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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5% 장벽'에 도둑맞은 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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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5% 장벽'에 도둑맞은 의석

2026년 지방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는 현행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관리로 인한 참정권 침해가 뜨거운 사회적 현안으로 부상한 지금, 수많은 유권자의 표를 사표(死票)로 만들고 거대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해온 '봉쇄 조항' 등 제도적·구조적 참정권 침해 또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개혁 과제로 떠올랐다.

제주서만 3만 표가 공중분해됐다

3.01%(9,449표).

2026년 지방선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 녹색당이 얻은 성적표다.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해 녹색당, 정의당, 노동당,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본부,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등 제주의 진보정당과 노동·시민사회가 뭉쳐 도민들의 적지 않은 지지를 끌어냈다. 그러나 녹색당은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고, 녹색당에 도민들이 던진 표는 고스란히 사표가 되었다. 비단 녹색당만의 현실이 아니다. 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 등 소수정당들이 모두 의회 진입에 실패하면서 거대양당과 조국혁신당 3개 정당만이 제주도의회 의석을 나눠 가졌다.

공직선거법에 의해 전국적으로 광역비례의원 비율이 지역구 의원 정수의 14% 수준에 묶인 현실에서,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따라 전체 의원 정수의 '25% 이상'을 비례대표로 선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5% 봉쇄조항(정당 득표율이 5% 이상인 정당에만 비례대표 의석 배분)이 없었더라면 비례의석 비율이 높은 제주에서는 3% 이상 득표한 정당도 도의회 비례대표 의원을 당선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5% 장벽' 앞에서 가능성은 무참히 꺾였다. 소수정당을 지지한 제주 도민 약 3만 3,560여 표(10.52%)는 한 순간에 증발했고, 결과적으로 제주 유권자 10명 중 1명 이상의 표가 의회 구성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다원적 의회 구성을 실현할 지역으로 제주가 많은 기대를 모았기에 이번 결과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88.7%를 득표한 거대 양당이 비례의석 94.6%를 독식

다른 지역은 어떨까? 서울에서는 거대양당 외 정당에 투표한 12.07%, 약 63만 표가 사라졌다. 5% 봉쇄조항을 그 어떤 당도 넘지 못했다. 거대양당 외 정당이 5% 봉쇄조항 넘어 1석 이상 획득한 지역은 경기(조국혁신당), 전남광주(조국혁신당, 진보당), 전북(조국혁신당), 제주(조국혁신당) 4개 지역에 불과하다. 전체 광역시도의 1/4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약 220만 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의 표가 투표함 속에서 그대로 사표가 되었다.

5% 봉쇄조항을 넘기고도 전체 비례 의석수가 너무 적어 의석 배분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비례의석이 단 3석에 불과한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 조국혁신당이 8.24%를 득표하고도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울산에서도 5.05%를 득표한 진보당이 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이 두 지역의 비례대표 사표율은 10%가 넘는다.

이번 지방선거 지역구 광역의원 선거에서 버려진 유권자의 표(패자에게 던져진 표)는 10명 중 약 5명에 달한다. '승자독식' 소선거구제가 낳은 폐해다. 이러한 대량 사표를 방지하고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비례대표제다. 그러나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도, 높은 봉쇄조항과 현저히 부족한 비례의석 수로 인해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의 표가 버려지고 있다. 그 결과, 남은 의석은 고스란히 거대 정당에 귀속되었다. 이쯤되면 표가 '버려졌다'기보다는 '도둑맞았다'는 표현이 적절하게 여겨진다.

주범은 공직선거법 '5% 봉쇄조항'

이토록 많은 유권자의 표가 실종된 근본 원인은 바로 공직선거법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 190조의2(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 의석배분 등)는 정당 득표율이 5% 이상인 정당에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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