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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와 침수 사이, 언론이 놓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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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언론은 기록적인 폭우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보도는 중요하다. 기후변화로 극한 강우가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현실이다. 그러나 뉴스를 보면서 늘 아쉬운 점이 있다. 언론은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는 자세히 설명하지만, 왜 그 비가 침수로 이어졌는지는 거의 설명하지 않는다. 마치 비가 많이 오면 침수는 당연한 결과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강수와 침수는 같은 말이 아니다. 강수는 하늘에서 내린 자연현상이고, 침수는 그 물을 인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이다.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어떤 도시는 큰 피해를 입고, 어떤 도시는 큰 문제 없이 지나간다. 같은 산에서도 어떤 곳은 산사태가 발생하고, 어떤 곳은 멀쩡하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면 우리는 문제의 절반만 이해하게 된다. 강수와 침수 사이에는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유출계수(runoff coefficient)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홍수를 이해하려면 강우량뿐 아니라 유출계수의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의학에서는 질병을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선천성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가진 조건이므로 쉽게 바꾸기 어렵다. 반면 후천성 질환은 생활습관과 환경에 따라 악화되기도 하고 개선되기도 한다. 따라서 치료 방법도 서로 다르다.

홍수도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강우량은 선천적인 조건이다. 어느 지역에 얼마나 많은 비가 오는지는 기후와 지형, 계절풍 등 자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인간이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원래 여름철에 비가 집중되는 몬순 기후 지역이며, 오래전부터 짧은 기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최근 기후변화로 강우의 강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기록적인 폭우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현실이다. 그러나 강우량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비를 막는 것이 아니라, 내린 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기후위기 시대 물관리의 출발점이다.

자연은 이미 폭우에 적응해 왔다

우리 조상들은 비를 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비는 농사를 가능하게 했고, 숲과 습지는 빗물을 저장하여 가뭄을 견디게 했다. 하천은 때때로 범람하면서도 물과 흙을 나누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자연은 끊임없이 물을 저장하고, 스며들게 하고, 천천히 흘려보내면서 하나의 균형을 이루어 왔다.

수천 년 동안 반복된 폭우 속에서 자연은 스스로 적응해 왔다. 숲은 낙엽층과 토양을 통해 빗물을 흡수했고, 논과 습지는 넘치는 물을 받아 주었다. 하천은 범람원을 통해 홍수의 에너지를 분산시켰다. 극단적인 조건은 침식과 퇴적을 거치며 점차 새로운 균형을 이루었고, 유역 전체는 강우에 맞는 물순환 체계를 형성하였다.

문제는 이 균형이 최근 수십 년 사이 급격히 무너졌다는 점이다. 도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였고, 논과 습지는 사라졌으며, 산림도 임도 개설과 각종 개발로 물을 머금는 능력이 일부 약화되고 있다. 자연이 오랜 시간 만들어 온 완충 기능을 인간이 짧은 기간에 크게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홍수는 단순히 비가 많이 와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물순환의 균형을 인간이 얼마나 바꾸었는가에 따라 피해의 크기가 달라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선천적인 강우와 후천적인 침수를 구분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강우량은 쉽게 바꿀 수 없지만, 유출계수는 인간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유출계수란 내린 비 가운데 얼마나 많은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을 따라 흘러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숲에서는 대부분의 빗물이 토양 속으로 스며들고 나무와 낙엽층에 저장되기 때문에 유출계수가 낮다. 반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는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곧바로 하천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유출계수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물관리 정책은 오랫동안 '빨리 버리는 것'을 목표로 발전해 왔다. 도시는 침수를 막기 위해 배수관을 키우고 하천을 직선화했으며, 빗물이 가능한 한 빨리 바다로 흘러가도록 설계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평상시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기후변화로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시대에는 오히려 하류의 홍수와 침수를 더욱 키우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결국 침수 피해를 결정하는 것은 강우량만이 아니다. 같은 100mm의 비라도 유출계수가 낮은 유역에서는 상당 부분이 저장되고 침투되지만, 유출계수가 높은 유역에서는 대부분의 빗물이 한꺼번에 하천으로 몰려든다. 따라서 침수의 크기는 '얼마나 많은 비가 왔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빗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냈는가'에 의해 크게 달라진다.우리가 바꾸어야 하는 것은 하늘이 아니라 땅이며, 강우량이 아니라 유출계수이다.

숲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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