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동한 동네 도서관 선생님이 손자를 위해 남긴 것

집에서 케이크 하나를 놓고 촛불을 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한바탕 웃고 나면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생일 파티가 끝난다. 하지만 나의 손자 로리의 생일에는 해마다 작은 의식 하나가 더해진다. 백설기와 수수팥떡을 준비해 집 앞 어린이도서관 유아 열람실을 찾는 일이다.
돌이 되기 전, 아직 걷지도 못하던 아기 때부터 도서관 유아열람실은 로리의 가장 다정한 놀이터였다. 책을 장난감처럼 만지며 놀았고, 내가 그림책을 읽어주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걸음마를 시작한 뒤에는 거의 날마다 도서관 문턱을 넘나 들었다.
"안녕하세요"라는 씩씩한 인사로 들어가 "안녕히 계세요"라는 서툰 인사를 남기고 돌아왔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까지 도서관은 로리에게 어린이집이자 유치원이었고, 선생님들은 함께 아이를 키워준 든든한 이웃이었다. 유아 열람실을 이용하는 로리 또래의 아기가 없던 때라서 유독 눈에 띄었을 수도 있다.
도서관에서 자란 아이
로리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선생님들은 늘 "우와, 로리 왔구나" 하며 반겨주었다. 덕분에 로리는 자연스럽게 유아열람실의 귀염둥이가 되었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도서관에 가는 횟수는 조금 줄었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하원 뒤에 들러 책을 읽고 빌려온다.
해마다 생일 떡을 나눈 것은 그동안 받은 따뜻한 마음에 대한 감사였다. 선생님들도 북스타트 행사 뒤 남은 그림책을 챙겨주거나 손수 만든 작은 인형을 건네며 로리의 생일과 성장을 축하해주곤 했다. 그렇게 쌓인 정이 어느새 여러 해가 되었다.
올해도 로리의 생일을 앞두고 떡을 준비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며칠 전, 인근 복합문화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뜻밖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집 앞 어린이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선생님 한 분이 그곳에 계셨다.
"선생님이 왜 여기 계세요?"
놀라서 묻자, 그제야 나는 집 앞 어린이도서관의 선생님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인사 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리가 아파 며칠 도서관에 가지 못한 사이의 일이었다. 늘 보던 선생님들이 모두 자리를 옮겼다는 것도, 제대로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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