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인다' 강대강으로 치닫는 美-이란 갈등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군은 호르무즈 역(逆) 봉쇄에 이어 이란 남부 군사 시설 등을 닷새 연속 공습하며 이란을 압박했고, 이란 역시 결사 항전을 천명하며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특별지시 닷새 연속 공세…이례적 대낮 공습
미군은 15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주둔 중인 이란군을 집중 공습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민간 상선을 위협해 온 이란의 공격 수행 능력이 한층 더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인 11일 공습 재개를 기점으로 닷새 연속 공습이다.
특히 미군은 그동안 주로 야간에 공습을 단행했는데, 이날은 이란 시간으로 대낮에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란을 겨냥한 오전 공습을 단행했다. 작전은 미 동부 표준시 기준 오전 7시 30분에 최종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공습은 오전 6시에 시작됐는데, 이란 수도 테헤란 시간으로는 낮 1시 30분이었다.
미군의 오전 공습은 이란 방공망을 대부분 파괴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미군은 특히 대툰브 섬(Greater Tunb Island)에 있는 이란의 해안 방어 체계와 순항미사일 저장·발사 시설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에 나선 미군은 이날 해상봉쇄를 뚫으려던 상선 2척을 회항시키기도 했다.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란 항구와 연안을 오가는 모든 선박에 대한 통항을 봉쇄하고 있는데, 결국 원유 수출을 차단해 이란의 자금줄을 옥죈다는 전략이다.
데드라인 제시하지 않은 트럼프, 민간 인프라 공습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미군의 공습이 한창이던 지난 13일에도 특별 지시를 통해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명령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민간 선박들이 이슬람혁명수비대로부터 연거푸 공격받자, 종전 MOU 폐기도 불사하고 강공 전략을 꺼내 든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합의를 압박하는 기한을 제시하지 않겠다며 또 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이란의 교량을 공격하기 전에 이란에 주어진 데드라인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데드라인을 제시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 지도부)은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제대로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앞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음 주까지 이란과 종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 민간 인프라까지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란에 구체적인 합의 시한을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조속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군사시설뿐 아니라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습까지 감행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이란, 결사항전 의지 천명…홍해 봉쇄도 시사
문제는 이란의 반격과 결사항전 의지도 만만찮다는 점이다.
이란 측 종전 협상 대표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대국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과 근본적이고 실존적인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적의 목표는 이란의 이슬람 체제 전복을 넘어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종전 MOU와 관련해 "미국이 합의된 의무를 위반해 이란이 그로부터 어떠한 이익도 얻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합의를 준수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우리 군은 언제나 그래왔듯 적의 침략에 맞서 싸울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자폭탄 수십 개보다 더 중요'한 호르무즈 해협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란의 국가 안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식 질서'를 유지하는 데 달려 있다"며 "미국이 무력으로 이 질서를 훼손하려 하지만, 이란은 스스로의 힘으로 적이 뜻대로 하도록 절대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외무부 역시 현재 상황에서 추가 협상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란 정부는 현재 (미국과) 어떤 협상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오직 국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도 미군의 이란 항구 해상봉쇄에 맞서 "적들은 세계 원유 및 가스 수출로를 자신들의 해적을 동원해 차단한 이상,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이익이 되는 다른 원유 및 가스 수출로 역시 차단될 것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역내 원유 및 가스 수출은 모두를 위한 것이거나, 아니면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멘 후티 반군을 동원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 통로인 홍해 인근 바브엘만데브 해협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이 심화되면서 이란 비핵화와 대(對) 이란 제재 해제를 위한 논의는 공회전 중이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양측간 획기적인 긴장완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한, 어렵게 체결된 종전 MOU 역시 폐기 절차를 밟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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