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다회용컵 반갑긴한데... 반납은 어디에?

글·사진 김주영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국회의사당을 직접 걸어보면 예상과는 조금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높은 담장과 권위적인 국가기관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국회 경내에는 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져 있다. 보행로는 비교적 평탄하고, 곳곳에는 공공자전거가 놓여 있다. 회색빛 국회의사당 건물과 짙은 녹색의 잔디가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국가중추시설이 반드시 시민과 멀리 떨어진 공간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국회 본회의장을 둘러본 뒤 국회박물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손에 쥐어진 것은 일회용컵이 아니라 다회용컵이었다. 환경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하고 관심 있게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반가웠다. 말로만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간부터 모범적으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국회는 다회용컵 사용 확대와 회의장 생수병 감축, 1회용품 구매 제한, 분리배출 체계 개선 등을 포함한 일회용품 감축 정책을 추진해왔다. 국회라는 상징적인 공간이 먼저 변화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작지 않다. 한편 그 다회용컵을 손에 들고 국회 경내를 걷기 시작하면서, 조금 다른 질문이 생겼다.
'이 컵은 다 마신 뒤 어디에 반납해야 하지?'
컵을 들고 걷다 보니 보이기 시작한 것
카페를 나와 국회 경내를 천천히 걸었다. 잔디광장을 지나고, 본관 주변을 둘러보고, 혹시나 유명 국회의원을 멀리서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의원회관까지 기웃하다가 국회의사당역 방향으로 이동했다. 국회를 찾은 일반 방문객이라면 자연스러운 동선이다.
문제는 음료를 다 마신 뒤였다. 다회용컵을 반납하려고 주변을 살폈지만, 일반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반납 장소를 찾기 쉽지 않았다. 다른 국회 부속 건물에도 다회용컵 반납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구내식당 카페 공간을 제외한 반납 장소는 기본적으로 시설 출입 허가가 필요한 공간에 있었다. 국회 직원이나 해당 건물에 용무가 있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국회박물관이나 잔디광장을 둘러본 뒤 국회의사당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는 일반 시민의 상황은 다르다.
컵 하나를 반납하기 위해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그 순간 깨달았다. 다회용컵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컵을 '나눠주는 순간'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사용이 끝난 뒤였다. 다회용컵은 반드시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세척되고, 다시 사용되고, 비로소 '다회용'이 된다. 돌아오지 않는 다회용컵은 이름만 다회용일 뿐이다.
환경정책의 성패는 '마지막 지점'에서 갈린다
국회의사당역 방향으로 걸으며 손에 들린 컵을 바라봤다. 현 환경정책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 계획과 숫자로 발표된다. 탄소중립, 순환경제, 일회용품 감축, 자원재활용. 하지만 시민이 실제로 피부로 경험하는 정책 단위는 훨씬 작고 구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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