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좋다"... 청소년 눈·귀 사로 잡은 의외의 무대

"노래도 엄청 잘하시고, 국악기와 현대 악기가 섞여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눈과 귀가 호강한 느낌이었어요."
공연이 끝난 뒤 만난 서초중학교 3학년 6반 김보민 학생의 얼굴에는 무대의 열기가 남아 있었다. 직접 무대에 참여할 때 긴장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떨리기는 했지만 옆에서 잘 도와주셔서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공연 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들은 어느새 장단에 맞춰 박수 치고, 추임새를 외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국악 공연이 어떤 모습일지 잘 몰랐던 학생의 입에서 "눈과 귀가 호강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뜨거웠다. 학교 밖에서 국악을 직접 만날 기회를 제공한 '공연봄날'이 만든 변화였다.
10일 오전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입구에는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연봄날, 공연장 가는 길'이라고 적힌 파란색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이날 서울체임버홀을 찾은 학생은 서초중학교 100명과 난곡중학교 74명, 모두 174명이었다. 로비에 도착한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찾은 공간을 두리번거리거나 벽면의 대형 화면을 바라보는 학생도 있었다. 교사들은 인원을 확인한 뒤 학생들을 차례로 공연장으로 안내했다.
계단식 객석에 자리를 잡은 학생들의 표정에는 학교 밖으로 나왔다는 설렘이 묻어났다.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는 학생, 친구와 어깨를 맞대고 웃는 학생, 무대 위 악기를 유심히 살피는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무대보다 옆자리 친구에게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그러나 조명이 어두워지고 첫 장단이 울리자 객석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연대회를 위해 모인 연주자들
이날 무대에 오른 작품은 전통연희 창작밴드 오름새의 'FIT: 연희의 새물결'이었다. 오름새는 지난해 국악방송이 주최한 경연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결성됐다. 기타 곽동균, 소금 허준혁, 베이스 이수민, 드럼 김동빈, 보컬 송창현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연주자들이 국악과 밴드 음악을 결합한 무대를 준비했고, 마침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경연이 끝난 뒤에도 이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대회를 위해 만든 음악과 무대를 한 번으로 끝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름새 보컬 송창현씨는 "조금 더 다듬어 우리나라 전통연희를 살린 밴드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름새는 전통 장단과 소리, 상모와 추임새에 기타와 베이스, 드럼 등 밴드 사운드를 결합한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기보다 오늘의 관객이 몸을 움직이고 목소리를 보태며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풀어낸다.
올해 처음 공연봄날에 지원해 선정된 오름새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에서 세 차례 공연했다. 전날에는 초등학생 단체 관람을 시작으로 가족과 일반 시민을 위한 저녁 공연을 비롯해 당일 중학생 대상 공연까지 서로 다른 관객을 만났다. 이날 무대는 올해 예정된 공연봄날의 마지막 회차였다.
송씨는 "처음에는 국악과 밴드의 조합이 낯설 수 있지만, 공연이 이어질수록 무대와 객석이 함께 하나의 판을 만들어간다"며 "관객과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음악이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공연에서는 "연예인이 된 것처럼 함성이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가족과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서는 궂은 날씨로 일부 관객이 오지 못했지만, 객석을 채운 이들이 집중도 높은 호응을 보냈다. 중학생들은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으나 공연이 진행되면서 박수와 추임새로 적극적으로 화답한 점이 달랐다 설명했다.
아이들의 첫 교외 활동
서초중학교 학생들에게 이날은 1학기 들어 처음으로 학교 밖에 나온 날이었다. 이날 공연을 함께한 최창주 교사는 학교 문화체험 활동을 준비하면서 여러 공연을 살펴보다 오름새의 무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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