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극장에 왔는데 기차를 타고 있습니다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문을 지나자, 먼저 푸른빛이 몸을 감쌌다. 공연장 안은 우리가 익히 아는 '소극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객석과 무대가 마주 보는 구조도 아니었고, 관객이 한 방향을 향해 앉아 배우의 등장을 기다리는 풍경도 아니었다.
흰 바닥 위에는 검은 큐브형 의자들이 흩어져 있었다. 사방에는 흰천을 두르고 마치 기차 내부 혹은 대합실에 있는 듯한 무대를 연출했다. 극장에 들어서자 안내원은 또다른 기차티켓을 내어준다.
"5번 플랫폼, 10시20분."
필자는 낮은 의자에 앉아 공연의 일부에 빠져들었다.
이내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현재 열차는 운행 중입니다. 소지하신 열차표의 플랫폼으로 이동해 주십시오."
익숙한 역사 안내 문장처럼 시작된 목소리는 곧 이상한 감각으로 바뀌었다.
"시속 100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로 오르고 내리고 있습니다." "굽이굽이 휘도는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공연장에 서 있는 몸은 분명 멈춰 있는데, 소리는 관객을 이미 달리는 열차 안으로 밀어 넣는다.
창작집단 섬우주의 설치극장 〈당신에게 가려구요〉는 시작부터 관객의 관람 습관을 흔든다. 이 작품은 "공연을 본다"는 말보다 "공연 안에 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정해진 객석도, 정해진 시선도 없다. 관객은 공간 안을 걷고, 멈추고, 고개를 돌리고, 빛과 소리의 방향을 따라 자신의 위치를 바꾼다. 무대는 저쪽에 있고 관객은 이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극장 전체가 하나의 감각 장치가 된다.
〈당신에게 가려구요〉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 창작산실 선정작이자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대관지원 선정작이다. 현호정 작가의 단편소설 「청룡이 나르샤」를 원안으로 삼았고, 창작집단 섬우주의 다섯 번째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 작품은 마지막 운행을 앞둔 열차가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며 인간에게 가까워지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 공연은 그 이야기를 줄거리 중심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을 열차의 내부, 혹은 열차가 남긴 감각의 세계 안으로 밀어 넣는다.
푸른빛 속으로 들어가는 관객들
공연장 안쪽에는 천막처럼 드리워진 구조물이 보였다. 그 가운데 열린 문틈에서는 따뜻한 노란빛이 새어 나왔다. 바깥 공간이 온통 푸른빛과 보랏빛으로 출렁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문 안의 노란빛은 더 낯설고 강렬했다. 차가운 우주 공간 한가운데 남겨진 마지막 객실 같기도 했고, 긴 터널 끝에 놓인 작은 역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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