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실 때보다 빚을 때 더 행복합니다"

우연히 맛본 막걸리 한 병이 시작이었다.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도 아니었던 김지현씨는 지인이 건넨 막걸리 한 모금에 매료돼 발효와 기다림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전통주 빚기는 2년여 동안 수없는 실패와 기록을 거듭한 끝에 올해 강릉단오제에서 '대한민국 창포주 선발대회' 대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전국 최고 창포주를 만든 그는 정작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술을 마시는 것보다 쌀을 씻고, 누룩을 섞고, 발효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김씨에게 양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이었고, 160여 차례에 걸친 양조 기록은 더 나은 술을 향한 연구였다.
지난 8일 단디뉴스는 진주시 정촌면 작은도서관에서 김지현(52)씨를 만나 전국 최고 창포주를 빚기까지의 과정과 전통주가 가진 매력, 그리고 진주에서도 전통주 문화가 충분히 뿌리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 전국 최고 창포주를 만들었습니다. 대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사실 대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장려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더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정도의 기대만 했습니다. 순위권에는 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대상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난해 대한민국명주대상에 참가했을 때 전통주 연구가 박록담 선생님의 술담화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박 선생님의 술을 대하는 자세와 전통주가 가진 가치에 대해 들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상을 받는 것도 기쁘지만, 사실 저에게 대회는 경쟁보다 배움의 자리입니다.
집에서 술을 빚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드리면 '맛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제 술이 정말 얼마나 좋아졌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는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회에 나갑니다. 다른 참가자들의 술을 직접 맛보고, 전통주 명인들과 숨은 고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는 것이 훨씬 더 큰 수확입니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술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원래부터 술을 좋아했던 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전통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술을 좋아해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로 도서관 프로그램이 중단됐던 시기였습니다. 지인이 직접 담근 막걸리 한 병을 가져왔는데 집에서 만든 술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맛있었습니다. 그 한 잔이 제 생각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집에서도 이런 술을 만들 수 있구나.' 그 호기심이 사천에서 최인태 촌장이 운영하는 막걸리문화촌으로 이어졌고, 다시 창원의 허승호 선생님 전통주 수업으로 이어졌습니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서울에서 누룩 과정까지 배우고 있습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더 궁금한 것이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전통주는 인공 첨가물 없이 우리 쌀과 우리 누룩, 그리고 물만으로 빚는 술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집집마다 가양주를 담갔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그 문화가 거의 끊겼습니다. 그 전통을 다시 배우고 이어간다는 점도 저에게는 큰 의미입니다."
김씨의 양조노트에는 술마다 번호가 적혀 있다. 몇 도에서 발효했는지, 누룩은 무엇을 썼는지, 침지 시간은 얼마나 됐는지 빼곡하게 기록돼 있다.
- 양조 기록만 160번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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