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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기와는 약해도 함께 놓이면 지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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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기와는 약해도 함께 놓이면 지붕이 된다"

검은 기와에 여러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고, '코스모스인아트'라는 단체명 아래에 '만사형통'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글씨의 크기와 모양을 보아하니 누군가 기와에 이름을 정성스럽게 남기며 그들의 마음을 보탰다. 함초롬 안무가가 동료들과 이 기와에 소원을 적은 것은 지난 2023년 2월이다.

복합예술단체 '코스모스인아트'의 출발점이 된 〈음미하는 몸_인천〉 작업을 위해 사찰을 찾았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그는 사람들이 기와에 소원을 적어 시주하는 모습을 봤다. 단체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동료들과 기와 한 장을 골랐다.

글씨를 다 쓰고 난 뒤 그의 시선은 기와에 오래 머물렀다. 한 장의 기와는 예상보다 연약해 보였다. 부드러운 곡선과 단단한 표면을 가졌지만, 잘못 다루면 금세 깨질 것 같은 불안함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와들이 여러 장 겹쳐 지붕 위에 올라가자 전혀 다른 존재가 됐다. 서로를 누르고 받치며 거대한 건축물을 지키는 구조가 된 것이다.

"기와 한 장만 보면 어딘가 불안해요. 그런데 여러 장이 모여 지붕을 이루면 굉장히 든든하잖아요. 개인이 가진 불안정한 이야기들이 모여 연대하고, 의지하면서 거대한 무언가를 버텨내는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그날의 기억은 3년 뒤 신작 〈K I W A〉로 완성됐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일 함초롬 안무가와 인터뷰를 가졌다.

머릿속 도서관에서 꺼낸 질문

함초롬은 한국무용으로 춤을 시작한 뒤 중학교 3학년 때 현대무용으로 방향을 바꿨다. 안무와 연출을 오가며 자연과 과학, 철학과 사회현상을 몸의 언어로 연결해왔다. '코스모스인아트'에서는 움직임을 영상과 소리, 다양한 물성과 결합하며 무대의 경계를 넓혀갔다.

그는 자신을 "세상을 관찰하다 못해 호기심이 넘치는 창작자"라고 소개한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잠시 멈춰 사물을 들여다보고, 자료를 찾으며 자신만의 연구를 시작한다. 그렇게 모은 기억과 질문은 머릿속 도서관에 한 권씩 꽂힌다. 작품을 만들 때면 오래전에 바라본 사물과 나눴던 대화, 어느 날 읽은 문장과 미처 풀지 못한 질문을 다시 꺼낸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물질과 철학을 연결하고, 그 사이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이 그의 창작 방식이다.

2021년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MODAFE)에서 선보인 〈성숙〉도 그 연장선이다. 작품은 나약함과 강인함이 한 몸 안에서 충돌하고 공존하는 과정을 다뤘다. 신작 〈K I W A〉에 등장하는 불안한 개인과 서로를 지탱하는 몸 역시 갑자기 생겨난 질문이 아니다. 존재와 성장, 관계에 대한 오랜 탐구가 기와라는 물성을 만나 새로운 형태를 얻은 셈이다.

한때 그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잘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성공한 컨템포러리 작품의 공통점을 분석하고, 세련되고 트렌디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작품은 자신의 역량과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에 가까웠다. 그 방향을 바꾼 작품이 2023년의 〈Mind the Gap〉이었다. 당시 함초롬은 세대 차이로 인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해되지 않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든 이유를 찾으려는 사람이었지만, 자신보다 위아래 세대가 바라보는 세계는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제자가 스승을 무용수로 섭외하는 다소 발칙한 선택을 했다.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이었다. 잘 만든 작품을 보여주는 것보다 다른 세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작업 기간 내내 스승과 얘기를 나눴다. 때로는 또래 세대를 대신해 "우리 세대는 이런 생각을 한다"고 설명하는 변호인이 됐고, 스승 세대의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그것을 동료들에게 전달했다.

"다른 사람을 제 시선 안에 넣고 함부로 해석하지 않게 됐어요.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바라보는지 더 물어봤죠.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야에 비로소 '우리'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자신을 증명하려는 창작은 그렇게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묻는 작업으로 옮겨갔다.

할머니의 얼굴에서 발견한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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