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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지원에서 국가 생산능력 구축으로

오마이뉴스
기술 지원에서 국가 생산능력 구축으로

지난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와 14일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은 새 정부 산업정책이 지난 1년 사이 어디까지 이동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2025년 8월 정부는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AI 로봇·자동차·선박·반도체, 전력망·바이오·콘텐츠 등 30대 선도프로젝트를 정하고 재정·세제·금융·인력·규제를 묶어 지원하겠다고 했다.

올해 1월에는 거시경제 관리, '반도체+α', AI·녹색 전환, 생산적 금융, 지방성장과 양극화 대응을 포괄하는 4대 분야·15대 과제로 정책체계를 확대했다.

두 개 전략 모두 많은 기술과 산업을 넓게 펼쳐 놓고 각각의 지원책을 붙이는 포트폴리오형 전략의 성격이 강했다.

최근 발표된 하반기 전략은 기존 전략을 폐기한 새로운 전략은 아니다. 정부 스스로 연초 밝힌 88개 과제 가운데 84개가 계획대로 이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책의 무게중심과 작동방식에는 분명한 변화가 있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끌어올리고 재정의 최우선 순위를 부여했다. 이전의 넓은 정책 포트폴리오 안에서 세 임무를 끄집어내어 국가역량을 집중하고, 여러 부처의 역량과 정책수단을 같은 목표와 시간표에 맞추려는 것이다.

13일 재정전략회의가 재정의 우선순위와 다년도 투자 방향을 제시했다면, 14일 성장전략은 이를 산업·금융·지역·노동정책으로 구체화했다.

변화의 핵심은 예산과 행정을 세 임무에 맞춰 재배열한 데 있다.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개별 사업의 집행률보다 전력·용수·부지·인재 등 핵심 제약을 얼마나 빨리 해소했는지가 중요하다.

선택·결합·순환

정부 산업정책의 변화는 '선택·결합·순환'의 세 가지 분석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선택이다. 이전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방산·바이오·철강·석유화학·K-컬처 등 여러 산업을 폭넓게 육성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이 과제들을 유지하면서도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최우선 임무로 끌어올렸다.

반도체는 AI 연산에 필요한 칩과 메모리를 공급하고, 데이터센터는 그 연산을 수행하며, 피지컬 AI는 AI의 판단을 공장 설비·로봇·자동차·선박의 실제 동작과 작업으로 구현한다.

세 사업은 독립된 산업 목록이라기보다 하나의 AI 생산망을 구성한다. 정부는 이 생산망을 구성하는 생산능력과 컴퓨팅 기반, 산업현장의 AI 활용능력을 우선 해결 과제로 끌어올린 것이다.

두 번째는 결합이다. 정부는 팹이나 데이터센터 건설비만 지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력·용수·산업부지·송전망·소재부품·인력·교통·주거를 기업의 투자 일정에 함께 맞추려 한다.

기업은 설비와 기술에 투자할 수 있지만 이런 인프라를 혼자 만들지 못한다. 개별 기술을 지원하는 데서, 기술이 실제 대규모 생산으로 이어지는 조건 전체를 범정부 임무로 삼는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지방정책도 이전재원을 나누는 방식보다 반도체 생산기지, 데이터센터, 로봇 양산거점, 대학과 정주여건을 결합하는 새로운 산업지도 구축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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