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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딸과 40년 나이 차이 나는 엄마가 몰라서 한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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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딸과 40년 나이 차이 나는 엄마가 몰라서 한 실수

아침에 눈을 뜨면 뉴스보다 SNS 쇼츠를 먼저 훑는다. 같은 춤을 두 명이 추고, 조금 뒤에는 다섯 명이 춘다. 오호, 요즘 챌린지구나. 오정세가 몇 번 지나간 화면에는 류승룡이 단발머리 분장을 한 채 '니가 좋아'를 부른다. 이렇게 나는 유행을 접수한다. 덕분에 식탁에서 조잘대는 딸의 수다에 진짜 리액션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옷 하나를 사도 무신사와 에이블리 앱부터 훑는다. 요즘 뜨는 브랜드와 캐주얼 스타일을 눈에 담는다. 덕분에 딸이 어떤 옷을 입고 나오든 놀라지 않는 강심장을 갖게 되었다.

"엄마 오늘 빈티지숍에 갈래?"

"빈티지숍? 콜!"

일정만 허락한다면, 딸의 제안 앞에서는 "무조건 무조건이야"를 외치며 응원봉을 들고 일어난다. '빈티지숍'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에, 무엇보다 딸의 데이트 신청에 들떠 무작정 따라나섰다. 강남 테헤란로 한복판의 커다란 매장 1·2층을 한 바퀴 돌고서야 그곳의 정체를 알아챘다. 알고 보니 '구제 옷집'이었다. 돌려 말하면 중고 옷, 이 옷들을 눕혀 놓으면 동묘 아닌가.

나는 새 옷이 좋은 옷이고, 좋은 브랜드 한 벌을 더 입히는 것이 엄마의 최선이라 여겼다. 그런데 딸에게는 남이 입었던 옷도 취향과 이야기가 있는 '빈티지'였다. 다소 놀라고 의아했지만, 오랜 시간 갈고닦은 연기 실력으로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고 딸이 고른 옷을 계산했다.

그러자 딸은 내 팔짱을 어느 때보다 꽉 끼었다. 언젠가 보았던 드라마에서의 친구 같은 모녀의 장면이었다. 이 정도면 나는 40년의 간격을 꽤 성실하게 메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 거리를 메우지 못해 멀찍히 물러나야 했던 적도 있다.

'2026년 1월 1일 0시' 이벤트 막은 엄마

2025년 한 해의 마지막 날, 해마다 그렇듯 음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연기대상을 보다가 보신각 종소리를 듣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해피 뉴 이어'를 외칠 참이었다. 통삼겹살이 오븐에서 노릇해지고, 오일 파스타가 프라이팬에서 미끄러지며 춤을 추던 순간, 딸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오늘 친구들과 생맥줏집 가려고 하는데..."

"생맥주? 너 술 마셔본 적 없잖아."

"오늘 자정부터 성인인데 친구들이 기념식 하자고 해서. 12시 땡하면 입장이 가능하대."

아직 고등학교 졸업식 전이었지만, 열아홉 살이 되는 해의 새해 0시부터는 법적으로 술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친구들과 어른이 된 순간을 기념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주방도구를 내려놓고, 갑자기 걱정 한 솥을 올려 끓이기 시작했다. 밤 12시에 스터디카페에 있던 적은 있어도 생맥줏집은 처음이었다. 뉴스에서 보던,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운 학생의 모습까지 떠올랐다.

나는 반사적으로 안 된다고 했다. 늦은 밤이고, 술도 처음이고, 위험하다는 이유를 숨도 쉬지 않고 늘어놓았다. 딸은 술을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고 했고, 나는 그래도 술집은 위험하다고 했다. 딸은 친구들과의 기념식이 중요하다고 했고, 나는 처음 마시는 술이 걱정된다고 했다. 우리는 같은 식탁 앞에 서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결국 딸은 더 조르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마음이 걸렸다. 다시 방문을 열고 내가 태워다주겠다고, 근처에서 대리기사처럼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딸은 괜찮다며 나가지 않았다. 잠시 뒤 오븐에서는 통삼겹이 다 익었다는 신호음이 울렸지만, 연말의 들뜬 기분은 이미 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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