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트로덕션'이라 했을까... 한국어 좋아하던 홍상수가 낯선 제목 단 이유는?
영단어 'Introduction'엔 몇 가지 뜻이 있다. 가장 흔한 건 역시 소개겠다. 내가 오늘 만난 누구에게 내 친구를 소개할 때와 같이, 사람을 소개한다 말할 때 이 단어를 쓴다. 공식 면접자리를 뜻하는 인터뷰(Interview)와 구분해 보다 자유로운 절차와 형식, 상황에서의 만남을 인트로덕션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무언가의) 안으로'를 뜻하는 Intro와 '넣는다'는 의미의 duc의 만남이니만큼 여기서의 '소개'는 집단과 관계의 바깥에서 안으로 들여 놓는 행위로부터 유래했을 테다.
다른 뜻도 있다. 기본은 원형대로 바깥에서 안으로의 진입이다. 흔히들 책과 영화, 음악 등에 있어 '인트로'라고 말하는 게 이 단어의 축약형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영화나 문학, 연극의 도입부거나 서곡이나 서시, 서장으로 따로 만들어진 작품에 대하여서 인트로라고 말한다. 역시 바깥에 있는 관객이며 독자를 작품 안으로 이끄는 역할을 이 인트로들이 담당한다.
이밖에도 한국에 목화솜이 전래됐다거나, 해외서 유행하던 콜드브루 추출법을 한국 카페들이 도입했다 할 때의 전래며 도입 등의 뜻도 갖는다. 내가 아는 한 이 세 가지 용례가 아닌 경우는 일상에서 채 1할을 차지하지 않을 테다.
한국말 선호하던 감독의 외래어 사용, 이유는?
홍상수 감독의 25번째 장편영화 <인트로덕션>은 그의 영화에선 이례적으로 외래어인 '인트로덕션'을 제목으로 삼았다. 일전에 '씨네만세'서 다루었던 2011년 작 <리스트>와 함께 외래어가 그대로 제목이 된 유이한 사례인데, 명확하게 작중 인물의 희망사항 목록이 작성되며 시작하는 <리스트>의 '리스트'와 달리 <인트로덕션> 속 '인트로덕션'이 무언가를 궁금해하게 만든다. 소개일까 아니면 도입일까 말이다. 우리말로 딱 떨어지는 제목을 달지 않은 이유가 아마도 여기에 있을 테다. 그저 제목 하나를 외래어로 달았을 뿐인데 관객은 생각하게 된다. 홍상수의 영화들이 주로 문장형 제목으로 흔히 예비하는 효과를 이번엔 이로써 달성한다.
홍상수 감독에게 베를린영화제 두 번째 은곰상을 안긴 영화다. 전작 <도망친 여자>를 통해 감독상을 받았던 그가 1년 만에 각본상을 거머쥐었다. 이듬해엔 다시 <소설가의 영화>로, 2024년엔 <여행자의 필요>로 심사위원대상까지 두 번 차지해 베를린이 주목하는 한국 거장 자리를 공고히 했다. 여기에 김민희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까지 치자면 베를린 최고상인 황금곰상만 받지 못했을 뿐 홍상수 감독 영화에 주어진 은곰상(각 부문 상)만 다섯에 이른다.
흑백화면으로 찍은 영화다. 흑백영화시대엔 흑백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지만 요즈음엔 반대다. 첫 칼라영화인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이 환상의 세계로 넘어갈 때 흑백이던 화면이 칼라로 전환된 건 당시만 해도 관객들이 칼라보단 흑백영상을 더 현실적으로 느낀 때문이다. 칼라화면이 낯설고 흑백이 더 익숙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선 흑백화면이 영화적이다. 감독이 특별히 색조를 배제한 흑백화면을 선택한 이유겠다. 왜 배제했을까, 그로부터 얻어지는 효과는 무엇일까를 고심하게 된다. 요컨대 총천연의 색깔들을 배제할 때에야 비로소 부각되는 요소가 있다는 뜻이겠다.
분절되고 반복되는 이야기, 부각되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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