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이 갑자기 폐쇄...이해가 됩니까?

지난해 6월 30일로 문을 닫았으니 11개월 만이었다. 흔히 '금강수목원'으로 불리던 충청남도산림자원연구소에 일반인이 발을 내딛는 것이. '금강수목원 공공성 지키기 네트워크'(아래 금강수목원네트워크) 구성원들이 그 일을 맡았다. 지난 5월 19일, 갑자기 폐원한 뒤 1년 가까이 방치된 금강수목원의 산림이 얼마나 훼손돼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수목원을 찾았다.
너무 넓어서 카트를 타고 이동했다. 이곳은 축구장 380개가 들어가는 269헥타르(약 81만 평) 규모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이자 '중부권 최고의 산림휴양원'을 자랑했다. 하지만 1997년 개원해 30년 가까이 세종, 대전, 충남을 비롯해 전국에서 매년 2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찾았다던 수목원 정문은 빨간 글씨로 '법적 출입 제한 안내'가 적힌 현수막으로 막혀 있었다. 방문객 한 명 없이 적막했다.
1년째 갇힌 금강수목원... 사람의 손길 아쉬워
들어가기 전 모니터링단 모두 수목이 많이 망가져 있을까 봐 걱정이 컸다. 다행히 수목원은 여전히 푸르렀다. 오히려 1년 가까이 사람들이 오가지 않아서인지 더 푸르른 듯 보였다. 임시로 남아 있는 산림자원연구소 직원들이 최소한의 관리를 하는 덕분이었다.
하지만 겉으론 푸르러 보여도 사람의 손길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맨발 걷기로 유명한 황토메타길은 나뭇잎과 흙으로 뒤덮여 바닥이 잘 안 보였다. 그걸 보면서 박경 금강수목원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이거 한 50명 있으면 치울 수 있지 않나. 자원봉사자들 모아 와서 여기라도 치우고 싶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황성아 가람수풀생태환경연구소 대표도 "이 길을 매일 걸어서 건강을 찾았다는 지역 주민이 계셔요. 그분이 수목원 문 닫는 걸 정말 아쉬워하셨죠"라며 황토메타길을 아련히 바라봤다.
곳곳에 흙이 움푹 파인 곳들도 있었다. 희귀 식물들을 뽑아서 산림자원연구소의 분원들로 보낸 흔적이란다. 야생동물원의 우리들도 모두 비어 있고, 열대온실의 한쪽 관도 모두 파헤쳐져 있었다. 문을 닫기 1년 전에 리모델링했다는 휴양원 건물도 쓸쓸해 보였다.
위용을 자랑했을 웅장한 산림박물관도 텅 비어 낡아가고 있었다. 백제 등 한국 전통 목조건물 양식을 따랐다는 건물은 지저분한 흔적들을 드러냈고, 지붕 군데군데 새들만 집을 짓고 있었다. 박창재 금강수목원네트워크 운영위원장(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고개 들어 지붕을 가리켜 "충남권 일대 귀제비의 최대 서식지"라고 소개하면서 "작년에는 둥지가 28개쯤이었는데 더 늘었네요. 40개는 되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제비 중에서도 귀하다는 귀제비들이 하늘 위를 날고 있었다.
자연 생태계는 그렇게 스스로 살길을 찾고 있었다. 길 곳곳에 고라니가 다녀간 흔적, 멧돼지 발자국들이 보이고, 연못에는 수련들이 곱게 피어있었다. 연못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올챙이가 바글거렸다. 박 운영위원장이 수목원에 두꺼비도 많다면서 산란기엔 참나무숲에서 두꺼비 수만 마리의 행렬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황 대표가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 수목원이 중요한 이유가 그거예요. 로드킬 당할 위험이 없다는 거죠. 다른 곳 아이들은 걱정이 많은데 여기 애들은 걱정이 없다고 했었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애정이 깃든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숲을 돌고 팔각정에 올랐다. 눈앞에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중국의 적벽에 버금간다는 청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귀한 풍경이 1년 가까이 갇혀 있다니... 상당한 자원 낭비 같았다. 애끓는 이들의 마음이 이해되고도 남았다. 1시간 남짓 산림 모니터링을 마치고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실로 넘어와 박 운영위원장과 송윤옥 금강수목원네트워크 공동대표(세종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와 마주 앉았다.
30년 공립 수목원을 민간에 팔 순 없어
"일단 절반의 성공은 한 것 같습니다. 1%도 안 되는 가능성으로 시작했는데 일단 유보된 상태니까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박 운영위원장은 현재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2025년 5월 말 올라왔던 '충남 산림자원연구소 매각' 안건이 포함된 '충청남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이 충남도의회에서 그해 6월 17일 재석위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뒤늦게 이 문제를 접한 시민사회는 그때 막 대전·충남지역의 64개 시민사회단체를 모아 금강수목원네트워크를 꾸린 시점이었다. 공지된 수목원 폐원일은 6월 30일, 상황을 되돌리기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1%의 실낱같은 가능성에 매달렸다. 왜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무모한 도전에 뛰어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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