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시아의 단검"...주한미군사령관 발언의 진짜 의미

지난 5월 22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육군 전쟁대학 팟캐스트에 출연해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이 인터뷰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은 아시아의 단검"이라고 했는데 발언의 핵심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이른바 '전략적 공감', 즉 적국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자고 했다. 생각을 바꿔보자는 거다.
그는 태평양의 경쟁 구도를 이해하기 위해 지도를 오른쪽으로 90도 회전시켜 한반도를 정중앙에 두고 중국의 동해안에서 태평양 쪽을 보는 시각을 상상해 보라고 제안했다. 중국은 바다를 마주하고 있지만, 그 앞에는 한반도가 정면에 서 있다. 한국은 아시아 정중앙에 있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가까운 곳에 자기 중심부를 직접 타격하고 위협할 수 있는 존재를 옆에 두고 있는 셈이기에 한국을 전략적 요충지로 의식하고 있다.
한국이 외로이 있는 건 아니다. 일본도 우리 뒤에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이 칼이라면, 일본은 중국이 태평양을 향해 군사적·지정학적 야심을 펼치는 것을 막아 세우는 '방패', 최후 저지선이다. 또 중국 남동쪽에는 필리핀이 있다. 필리핀은 남쪽 태평양을 압박하고 있다. 만약 필리핀에 미국의 최신 미사일 시스템인 타이폰처럼 강력한 전략 무기가 배치된다면, 중국은 태평양으로의 접근과 기동이 막힌다. 중국 관점에서는 남동쪽 진출로마저 막히는 것이다.
한국, 일본,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세 나라의 국방 시스템은 지정학적으로 촘촘하게 얽혀 있다. 중국의 팽창을 사방에서 억제하는 강력한 '전략적 삼각 구도'다. 전 세계 무역량의 42~48%가 이 삼각 구도를 통과한다. 세 국가의 결속과 군사적 연대를 중국이 돌파하기 어렵다. 치명적이고 단단한 방어망이다. 동아시아의 '킬 웹(Kill Web)'이라 할 수 있다.
'킬 웹'은 현대 전장에 등장한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방어 체계를 의미한다. 과거 단선적인 '킬 체인(Kill Chain)'을 대체하는 개념이다. 킬 웹은 여러 동맹국과 파트너가 여러 곳에 거점을 두고, 상호 보완적으로 얽혀 있는 살아 움직이는 그물망이다. 커다라면서도 기민한 그물망은 적의 군사적 도발 의지를 꺾는다. 전쟁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는 힘이자, 결국 인도·태평양 지역이 누군가의 독점 없이, 자유롭고 개방된 상황을 유지하는 힘이다.
요컨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한국은 전략적 의미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한국은 방어적 목적의 동맹국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브런슨 사령관은 미국의 패권 유지와 군사적 억제력을 완성하는 중심, 대체 불가능한 중추가 되었다고 말했다.
미군 동아시아 패권의 이유, '한미 연합군'
한국은 미군의 3성급 이상 야전군 부대 중에서 유일하게 해외 배치된 제8군이 있는 곳이다. 억제력의 발원지라는 뜻이다. 정전협정을 유지하는 '유엔군사령부', 한미 연합 작전을 지휘하는 '한미연합군사령부', 그리고 주한미군 3개 사령부가 75년 동안 굳건히 자리했다. 주한미군은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미국의 이행 의지를 뜻한다.
이러한 영구적인 육상 거점과 강력한 지상군의 존재는 해군과 공군 중심의 태평양 안보를 생각하면 특이한 점이고, 실질적 힘을 지닌다. 이 지상군 때문에 태평양 너머 본국이 있는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에 눈에 보이고 현실적인 억제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 미군의 지속적인 발전, 실험을 함께하는 동맹이다. 현대전은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기술이 중요하다. 미군이 그 기조를 무시할 리 없다. 적극적인 현대화 흐름 속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동맹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한국 내에 드론 생산 파운드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양국이 연합하여 무인 전투 기계를 대량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자기펄스(EMP) 등 적의 전파 교란이나 통신망 파괴로 인해 기존 아날로그 통신이 마비되는 상황에 해결책을 궁리했고, 현재 만들고 있다. 미국은 삼성과 협력하여 독자적이고 강력한 클라우드 통신 인프라를 건설하고 있다.
주한미군이라고 해서 미군이 모든 능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은 미국의 좋은 파트너이자, 혁신적 무기체계와 정보통신망을 미군과 함께 만들 수 있는 동료다. 첨단 기술을 제외하고도 한국은 전체적으로 산업 역량이 높은 편이다. 그러니 장비가 많은 미군에게 한국은 전력을 회복할 수 있는 든든한 '군수 지원처'이기도 하다. 보급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태평양 전역에서 전투가 벌어질 때를 가정해 보자. 만약 태평양 전투에서 무기나 장비가 망가진다면 이를 복구해야 한다. 이때 어디에서 하냐에 따라 시간이 많이 차이 난다. 이를 미국 본토로 가져가 수리한다면, 최대 180일 동안 전력이 비어 버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한국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금도 육해공 전 영역의 군사 장비를 현지에서 즉각적으로 유지, 보수, 정비(MRO)하는 체계의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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