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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지던 날 방문한 김포 장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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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지던 날 방문한 김포 장릉

지난 9일, 폭우 속에 반려견의 병원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길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김포 장릉'. 마침 운전을 하던 남편도 그 표지판을 보았는지, 조수석에 앉은 나를 돌아보며 슬쩍 말을 건넸다.

"조선왕릉 탐방 두 번째로 여기 어때요?"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씨 탓에 잠시 망설여졌지만, 지난번 선정릉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비 내리는 날의 왕릉도 나름의 깊은 운치가 있지 않았던가. 그 기억에 이끌려 나도 바로 "좋아요!"라며 의기투합했다.

사실 반려견의 각막 손상 소식을 듣고 마음이 몹시 심란했던 터였다. 왕릉의 깊은 숲을 거닐며 흩어진 마음을 위로받고 싶기도 했고, 조선왕릉 40기를 모두 완주하겠다는 은근한 조바심도 한몫했다.

고장 난 키오스크와 세 군데의 '장릉'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비가 더욱 거세졌다. 표를 구매하기 위해 키오스크에서 결제까지 마쳤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입장권이 발권되지 않았다. 빗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매표소 직원이 나와 기계 고장이라며 결제 내역을 확인한 후 우리를 입장시켜 주었다.

조선왕릉 40기의 입장권을 차곡차곡 모아 보관하고 싶었던 터라 아쉬움이 남았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그 마음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지난번 선정릉 탐방 때 관람 순서의 중요성을 배웠기에, 이번에는 매표소 바로 옆에 있는 역사문화관부터 들렀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김포 장릉에 대한 설명과 능침을 구성하는 석물들을 직접 배치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 그리고 왕릉을 돌보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밀조밀하게 채워져 있었다. 김포 장릉과 파주 장릉, 그리고 계양산이 일직선상에 위치한다는 사실도 이곳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재미있는 사실도 하나 알게 되었다. 조선왕릉 중 '장릉'이라는 능호를 쓰는 곳은 총 세 군데인데, 한자는 모두 다르다.

▲ 김포 장릉(章陵): '글월'이나 '빛나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 장(章) 자를 쓴다. 조선의 추존왕 원종과 추존왕비 인헌왕후를 모신 쌍릉이다.

▲ 파주 장릉(長陵): 길 장(長) 자를 쓰며, 조선 16대 임금 인조와 그의 첫 번째 왕비인 인열왕후를 모신 합장릉이다.

▲ 영월 장릉(莊陵): 장중할 장(莊) 자를 쓰며, 비운의 왕 조선 6대 임금 단종을 모신 단릉이다.

뒤이어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소리에 우리는 역사문화관을 나와 본격적으로 빗속의 왕릉으로 향했다.

운동화는 축축하게 젖었지만, 마음은 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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