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관 부장판사는 왜 다를까

'내란 사건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진관 부장판사가 예상을 깨고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사건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그의 잇단 엄정한 판결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번 판결은 같은 사건의 1심은 물론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입니다. 법조계에서는 탄탄한 법 논리와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상식적 판단이 이 부장판사가 내린 단호한 판결의 밑바탕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법원 일각에선 적정 범위를 넘어선 양형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교과서적인 법리에 얽매이는 다른 판사들과는 달리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내란 사건에 대한 이 부장판사의 인식은 지난 1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한 판결문에 여실히 드러납니다. 그는 12·3 내란이 전두환 일당이 벌인 12·12 군사반란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래로부터의 내란'이 아니라 '위로부터의 내란', 즉 '친위 쿠데타'로 규정했습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짓밟고 내란을 저지르면 독재와 기본권 침해, 정치 혼란으로 국가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부장판사의 시각입니다. 헌정 체제에 미치는 위험성과 그로 인한 정치적·경제적 충격이 이전의 내란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확고한 판단을 갖고 있습니다.
12·3 내란에 대한 이 부장판사의 판결에는 이런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에게 구형량 징역 15년보다 많은 23년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는 구형량인 징역 20년보다 많은 25년을 각각 선고한 것은 이 부장판사의 법 논리와 법 인식에 따른 당연한 귀결입니다. 윤석열과 김용현에 대한 1심 판결을 담당한 지귀연 부장판사가 12·12 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내란 판결을 인용해 비상계엄을 '통치행위'로 본 것과는 애초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장판사의 판결은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기본적인 상식에 근거한다는 점에서도 다른 판결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명태균 여론조사 유죄 판결에서 이 부장판사는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명태균으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받았고, 이를 대선 경선에 활용했으며, 그에 대한 보답으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봤습니다. 앞서 김건희·명태균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우인성 부장판사가 여론조사 계약서가 없으니 무상으로 볼 수 없고, 공천 영향력 행사도 증거가 없다고 했던 비현실적, 비상식적 판단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윤석열·김건희와 명태균 간의 통화녹취록과 여론조사로 주고받은 문자 등을 통해 다수 국민은 위법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던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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