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으로 드러낸 고백, 자전적 소설로 태어나다
"너의 손가락을, 뺨을, 눈꺼풀을, 혀를 애착했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너도 나를 사랑했다고 해도 좋다."
처음 읽었을 때 좀 놀랐던 표현이었다. <설국>을 썼던 작가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적나라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다운 가장 섬세한 표현이기도 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거장으로, <이즈의 무희>, 앞서 언급했던 <설국> 등을 지은 작가다.
<소년>은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미야모토 야스나리'라는 작가가 학창 시절 '세이노'라는 소년과 맺었던 특별하고 순수했던 관계를 쉰 살이 되어 되짚어보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두 소년의 애정만 다루는 작품은 아니다. 작가는 세이노를 떠올리면서 자기 자신의 결핍과 욕망, 열등감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기억과 소설로 엮인 섬세한 자기 고백
<소년>은 쉰 살이 된 작가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본인의 과거를 기록했던 일기와 편지를 엮어 놓은 구성이다. 중간에 현재 시점 작가가 그 기록들을 보며 감상과 해설을 풀어주면서 독자는 어렸던 그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서술자의 필체는 담담하지만 이에 얽힌 감정을 술회하는 묘사는 섬세하다. 이 소설은 편지와 일기 같은 구체적인 증거를 섞은 듯한 구조로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서술자 본인의 동성애 성향 고백까지 섞이면서 현실감은 더욱 강해진다. 독자는 현실과 허구가 뒤섞인 구조에 읽으면서 혼란마저 느낄 수도 있다. 이 모호함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 등, 당대 일본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이런 작가 개인의 체험과 내면을 소설 형식으로 드러내는 고백적인 기조는 일본 근대 문학에서 유행했다.
<소년>의 주인공은 엄연히 허구의 인물이나, 작가의 분신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를 여읜 것을 시작으로 조부모, 누나를 연이어 잃은 경험은 소년의 섬세한 감수성과 맞물려 그가 삶을 허무한 태도로 마주하게 했다. 이런 마음의 공허함은 야스나리 작풍의 근간이 되었다.
"내 주변에 시체가 겹겹이 쌓여 간다는 느낌도 쉰이 되면서 깊어졌다. (중략) 죽는 사람이 하도 많으니, 목숨만 붙어 있어도 언젠가는 행운이 찾아올 거라는 생각도 강해졌다. 누군가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고, 헤어지지 않는 건 더 어려운 일이지만, 오래 산다면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소설 속 죽음과 가까운 거리감은 소년의 일생을 따라다녔다. 가족을 여의고 삼촌 집에 맡겨져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던 그에게 위안을 주는 건 책과 글이었다. 그러나 탐독으로 서점에 빚까지 질 정도로 무리하자 이마저도 제지 당했다. 외로움에 사무쳤던 소년은 타인의 온기를 찾아 헤맸다. 같은 방을 썼던 기숙사생의 팔을 껴안고 자는 게 습관이 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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