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이 지구를 망친다? 작은 축구팀이 만드는 큰 변화

AI 통합 요약
2026 북중미 월드컵이 12일 개막을 앞두고 있으며, 한국 대표팀은 A조에서 체코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다. 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이 해외 매체에서 A조 최고 기대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일본은 U-19 대표팀과의 연습 경기 등 철저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다만 국내 월드컵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가 예년보다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축구의 인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축구는 약 35억 명의 팬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단일 스포츠로서는 가장 큰 규모다.[1] 이러한 인기는 세계 축구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국제 대회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전 세계 50억 명이 지켜봤으며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전 경기만 약 15억 명이 시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직접 방문한 인원은 185만 명이었다.[2] 이러한 수치는 축구가 지닌 독보적인 세계적 영향력과 대중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폭발적인 인기 이면에는 우리 일상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가 존재하는데 스포츠 산업으로서 축구가 환경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시민단체인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 연합(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과 씽크탱크인 새로운 날씨 연구소(New Weather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경기장 운영, 팬과 선수단의 이동, 각종 상품 생산 등을 모두 포함한 축구 산업의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6400만~6600만 톤의 이산화탄소 환산량(tCO₂e)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3]
동부 유럽 국가인 2025년 오스트리아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열광하는 축구가 역설적으로 환경 오염을 가속하며 기후 위기를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축구 산업의 탄소 발자국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축구의 탄소 배출은 특정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발생하며 크게 오염 유발 기업과 스폰서 계약, 국내외 경기 출장 그리고 경기장 건설의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스폰서십으로 인한 배출량은 축구계 전체 탄소 발자국의 무려 75%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4] 환경오염을 심각하게 유발하는 기업과 스폰서 계약은 단순히 구단 재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억 명 팬의 장거리 항공 여행, 화석연료 기반 제품 소비와 같은 오염 유발 소비를 간접적으로 조장하기 때문이다. 스폰서십으로 인한 배출량을 제외하더라도, 축구 활동 자체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은 연간 약 1300만~1500만 톤의 이산화탄소 환산량(tCO₂e)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앙아메리카 국가 코스타리카의 연간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5]
순수한 축구 활동 중에서는 팬들의 경기 관람을 위한 이동과 새로운 경기장 건설이 배출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항공 및 자동차 이동이 주요 문제로 꼽힌다. 국제 토너먼트의 규모가 커질수록 항공 여행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명확히 입증되었다.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여자 축구 역시 아직은 남자 축구에 비해 배출량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배출량 또한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6] 문제는 이러한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구단과 리그는 여전히 관행적인 운영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리그와 구단이 친환경 캠페인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구조 변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실제 행동 없이 친환경 이미지만을 소비하는 이른바 그린워싱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변화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구단은 실질적인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며 주목받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는 4년 연속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구단으로 선정되었으며, 경기장 내 모든 전기 설비를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한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축구 경기를 개최하기도 했다.[7]
국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K리그 제주유나이티드는 매 시즌 써드 유니폼에 '제주바당', '해녀삼춘', '제주숲' 등 제주의 자연을 담은 환경 메시지를 담았으며 발생 수익을 지역 발전을 위해 기부하는 노력을 해왔다.[8]
경동대학교 스포츠마케팅학과 유진오 겸임교수는 "스포츠산업에서 ESG는 함께하는 스포츠, 세대를 이어가는 스포츠 환경 구축에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 당시 경기장 재활용 시공법 도입이 경제적 비용 절감과 함께 스포츠 산업 내 ESG 경영의 대표적 사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대부분 특정 영역에 국한된 개별적인 시도에 머물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경기장 에너지 전환, 유니폼 소재 변경, 캠페인 운영 등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구단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일관된 전환으로 이어진 사례는 찾기 어렵다.
친환경 경기장 인증, 해결책인가 그린워싱인가
최근 FIFA와 주요 축구 단체는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며 친환경 경기장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6 북미 월드컵에 맞춰 FIFA는 개최 경기장에 공인 친환경 건축 인증 취득을 의무화했으며, 미국의 소파이 스타디움을 비롯한 다수의 경기장이 친환경 건축물 인증(LEED)을 획득하거나 취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소파이 스타디움은 조경용수에 100% 재생수를 사용하고 자연 환기 시스템을 적용해 냉방 에너지 사용을 줄였다. 또한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약 75%를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설계를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은 분명 경기장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줄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9]
하지만 기후 과학자들과 환경 전문가들은 이러한 친환경 인증이 자칫 그린워싱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장 자체의 에너지 효율 개선은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수백만 톤의 콘크리트와 철강이 투입되는 건설 과정에서 이미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월드컵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서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팬과 선수, 관계자가 항공기를 이용해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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