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는 왜 강북에서 구청장들보다도 표를 못 얻었을까

2차 세계대전 막바지, 미군 지휘부는 작전에서 돌아온 전투기들의 날개와 동체에 총탄이 집중돼 있는 것을 파악했다. 미군 지휘부들은 이를 근거로 "구멍 난 곳에 철판을 덧대자"고 했다. 그러자 통계학자인 에이브러험 발드는 "구멍이 없는 엔진과 조종석에 철판을 대야 한다"는 정반대 의견을 냈다. 엔진에 총을 맞은 비행기는 대부분 격추돼 돌아오지 못했다는 판단이었다. 발드의 제안에 따라 전투기 보강작업이 이뤄졌고, 이후 전투기 생존율은 크게 올라갔다고 한다. 군 지휘부들의 판단은 눈에 보이는 데이터가 전부라고 믿는 '캐비닛의 오류'로 불린다.
정치인이 활동하며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체로 개발사업자나 상가번영회, 자산가 등이다. 각자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와 자산을 이용해 정치인들과 접촉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려 한다. 과거 금품 수수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정치인들이 누구와 연루됐는지를 떠올려보면 답은 명확하다.
반면 평균 수준의 소득을 버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무주택자 등 평범한 시민들이 정치인들과 접촉하기는 쉽지 않다. 우연히 재래시장을 찾은 정치인들과 악수를 나눌 기회는 있겠지만, 시간을 들여서 정치인들을 만나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시간을 갖기란 좀처럼 어렵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전투에서 돌아오지 않는 전투기'와도 같다. 그래서 정치인이라면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발자국이라도 더 뛰어야 한다.
선거에서 무주택자의 한 표와 건물주의 한 표는 같다. 자산가의 한표라고 해서 더 많은 무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무주택자 한표라고 해서 0.5표로 축소되는 것도 아니다. 자산가들이 정치인들의 공약을 보고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평범한 서민들도 정치인들이 공보물에 낸 공약을 본다. 자산가들은 떠들썩하게 투표소로 향하지만, 서민들은 조용히 한표를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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