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역사 담긴 '군산의 이태원'... "처절했던 삶 알려야"

2026년 6월, 현재 전붇 군산에는 전국에서 손꼽는 미군기지(군산비행장)가 존재한다. 한때(1950~1970년대)는 내항에 미 육군 항만사령부가 있었고, 해망동에 저유탱크가 설치돼 있었으나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성산면 고봉리(고봉산)에 있던 레이다 기지는 녹슨 철조망과 해독이 어려운 안내판만이 덩그렇게 내걸린 채 방치되어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고 있다.
군산 시민의 애환이 서린 군산비행장, 정문에 쳐놓은 바리케이드와 미군 헌병을 볼 때마다 깊은 상념에 빠진다. 약소국이 겪는 비애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이어서다. 주민들을 분노케 했던 사건·사고 및 흔적들은 세월과 함께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1969년 당시 박정희 정부 주도로 지금의 산북동에 조성한 '아메리카 타운'만 '국제문화마을'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다.
반미 감정 확산에도 기념행사는 해마다 열려
2005년 9월 3일 오후 아메리카 타운(A-타운) 모습이다. 언뜻 보기에도 잔칫집 분위기다. 영문과 한글 현수막에서 'A-타운 설립 36주년'과 '한미 친선 교류의 날'을 맞아 각 기관장, 단체장, 미 병사 등을 초청한 가운데 기념행사(가든파티 등)가 열리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특히 바람에 나부끼는 만국기와 색색의 축하 화환 등은 행사 분위기를 돋워주는 듯하다.
군산시장과 미공군 제8전투비행단(군산비행장) 단장이 공동 회장인 '한미친선협의회'가 후원해서 눈길을 끈다. 이 단체는 친선 활동과 문화이해, 교류 증진 등을 통해 한미 양국의 우호와 유대강화에 목적을 두고 해마다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작년 7월에도 군산시는 캐서린 객키 단장과 신임장교 30여 명을 초청, 시정 설명회와 시내 명소 탐방을 개최한 바 있다.
행사가 열린 2005년은 뉴욕 참사(9·11 테러)와 이라크전쟁으로 국제 질서가 위협받던 때였다. 군산 기지촌 역시 미군 부대의 잦은 비상훈련, 외출 통제, A-타운의 시설 노후화 등으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한, 높아진 반미 감정에 미군의 오폐수 방류, 소음피해, 미 공군의 직도(고군산군도에 속한 무인도) 사격장 반대 집회가 매일 열리는 등 사회가 어지럽던 시기였다.
사진을 찍은 김수관 군산대 명예교수는 "열악한 시대에 찍은 하찮은 사진도 훗날 귀한 기록이 되고, 문화 콘텐츠가 된다. A-타운은 한국민과 미군 사이를 연결하는 가슴 시린 역사를 간직하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미국에 대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변해왔다"라며 "기지촌에 담긴 한국민의 애환, 변화 과정 등을 기록하는 것은 군산 시민으로서 조망할 만한 향토사적 가치가 있다고 여겨져 2005년과 2015년에 각각 몇 장씩 찍어놨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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