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으로 변질되는 국방 개혁
많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악몽 중 하나는 군에 다시 입대하는 꿈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 악몽이 현실이 된 보기 드문 사례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안 장관의 방위병(단기사병) 복무 시절 군무이탈(탈영) 여부는 결정적 증거가 공개되지 않는 이상 의혹이 100% 해소됐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알려진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7개월 탈영 + 1개월 구금(영창)'에 의한 8개월 복무 연장 의혹은 논리적으로 성립되기 어렵다.
안 장관의 당초 복무 기간은 1983년 11월 5일 ~ 1985년 1월 4일이었다. 실제 탈영 사실이 있었다면 1984년 상반기 어느 시점일 것이다.
그래야 원래 소집해제(전역) 예정일인 1985년 1월 4일 이후 구금 + 추가 복무 8개월을 거쳐 1985년 8월 31일 전역하는 그림이 완성된다.
안 장관이 주장하는 14개월 복무·전역 후 7개월 뒤 며칠(3일 추정) 추가 복무가 아닌, 의혹 제기인 측이 주장하는 22개월(탈영 포함) 연속 복무설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안 장관의 대학 3학년 1학기(1985년 상반기) 성적표 문제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굳이 유추한다면 △성적표 위조 △성적표 허위 작성 △안 장관의 2차 탈영이라는 세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안 장관이 성적표를 위조했거나, 대학 측이 학사관리를 부실하게 해 성적표를 사실상 허위로 작성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성적표는 지난해 7월 여야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제출된 이후 아직까지 위조나 허위에 관한 한 아무 문제점도 지적되지 않았다. 안 장관이나 학교 측이 성적표를 위조하거나 허위 작성할 이유나 실익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남는 가능성은, 어떤 이유에선지 안 장관이 1984년 상반기 1차 탈영에 이어 이듬해 상반기에도 2차 탈영을 감행해 악착같이 대학을 다녔다는 것이다.
탈영했다 7개월 만에 붙잡혀 1개월 구금까지 당한 안 장관이 또 다시 군무를 회피하고 서울에서 버젓이 대학을 다녔다? 누가 보더라도 현실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다.
안 장관이 "오해만 더 키울 것"이기에 병적기록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바로 그런 태도가 더 의심스럽다며 탄핵소추까지 압박하는 보수 진영의 공세는 다 일리가 있다.
안 장관으로선 억울할 수 있지만 대승적으로 기록을 공개, 또는 비공개 열람이라도 함으로써 논란을 잠재울 결단을 못 내리는 모습도 답답하긴 하다.
하지만 과열된 상황을 잠시 진정하고 바라보면, 이게 과연 '탈영 국방장관' 프레임을 씌우며 시급하고 막중한 국방 개혁 과제까지 밀어젖힐 문제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미 1년 전 인사청문회 때 제기된 뒤 잠잠했던 탈영설이 사관학교 통합 등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재등장한 것도 공교롭다. 메시지(국방개혁)를 반박할 수 없으니 메신저(국방장관)를 공격하는 격이라며 개혁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에는 해군 병사가 동해에서 실종된 와중에 안 장관은 골프를 즐겼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 나돌았지만 사실무근이었다. 소문 유포자들은 흐릿한 사진 한 장의 근거조차 없이 안 장관을 비난하다 자취를 감췄다.
육사 출신 일부 보수성향 인사들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을 '육사 5적'으로 규정하고 사관학교 통합과 육사 이전을 극력 반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안 장관은 최근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절감하고 있다"며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 행태를 토로했다. 그의 말처럼 기득권의 필사적인 저항이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말해준다.
세계 정세는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시시각각 격변하고 있다. 국방장관의 병역 문제를 가볍게 볼 일은 아니지만 훨씬 더 급하고 중요한 문제도 산적해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개혁은 지속돼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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