Definition)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다. 35mm 필름 촬영에서 벗어나 디지털카메라로 전환해 비용을 상당 부분 절감했다. 일찌감치 세계적 명성을 얻어 배우들이 국제영화제 무대로 진출할 수 있으니 캐스팅엔 문제가 없었다. 바야흐로 외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작품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홍상수식 방법론이 완성되어 가는 시기라 할 만하다. 대부분 한국 독립영화 감독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그를 따내지 못하면 작품 자체가 엎어지기 일쑤인 걸 고려하자면 제작 차원에서의 독립시스템을 일찌감치 고민하고 마침내 구축해 낸 그가 다시 보일 수밖에 없다.
쉽게 판단하지 않고 구덩이 파는 감독
또 한 가지, <밤과 낮>은 홍상수 필모그래피 전체에서도 가장 긴 영화다. 러닝타임이 무려 144분으로, 2시간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에선 드문 사례가 된다. 독자적인 영화사 전원사를 세워 규모를 작게 하고 다작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직전, 해보고픈 걸 마음껏은 아니라도 아무튼 감행한 작품이랄까.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린 '홍상주 전작전: 인트로덕션'에서 이뤄진 <밤과 낮> 상영엔 그와 각별한 관계가 있는 캐나다 영화평론가 마크 페란슨이 자리했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홍상수의 특징인 반복과 변주, 예를 들어 <극장전> 같은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반복과 변주가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지며 선형적이고 일기 같은 구조와 영화의 확장된 길이에 주목하게 된다"며 "특유의 클로즈업도 그렇고, 이 영화에선 유달리 좌우로 팬 전환도 많이 활용한단 점이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인물에 대해서도 "언제나 그렇듯 홍상수는 쉽게 판단하지 않고 점점 더 깊은 구덩이를 파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며 "그 영화의 다른 거의 모든 남성 주인공과 달리 성남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화가인데 형체가 없고 덧없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름만을 그리는 게 그의 불안정함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듯하다"고 평했다. 다분히 홍상수가 구축해 온 지난, 또 이후의 작품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을 또한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동시에 따로 만나기 어려운 새로운 모습 또한 담겨 있으니, <밤과 낮>은 홍상수 영화의 어느 경계에 위치한 도전적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대마초 피웠다가 입국 못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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