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집과 차에서 발견한 수상한 흔적 둘

서울특별시 은평구는 기후환경 정책을 비교적 잘하는 자치구로 알려져 있다. 탄소중립 실천마을, 환경교육, 에너지카페, 자원순환 사업도 꾸준히 해왔다. 나 역시 은평구의 탄소중립 정책이 다른 지역보다 앞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2월 녹색전환연구소가 전국 기초지자체의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분석한 결과, 은평구는 종합 C등급을 받았다. 수송 부문의 감축목표는 비교적 높게 평가됐는데, 전체 평가는 왜 C등급이었을까. 궁금해졌다. 결국 직접 은평구의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펼쳐봤다.
지난 2025년 4월 발표한 은평구의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의 전체 자료는 900페이지가 넘는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요약보고서는 약 200페이지쯤이었다. 그래도 많다. 실제로 보니 숫자는 더 많았다. 머리가 아팠다. 그래도 중요한 일이니 살펴보기로 한다. 보다 보면 뭔가 단서가 나오겠지.
첫 번째 단서는 은평구 온실가스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표였다. 2018년 관리권한 배출량(지자체가 정책을 통해 관리·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건물은 67.7%, 도로수송은 22.1%였다. 두 부문을 합하면 거의 90%다. 은평구 탄소중립의 핵심은 우리가 매일 생활하는 집과 건물, 그리고 자동차에 있다는 뜻이다.
2034년까지 줄이겠다는 온실가스도 건물과 교통에 집중돼 있었다. 전체 목표감축량 62만7100톤 가운데 건물이 36만7100톤, 도로수송이 18만4200톤이다. 두 부문이 전체 감축목표의 약 87.9%를 차지한다. 참고로 탄소중립기본계획은 10년짜리 계획이라 2034년까지 감축계획이 나온 것이다.
여기까지는 방향이 맞아 보였다. 배출량이 많은 곳에서 많이 줄이겠다는 것이니 자연스러운 계획이었다. 일단 가장 큰 배출원인 건물부터 살펴봤다.
첫 번째 수상한 흔적, 건물
은평구 기본계획은 건물 대응전략을 네 가지로 나눈다. 기존 건물의 제로에너지화, 신규 건축물 에너지 성능 강화, 인센티브와 규제를 통한 건물 관리, 저탄소 청정에너지 보급이다.
이름만 보면 그럴듯하다. 그런데 우선 "건물에서는 실제로 어디에서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나올까" 궁금했다.
아마도 공공청사나 병원, 대형마트 같은 큰 건물일 것 같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일반 가정집이었다. 건물 부문 배출량 가운데 가정이 약 62%, 상업·공공 부문은 약 38%를 차지했다. 은평구 건물에서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바로 시민들이 생활하는 집이었던 것이다(은평구 전체 배출량 중에서는, 건물의 가정 부문 배출량은 42.1%).
다음으로 주택의 상태를 살펴봤다. 은평구 주택 가운데 20년 이상 된 주택은 약 81.5%였다. 열 채 중 여덟 채 이상이 오래된 주택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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