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에서 간호사로, 방송대가 다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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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학교(총장 김종오, 이하 방송대) 간호학과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전문대 간호학과의 4년제 전환이 마무리되면서 이 학과가 오랫동안 담당해 온 RN-BSN(전문대학을 졸업한 간호사를 위한 학사학위과정)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수요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방송대 간호학과가 어떤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1992년 개설된 방송대 간호학과는 전문대 간호학과(3년제)를 졸업하고 간호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학사 학위가 없는 간호사들에게 원격교육을 통해 학사 학위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당시에는 많은 간호사가 학사 학위 취득을 필요로 했고, 방송대는 그 요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교육기관이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전문대 간호학과의 4년제 전환이 본격화됐고, 2022년에는 사실상 완전 통합이 이루어졌다. 이제 신규 간호사들은 대부분 학사 학위를 취득한 상태로 배출된다. 3년제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RN-BSN 과정의 신규 수요는 장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방송대 간호학과 역시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현장에 있지만 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
우리 의료 현장에는 오랜 기간 환자 돌봄 경험을 축적해 온 간호조무사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는 이미 학사 이상의 학위를 보유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수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현장 경험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법 제7조는 간호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간호학을 전공한 대학 또는 전문대학 졸업자로 제한하고 있다. 경험과 역량이 있어도 간호사 면허 취득을 위한 제도적 통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경력 개발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의료·돌봄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 인력 확보가 중요한 국가 과제가 된 상황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력의 역량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 논의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노인장기요양 분야에서는 이미 유사한 변화가 이루어진 바 있다. 방문간호는 오랫동안 간호사만 수행할 수 있는 업무였다. 그러나 일정 교육 과정을 이수한 간호조무사에게도 방문간호의 문이 열렸고, 현재 많은 간호조무사가 방문간호조무사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방문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가 간호학과가 개설된 전문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총 70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론 360시간, 실습교육 100시간, 현장실습 240시간으로 구성되며 전 과정은 대면교육으로 진행된다. 교육 기간은 약 9개월에서 1년이며, 지원 자격 역시 간호조무사 자격 취득 후 3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갖춘 사람으로 제한된다. 경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추가 교육과 실습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경력과 교육을 결합하면 제도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이미 경험했다. 간호사 면허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교육과 국가시험을 요구하겠지만 방향은 같다. 현장 경험을 가진 사람이 추가 교육을 통해 더 높은 전문 자격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경로가 반드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방문간호조무사 제도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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