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과 줌인, 홍상수 영화가 특별해지는 방법

데뷔 30주년을 맞은 홍상수 감독이다. 그간 햇수보다 많은 34편의 장편영화를 낳은 그는 왕성하기로는 짝을 찾기 어려운 인물이 됐다. 영화 찍기 정말로 어렵단 불평을 이 영화 저 영화에 넣으면서 영화찍기를 멈추지 않는 그 자세야말로 그 작품만큼, 어쩌면 그보다도 조명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생태계랄 것이 얼마 되지 않는 한국 독립영화의 척박함 가운데, 그래서 더욱 지속가능한 창작환경을 위해 고투해온 홍상수의 수고는 존중돼 마땅하다. 나는 독립영화의 독립, 그러니까 자본으로부터든 양식화된 영화학적 통념으로부터든 홍상수의 독립성보다 더 치열한 자세를 얼마 보지 못하였다. 딱히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 여긴 적 없는 내가 '홍상수 전작전'을 찾아 작품들을 다시 살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그녀가 돌아온 날>은 홍상수의 34번째 장편영화다. 말인즉슨 최근 개봉한 신작이란 얘기다.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6월 중순까지 홍상수 전작전을 여는 것도 신작 개봉에 발맞춰 데뷔 30주년을 챙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과연 현장에선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스크린으로 만날 기회를 갖기 어려운 홍상수 감독의 <50대50>까지를 끝에 묶어 깜짝 상영한 것도 시네필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주최 측에선 이 짧은 단편을 통해 홍상수 감독의 영화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자, 그는 신작에서 또 어떤 얘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놓을까.
<그녀가 돌아온 날>은 제목처럼 한 여성의 복귀로부터 빚어지는 이야기다. 결혼 뒤 연기를 그만뒀던 배우(송선미 분)가 독립영화로 복귀했다. 영화는 그녀가 작품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 하는 날,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인터뷰 요청을 넣은 기자들을 그녀는 좋아하는 가게에서 연달아 만난다. 독일음식점으로 실제 주인장이 독일인이라고. 영화엔 주인장이 일하며 요리하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어간다. 영화적으로 구현한 장소가 아니라 장소가 그대로 영화가 되는, 그러니까 보다 실재에 가깝게 구현하려는 홍상수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거장 영화에서 보이는 구조의 미학
홍상수의 영화를 아는 이들은 이야기만큼이나 구조를 보고는 한다. 구조에 홍상수 영화의 진짜 미학이 숨어있다고들 말하기를 즐긴다. 아주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구조며 상징이 서사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은 뽐내기 좋아하는 평론가들의 생각과 달리 꼭 맞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적어도 내용과 형식에 대한 한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 언제나 옳다. 바탕이 무늬를 가벼이 여기면 거칠어 보이고, 무늬가 바탕을 앞서면 알맹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누군가 내게 홍상수의 형식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 하면 나는 '달리 보게 하기'라 말할 테다. 일상 가운데 흔한 것을 달리 보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무협지의 독문무공처럼 홍상수 '특유'의 것이라 할 만한 수법을 그는 몇 개쯤 갖추고 있는 것이다. 저예산 영화의 어찌할 수 없는 형편 가운데서도 독문무공을 개발해야 했던 그다. 저기 화산파 장문인의 이십사수매화검법만이 독문무공인 건 아닌 것이다. 개방의 제자는 개 잡는 봉을 미친 듯이 휘둘러 고수들을 때려잡는다 했다. 홍상수가 택한 것도 그런 것이다. 손에 쥔 것을 기깔나게 쓰는 법. 어쩌면 어딜 가나 있는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도록 하는 내용과도 꼭 맞는 방법을 마련했다.
홍상수의 영화를 말할 때 빠지는 법이 없는 '반복'과 '줌인'이 그의 독문무공이 됐다. 반복이야 저기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그러니까 무려 70년도 더 된 옛 영화가 신기원을 이룩했고, 줌인 클로즈업의 역사는 그보다도 훨씬 더 길어 20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적인 광학 줌렌즈가 개발된 1950년대부터는 아주 흔한 기법으로 여겨졌다. 그러니까 새로울 것 없는 이 기법들을 홍상수는 저만의 것으로 오랫동안 단련했다. 마치 정권 지르기를 십구만사천이백번쯤 하면 절예의 대가조차 무릎 꿇릴 수 있는 비기가 되듯이 말이다.
반복과 줌인, 홍상수다움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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