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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에 모여 앉아 고기 굽는 노인들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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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에 모여 앉아 고기 굽는 노인들의 속사정

영화 <사람과 고기>에서 '고기'의 의미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순전히 폐지 모은 수입원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독거노인이 지불하기에는 너무 비싼 것, 혼자 불판 앞에 앉아 굽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서러워지는 음식. 그것이 양종현 감독의 영화 <사람과 고기>의 출발점이다. 그것은 이들에게 식재료를 넘어 결핍된 욕망이자, 지독한 외로움이며, 동시에 서로를 품어 안는 따스한 연대의 상징이다.

영화는 가난하고 쓸쓸한 세 노인의 무모한 '고기 투어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노년의 존엄성을 묵직하면서도 위트 있게 던진다.

​

찌그러져 죽기를 거부한 세 사람의 만남

​"집만 있고, 수입 없고, 자식 놈들은 싸가지가 없고."

​형준(박근형 분)의 이 직설적인 자기소개는 단 한마디로 대한민국 독거노인의 쓸쓸한 초상을 요약해 준다. 아내를 암으로 먼저 보내고 폐지를 주워 하루를 버티는 형준. 그는 길바닥에서 폐지를 놓고 티격태격 싸우던 우식(장용 분), 그리고 길거리에서 채소를 파는 화진(예수정 분)과 형준의 낡은 집에서 조우한다. ​

이들이 한 상에 둘러앉아 뜨끈한 소고기뭇국을 나눠 먹는 순간부터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뭇국 속에 담긴 고기 한 점을 매개로, 이들은 세상이 노인에게 강요하는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퇴장'을 거부하기로 모의한다. 바로 '무전취식 고기 투어'다.

​소위 '먹튀'라 불리는 무전취식은 엄연한 범죄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범죄를 낭만적으로 미화했다는 혹평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단순한 비행으로 그리지 않는다.

​"살면서 이렇게 가슴 뛰어본 적 있어?" (우식)

"다 늙어서, 세상이 원하는 대로 조용히 찌그러져 있다가 조용히 죽으라고?" (화진)

​화진의 울분 섞인 대사는 이 황당한 일탈의 당위성을 증명한다. 사회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숨죽인 채 늙어가는 것이지만, 이들은 고기를 맛있게 먹는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욕망과 생(生)의 에너지를 증명하고자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법을 어기는 순간에 가장 강렬하게 살아있음을 느끼는 세 노인의 모습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을 아리게 만든다. ​

결국 법정에 서게 된 세 사람이 판사 앞에서 나누는 대화, 그리고 사건을 거치며 서로의 상처를 깊게 들여다보는 과정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뭉클한 장면이다. 동정의 대상이나 구경거리가 되기를 온몸으로 거부하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간암이라는 병을 안고 서울을 떠나는 우식의 모습은 노년의 존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

고독사의 단면

​영화는 유쾌한 톤을 유지하다가도, 독거노인의 현실을 냉혹하게 비추며 관객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형준이 7년 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를 찾아갔을 때, 영양실조로 죽기를 결정하고 죽음을 기다리던 친구와 나누는 대화는 이 영화의 백미이자 가장 슬픈 순간이다.

​"어떻게 굶어 죽을 생각을 다 했냐?"

"돈이 하나도 안 들어...더 이상 재미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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