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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감독의 눈으로 본 탈북 이주민의 서울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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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감독의 눈으로 본 탈북 이주민의 서울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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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한다. '혜선'은 모두 내린 뒤에도 앉아 있다. 검은 양복을 입은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탈북한 혜선은 며칠 심문을 거친 뒤 하나원에 입소한다. 그곳에서 중년의 '숙희', 발랄 10대 '보미'와 친해지며 낯선 땅에서 행복한 삶을 꿈꾼다. 죽을 각오로 탈출한 만큼 뭐든 해낼 각오를 다지지만, 이곳을 '집'이라 여기기엔 갈 길이 멀다.

탈출 당시부터 따지면 9부 능선쯤 도착한 셈이다. 1차로 목숨 걸고 국경을 넘고, 막막한 중국 땅에서 여러 위험을 극복하며 도움의 손길을 용케 얻어 한국 정부와 선이 닿았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적지 않은 이들이 체포되거나 대륙에 떠도는 삶이 되는 걸 고려하면, 셋은 성공 사례로 봐도 무방하다.

이제 가장 높은 벽, 한국 사회에 섞여드는 과정이 남았다. 목숨 걸고 탈북한 그녀들은 마지막 고비가 별것 아니라 여겼다. 하지만 같은 처지라도 셋의 조건은 같지 않다. 이건 우정이나 친분과는 별개 문제다. 살아온 세월만큼 어깨에 짊어진 짐도 늘어난다. 훌훌 털고 스펀지처럼 이곳 풍속과 문물을 흡수하면 될 듯한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혜선은 마음먹으면 뭐든지 다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살아보니 말처럼 쉽지 않다.

남겨두고 온 이들에 대한 걱정과 한탄, 예상치 가뿐히 뛰어넘는 진입 장벽에 혜선은 우직하게 돌파를 선택한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주저앉는단 말인가. 주변 사람들은 저러다 부러질까 염려하며 작은 도움을 내밀지만, 결국엔 홀로 일어서야만 하는 일이다. 24시간 불빛 찬란한 대도시의 주변부에 머물며 이곳이 새로운 고향으로 느껴지길, 자신이 공동체 일원으로 허용되길 소망하며 주인공의 분투는 계속된다. 영화는 그 궤적을 천천히 조망하는 데 집중한다.

덴마크-한국 합작 영화의 특별한 시선

영화를 고르다 문득 특이점을 발견한다. 너무나 한국적 소재라 할 탈북 이주민 소재 작품 연출이 낯선 이방인인 탓이다. 덴마크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이 <하나 코리아>의 연출로 이름을 내건다. 혹시 교포인가 찾아보니 생판 유럽인이다. 이런 경우는 무척 낯설다. 찾아보니 한국과 덴마크 양국 제작사가 합작해서 완성했다. 주요 스태프는 유럽, 배우와 PD는 한국인이다. 대체 어떤 조합이 가능할까 흥미와 걱정이 동시에 나올 수밖에 없다. 신기한 궁합이다.

그런 특징 때문에 분명 극영화이긴 해도 시나리오에 긴밀하게 결합한 실제 당사자의 구체적 경험이 녹아들어 작품은 관찰 다큐멘터리의 접근법을 취한다. 혜선이 한국 땅에 도착하면서부터 산전수전 겪는 일련의 과정은 인물이 정중앙에 위치하지만, 혜선이 상황을 주도한다기보단 관객이 집요하게 그녀의 동선을 추적하듯 펼쳐진다. 카메라는 일찌감치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한 뒤 이동하지 않고 주인공의 행방을 포착하며 원거리에서 줌을 당기듯 그녀를 비춘다.

카메라의 움직임이 곧 주인공의 궤적으로 기능한다. 동료 이주민과 함께 버스를 타고 외부와 고립된 하나원으로 이동하는 장면부터 혜선의 개성보다는 같은 기수 탈북민이란 정체성으로 묶이는 하나원에서의 일상, 정착 교육을 받으며 말로만 듣던 한국에서의 삶을 체험하는 일련의 상황은 교과서적인 그것이다. 굳이 한국영화 속 탈북민이 아니라 요즘 영화제 가면 숱하게 볼 수 있는 세계 각국 이주민 배경 작품 속 캠프나 정착 과정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신참자의 공동체 편입과정으로 보편화한 접근법

한반도 바깥으로 시선을 넓히면, 북한 이탈주민의 한국 사회 통합은 이민자와 별로 다를 바 없다는 시각이 <하나 코리아>를 유사 소재 작업과 차별화한다. 과거 세대가 당연시하던 민족주의 감성을 덧씌우지 않고 당사자를 조명하는 시선은 지금껏 우리가 놓쳐왔던 단면을 정확하게 비춘다. 각도를 조금 교정했을 뿐인데 당연하다고 여기던 이야기가 색다르게 변모하는 셈.

대충 알다시피 과거처럼 '귀순용사' 대접을 떠들썩하게 해주진 않지만, 외국 난민신청자와 비교하면, 법적 국민 대우를 받는 탈북 이주민은 일정한 지원이 이뤄진다. 정착지원금이 지급되고 주거나 직업 알선도 뒤따른다. 당장 급한 생계 걱정은 않아도 된다. 여유를 갖고 천천히 진로를 모색하라 권하지만, 혜선은 고집을 부린다. 자신은 대학에 진학해 간호사가 되겠다고, 한국에선 대학 안 나오면 차별이 심하지 않냐며 되묻는다.

묘한 장치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하나원 진로 담당자는 탈북 여성이 택할 만한 취업 기술교육으로 제과나 제빵, 미용 등 몇 가지를 제시한다. 일자리 구하기 쉽고 배움 난이도도 적당하단 뜻. 한데 어째 실업자 대상 직업교육학원 레퍼토리와 흡사하게 들린다. 아마 남성이라면 제조업 생산직이 거론되었을 테다. 이주노동자나 조선족 아르바이트가 허용되는 일자리를 이들에게도 별 차이 없이 제안한다는 이야기. 한국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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