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십시오"… 오기두 변호사의 한마디에 재판장은 고개를 숙였다

"사과하십시오."
17일 오후 6시 31분. 역대 최장 국민참여재판이 진행 중인 수원지방법원 204호 법정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 오기두 변호사가 송병훈 재판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몇 초 뒤 송 재판장은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장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착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장면은 극히 드물다. 변호인들도, 검찰도, 배심원단도, 방청객도 술렁였다. 이 장면의 출발점에는 몇 시간 전 법정에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낸, 쌍방울 대북송금사건 수사검사였던 박상용 검사가 있었다.
송병훈 재판장 "박상용 검사가 왔으니 들어보려 한다"
이날 오후 이화영 전 부지사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저녁식사를 위한 휴정을 앞둔 순간, 송병훈 재판이 갑작스레 박상용 검사 추가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검사는 재판부에 추가 증인신문 요청서를 제출한 상황이었다.
"김성태(쌍방울그룹 전 회장) 등은 거짓말탐지기(검사)를 왜 안받았는지 말이 나왔는데 박상용 검사 이유를 못 들었다. 지금 (방청석에) 박상용 검사가 왔으니 그 쟁점에 대해 들으려 한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 오기두 변호사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재판장님, 우리한테 고지도 안 하고 박상용 검사 주장만 채택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송 재판장은 "김성태 등은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라고 답했다. 오 변호사는 "그럼 박상용 검사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으려고 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 다른 사이드를 통해 의견을 접한 건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재판장은 "자료에"라고 하면서 "(다른 쪽을 통해) 그런 거 없고 궁금하기도 해서"라고 답했다. 오 변호사는 재차 "오늘 박상용 검사가 재판을 보고 복도에서 기자들을 놓고 기자회견하고 했다"며 "재판장이 고지하는 내용에 대해 반대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의견을 받아서 우리가 보고 결정하는 게 형사소송법에 맞다"며 "만약 재판부가 직권으로 (추가 증인신문을) 한다면 미리 얘기해야지, 지금 재판부가 검찰 편 드는 거 아닌가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송 재판장은 "반대 입장을 알겠다, 양쪽 의견을 듣겠다"라고 밝힌 뒤 5분간 휴정을 했다.
재판부 착오 확인… 결국 나온 공개 사과
휴정 뒤 법정으로 돌아온 송병훈 재판장은 검찰에 의견을 물었다. 검찰은 "박상용 검사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왜 안받았는지 배심원들도 궁금해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에서 (추가 증인신문을) 직권으로 결정하거나 변호인들이 양해해주면, 우리도 명확하게 모르니 피고인 측이 반대신문을 통해 (확인하자)"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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