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열 광주시장의 승부수 "반도체 물길, 광주 성장의 물길 돼야"

"경기도 광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희생한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 9일, 광주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박관열 광주시장은 인터뷰 내내 '희생'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꺼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용수관로 문제부터 3만 가구 AI 스마트 신도시, 지역화폐 확대까지 화제는 다양했지만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됐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만큼 이제는 광주도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이 한마디에는 민선 9기 광주시정의 방향이 모두 담겨 있었다.
수도권 최고 수준의 인구 증가세를 이어온 경기도 광주시는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도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출퇴근 교통난과 생활 인프라 부족, 양질의 일자리 확충은 여전히 시민들이 체감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그 배경에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중첩 규제가 자리한다. 광주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과 팔당 상수원 특별대책지역 규제가 겹치면서 경기 동남부에서 가장 강한 개발 규제를 받아온 도시로 꼽힌다. 박 시장도 인터뷰에서 광주가 국가 식수원 보호를 위해 큰 부담을 감내해 왔고, 계획적인 산업단지조차 제대로 조성하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인접한 용인이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성남이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대표 IT 도시로 성장하는 동안 광주는 국가 식수원을 지키는 역할을 맡으며 산업과 도시개발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
이천 역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도시로 자리 잡았지만, 광주는 수도권과 맞닿은 입지에도 성장의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근 지역들이 첨단산업 도시로 성장하는 동안 광주는 수도권과 맞닿은 입지에도 성장의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 박 시장의 판단이다. 그는 "이런 구조가 더는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앞에 선 이유? "국가사업 협력하되 광주 시민 권익 확보"
"국가사업에는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미래를 위한 권익은 반드시 확보하겠습니다."
박 시장은 민선 9기 출범 전 당선인 신분으로 삼성전자 본사 앞에 섰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대기업 본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그가 들었던 피켓은 국가 반도체 사업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아니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공급될 용수관로가 광주를 통과하는 만큼, 국가 첨단산업을 위한 기반 시설이 지나가는 도시에도 성장의 기회가 돌아와야 한다는 요구였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반도체 용수관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 시장은 "반도체 용수관로는 단순히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아니"라며 "국가 첨단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그 관로가 광주를 지나간다는 것은 광주 역시 국가 산업 경쟁력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물길을 광주 성장의 물길로 바꾸겠다는 말은 바로 그 뜻"이라며 "관로만 지나가는 도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시장은 "반도체 물길을 광주 성장의 물길로 바꾸겠다는 것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라며 "데이터센터와 AI 기업, 연구개발 시설이 들어오고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함께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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