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데이트폭력 1호 사건' 피해자, '장윤기 사건' 보며 두 번 운다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이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입증할 핵심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8년 전 같은 경찰서에서 '광주 데이트 폭력 1호 사건' 가해자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A씨도 참담함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이른바 '광주 데이트폭력 1호 사건'의 가해자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A씨는 "경찰 가족이 연루된 사건의 부실·편파 수사 관행이 8년이 지나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2026년의 리얼돌·케이블 타이, 2018년엔 CCTV였다두 사건은 모두 광주 광산경찰서에서 초기 수사를 맡았고 가해자 측이 '경찰 가족'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난 2018년 10월, A씨는 전 여자친구 B씨를 납치·감금하고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채 8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B씨의 아버지는 전직 경찰서장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광산경찰서 수사관들은 A씨 측의 CCTV 확인 요청을 묵살하고 조사 중 수백 차례의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
하지만 A씨의 어머니가 직접 확보한 현장 CCTV 영상에서는 오히려 B씨가 A씨를 폭행하고 멱살을 잡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경찰이 불법적으로 CCTV 영상을 취득하고 컬러 영상을 흑백으로 조작해 제출한 정황이 밝혀졌다. 또한 당시 광산경찰서 수사관들이 A씨에게 "더 이야기하지 말고. 답 엎어지니까"라며 진술 내용을 정해진 대로 적으라고 겁박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한 8년 전의 수사 방식은 장윤기 사건 초기 수사에서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인 '리얼돌'과 '케이블 타이'를 외면하고 방치한 행태와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장윤기 사건' 증거 은폐 의혹A씨가 분노하는 이유는 최근 광산경찰서에서 초동 수사를 맡은 장윤기 사건의 전개 양상이 자신의 사건과 소름 돋게 닮아 있기 때문이다.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아버지는 광주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중간 간부였으며 큰아버지 역시 전남지역에서 경찰로 재직 중이다.
장윤기의 아버지 장 경감은 아들의 성범죄 동기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인 훼손된 '리얼돌'과 휴대전화를 자체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장윤기 사건을 맡은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은 장윤기의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성범죄 및 납치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인 '케이블 타이'를 보고도 방치해 증거 인멸을 도운 혐의로 지난 8일 구속됐다.
결국 경찰이 단순 살인으로 넘기려 무시한 강간 목적 범행의 결정적 단서들은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서야 뒤늦게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경찰 가족 챙기기 여전…사법피해자 두 번 운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8년 전이나 지금이나 '경찰 가족'이라는 이유로 증거를 숨겨주는 행태는 전혀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잘못된 수사를 했던 조직을 갈아엎고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졌다면 오늘날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로지 내 자식 챙기기에 급급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가해자 가족이 법을 잘 아는 경찰임에도 단지 친족이라는 이유로 증거 인멸에 대한 처벌을 피할 수 있게 한 형법상 '친족 특례' 조항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A씨는 "수사 방식과 법을 잘 아는 경찰이 증거를 숨겨 남들 30년, 무기징역 받을 것을 10년으로 줄여주는 꼴"이라며 "내 자식이 감옥 가는 것을 막고 싶은 부모 마음은 이해하지만, 애초에 수사 자체에서 완전히 배제시켜 접근조차 못 하게 막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랜 기간 외로운 법적 다툼을 이어온 A씨는 억울한 사법피해자들의 현실과 경찰 수사의 민낯을 고발하는 내용의 책 출간을 이달 중 앞두고 있다.
한 번은 가해자의 덮어씌우기 범행에 울고, 두 번째는 진실을 밝혀야 할 수사 기관의 조작 및 짜맞추기 수사에 우는 사법 피해자들.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 가족' 연루 사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외부 견제 장치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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