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죽어야 바뀌나" 37세 미얀마 이주노동자는 왜 죽어야 했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는 멈추지 않았다. 기계가 돌아가며 뿜어내는 굉음 속에서, 노동자들은 육안과 소리만으로 이상 여부를 감지해야 했다. 롤러에 이물질이 끼면 기계가 작동하는 와중에 비좁은 틈으로 들어가 망치로 두들겨 빼내는 것이 그들만의 '작업 표준'이었다.
위험을 막아줄 방호 덮개도, 비상정지 스위치도, 안전한 발판조차 없는 아찔한 곡면 위에서 위태로운 노동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 7월 1일, 충남 아산의 KTX 복선화 건설 현장에서 37세의 청년인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고(故) 아웅민우씨는 컨베이어 벨트 점검 중 기계에 끼여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온 청년의 죽음 앞에, 남겨진 이들은 비통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1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본사 앞에서는 고인의 유족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사람이왔다_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SK에코플랜트와 하청업체 LT삼보, 그리고 정부를 향해 뼈아픈 책임을 물었다.
고인 동료들 "통로·발판조차 없는 곳에서 컨베이어 벨트 정비" 증언
이날 공개된 동료 이주노동자들의 증언은 건설 현장의 참담한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안전교육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고, 2인 1조 근무는 지켜지지 않았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는 기계를 멈출 권한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고 정비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 수칙은 공기 단축과 이윤 앞에 철저히 무시당했다.
심지어 컨베이어 벨트의 하부는 평지가 아닌 곡면으로, 동료 노동자들은 이 때문에 작업 중 항상 미끄러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며 비계가 설치된 곳만이 정상적인 통로라고 증언했다. 즉, 작업을 위한 기초적인 통로나 발판조차 설치되지 않은 환경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고 정비한 셈이다.
기자회견에 모인 참가자들은 고인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위험의 이주화'가 낳은 구조적 타살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가장 위험하고 열악한 현장의 최전선에는 항상 이주노동자들이 서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전남 대불산단에서 40대 몽골 여성 노동자가 크레인 사고로 사망했고, 7월 11일에는 홍성의 축사에서 30대 네팔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3배나 높은 산재 사망률은 이들이 얼마나 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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