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깨고 감자 까는 스타 셰프들, '큭큭' 웃다가 한방 맞았다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이 글을 보는 당신과 이 글을 쓰는 나는 엄청난 능력자다. 나는 일필휘지로 소설을 써 내려갈 수 있는 능력을 숨기고 있다. 이 능력을 꺼내놓을 때는 과연 언제란 말인가. 나는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깜박이는 커서만 바라보고 있다. 이 이야기의 가제를 달자면, <천재 소설가가 자신의 능력을 숨김> 정도 되겠다. 자, 이제 당신의 차례다. 당신은 지금 어떤 능력을 숨기고 있는가.
웹툰이나 웹소설에서는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현재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웹툰)처럼 '능력 은폐형 주인공' 서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인공은 천재지만, 어떤 이유로 그 능력을 드러낼 수 없다. 주변 인물들은 주인공을 과소평가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주인공의 능력이 드러난다. 독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그 짜릿한 순간을 기대하며 매 화를 놓치지 않고 본다.
'능력 은폐형 주인공' 서사가 생각나는 콘셉트
이런 패턴이 예능으로 넘어온 걸까. 우리나라의 대표 스타 셰프 샘킴, 권성준, 정지선이 해외 현지 식당에 신입 직원으로 위장 취업하는 내용을 담은 리얼리티 예능 <언더커버 셰프>(tvN)가 방영되고 있다. '능력 은폐형 주인공' 서사가 생각나는 콘셉트다. 샘 킴과 권성준은 이탈리아에 있는 식당에, 정지선은 중국 청두에 있는 식당에 각각 취업한다. 세 셰프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주방 막내에서 시작해 5일 만에 신메뉴 런칭을 하는 것이다. 식당 사람들은 한국에서 본업을 은퇴한 유명인이 식당 창업 전에 일을 배워보는 다큐멘터리 촬영이라고만 알고 있다.
전문가로 활약하는 이들의 모습만 보다가 낯선 직장에서 막내로 일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새로웠다. 세 명의 셰프들은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막내시절에 대해 간단히 언급했는데, 선배들보다 일찍 출근했고, 빠릿하게 움직였으며 간절함이 있었다고 했다. 첫날 영상을 보니, 이들의 막내 시절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 했다.
세 명 모두 달걀 깨기, 감자 껍질 까기, 고추 썰기 같은 쉬운 업무를 받았다. 너무 잘하면 경력이 많은 게 표시 날 테고, 너무 못하면 5일 안에 미션을 완수할 수 없다. 너무 못하지도 잘하지도 않도록 완급 조절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각 식당의 사장님은 이들이 잘 하고 있는지 수시로 감시한다.
긴장한 나머지 샘킴은 달걀물에 달걀 껍데기를 빠뜨리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권성준은 감자를 못 깎는다고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을 때, 그들은 휙휙 주위를 둘러보고는 경력자로 변신한다. 다다다다 속력을 내서 채소를 썰고, 바닐라빈을 알아서 손질하고, 달걀 몇 십개를 한 통에 다 깬 후 손으로 샤샤샥 노른자를 분리한다.
긴장됐던 첫날 오전 근무가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이 되었다. 다른 직원들은 집에 가서 쉬는데, 샘킴과 권성준은 오전에 사수에게 배웠던 레시피를 외운다. 정지선 셰프는 메뉴판을 탐독하고 주방을 살핀다.
전체 내용보기 ...
이 뉴스, 독자들은 어떻게 느꼈나요?
첫 반응을 남겨보세요로그인하면 감정 반응에 참여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