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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박지르듯 질주하는 '호프', 나홍진 감독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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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박지르듯 질주하는 '호프', 나홍진 감독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왜 호프일까.

바닷가를 끼고 있는 작은 항구마을 호포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점 하나를 떼어 '호프'란 제목을 달고 있는 건 그저 우연만이 아니다. 스쳐 가듯 지나치는 간판이 잠깐 비추듯이 희망을 뜻하는 영단어 'Hope'가 호포항의 영어 이름이다. 영화가 희망을 품기 위하여서 배경을 호포로 삼았음은 그래서 분명하다.

희망이란 언제나 좋은 것인가. 그렇지가 못하기에 설득이 필요하다. 저 유명한 영화 <쇼생크 탈출>은 바로 이 명제를 설득하기 위해 내달리는 142분의 여정이라 봐도 무방하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어쩌면 제일 좋은 걸지도 몰라요.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라는 앤디의 편지글에 레드가, 나아가 영화를 보는 모두가 수긍하게 된다는 사실이 이 영화의 훌륭함을 보여준다. 나는 <호프>가 해냈어야 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어야 했다고 믿는다.

한국형 아닌 진짜 블록버스터?

나홍진 감독은 한국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무려 156분의 블록버스터를 찍어냈다. 이 작업은 그 자체로 어떤 희망을 증명한다. 한때 한국에선 블록버스터가, 무려 괴수와 우주선이 등장하는 규모 있는 영화가, 또 알리시아 비칸데르며 마이클 패스벤더 같은 할리우드 스타까지 출연하는 작품을 찍을 수가 없으리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오늘에 이르러 나홍진은 이것이 가능하단 걸, 심지어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단 걸 확인케 한다. 희망만 간직하고 있다면 불가능은 없다고, 호포 같은 시골 마을에서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같은 작품을 찍어낼 수 있다고 선포한다. 이를 그대로 한국영화, 나아가 영화예술의 희망이라 보는 이가 없지는 않을 테다.

<호프>는 여느 블록버스터가 그러하듯 관객을 압도하는 도입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선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이라 적어도 크게 무리는 없을 명배우 황정민이다. 존재감 확실한 그는 1970년대 호포 치안을 책임지는 출장소 소장 범석이다. 차림부터 동네를 장악한 대장 같은 그 주변에 험악한 인상의 한 무리 사내들이 모여든다. 총 한 정씩 어깨에 걸고 있는 이들은 꽤 오래 팀을 이룬 사냥꾼들이다. 영화는 이들 앞에 선 범석의 확고한 카리스마와 이들 사이에, 또 그 밖에까지 감도는 기묘한 긴장감을 바탕으로 관객의 집중력을 꽉 붙든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소 한 마리 때문이다. 이날 이들이 사냥을 갔다 나오던 중 길가에 커다란 소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신고 한 것이다. 길에 누워 죽어 있는 황소 몸통엔 곰의 것보다도 훨씬 더 큰 발톱 자국이 나 있다. 도대체 소를 죽일 만큼, 이처럼 큰 발톱 자국을 남길 만큼 큰 짐승은 무엇일까. 범석은 도대체 그런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본 일 없다. 대체 무엇이 이 소를 죽였을까. 영화 초반부는 그 답을 찾아가는 한 편의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보인다.

한동안 미스터리 스릴러의 흐름을 타고 전개되던 영화는 어느 순간 본론을 꺼내 든다. 그저 곰이나 호랑이가 아니다. 정체불명의 괴물이다. 죽은 건 그저 소 한 마리가 아니다. 마을 외곽에 사는 어느 노인의 축사가 박살이 나 있고, 여러 마리 소와 함께 노인까지 죽어 있는 것이다.

장르에서 장르로 이어지는

미스터리가 조금씩 벗겨지고 나면 괴수물의 장이 열린다. 단서를 좇아 사냥꾼들은 산으로 올라가고, 읍내로 온 범석은 범석대로 괴수들과 마주한다. 젊은이들은 산불진화를 위해 나가 있고 호포엔 나이든 사람들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괴수가 읍내 한복판에 나타난 것. 짐승의 것이 아닌 괴력으로 건물을 부수고 사람들을 학살하는 괴수의 정체를 범석도 그를 따르는 카메라도 좀처럼 포착해 내지 못한다. 산탄총 한 정을 들고 내달려서 괴수의 뒤를 쫓는 범석과 괴수에게 처참하게 당하는 이들의 모습이 여느 할리우드 괴수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뿐이다.

읍내에선 읍내대로, 산 깊은 곳에선 산 깊은 곳대로 싸움이 이어진다. 종횡무진하는 괴수는 과연 인간의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을 만큼 어마무시하다. 이에 맞서는 이들의 노력이 괴수영화를 넘어 일종의 재난영화를 보는 듯한데, 어찌어찌하여 한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여지없이 제 존재를 과시한다.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전개가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제 공식에 정통한 이의 솜씨를 보는 듯하다. 그가 바로 한국영화가 낳은 나홍진이란 건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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