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공시,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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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금융위원회는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을 공개했다. 여러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작성된 로드맵으로, 공시 시기와 대상, 범위 등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지속가능성 공시란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와 관련된 비재무적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로드맵 발표 후, 환경단체와 국민연금의 비판이 이어졌다. 기대에 미달하는 반쪽짜리 계획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금융위 방안의 문제점을 적시한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고 수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례적인 충돌이다. 이대로라면 시민사회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핵심 논점은 4가지다.
① 공시 시기와 대상이 후퇴했고 ② 공시 내용이 부실하며 ③ 공시 방법이 잘못되었고 ④ 검증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이다.
① 금융위는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이상은 2028년부터, 10조 원 이상은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21년에 '자산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5년부터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공시 시기는 3년 늦춰졌고, 공시 대상은 대폭 줄어든 셈이다. 연결자산 30조 원 이상의 회사는 58개에 불과하다. 이 기업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 공개하고 있다.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② 금융위는 스코프3(가치사슬 전반 배출량) 공시를 3년 유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온실가스 측정, 산출의 어려움이 있으니 2031년부터 공시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참조했다는 부연 설명이 붙어있다.
하지만 국제지속가능성위원회(ISSB)는 1년 유예를 제안하고 있고, 일본과 호주 등 많은 나라들도 이 기준을 따르려 하고 있다. 스코프3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최소 7할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영역이다.
③ 금융위는 과징금이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정 공시를 바로 도입하기보다 일정 기간 '거래소 공시'로 운영한 후, 법정 공시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공시는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가 맺은 자치 규정으로, 강제력이 없다.
따라서 허위, 부실 공시를 해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규정 위반 시, 벌점을 부과하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뿐이다. 이런 조건에서 기업들의 성실 공시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린워싱(Green Washing) 즉 위장환경주의가 난립할 가능성이 크다.
④ 금융위는 공시 내용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제3자 인증이 필요하지만, 도입 초기에는 자율적으로 인증을 받도록 하고 추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부터 인증받지 않은 정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시민과 투자자는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3자 인증 의무화를 언제,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금번 금융위의 '지속가능성 공시 방안'은 공시 주체인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위는 추가 의견 수렴을 거친 후 4월에 안을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껏 최종안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수년 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 공개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ESG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을까. 아래 표는 2023∼2025년간 우리나라 5대 금융지주회사의 '금융배출량'을 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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