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37세때 'DJ 필패' 빗나갔는데…66세에 또 '李 필패'
범여권 논객인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의 노선을 "필연적 실패의 길"이라 진단하면서 여권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의 '필패 예언'을 기억하는 이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28년 전에도 유 작가는 똑같이 '필패'를 말했고, 그 예언은 빗나갔기 때문이다.
유 작가는 지난 15일 유튜브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 노선과 검찰개혁 혼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려 한다는 '재건축론'을 다시 꺼내 들며 "이 대통령이 필연적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1년 넘게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대통령이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997년, 37세 유시민의 '김대중 당선 확률 0%'시계를 1997년으로 돌리면 익숙한 장면이 나온다. 당시 37세로 독일에서 유학하고 있었던 유 작가는 그해 봄 '97 대선, 게임의 법칙'이라는 책을 펴냈다. 골자는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이른바 'DJ 필패론'이었다.
그는 비호남 유권자의 '반(反)김대중 정서'가 뿌리 깊어, 김대중 총재(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직접 출마해서는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들었다.
또 DJ가 출마해 당선되기 위해선 △여권의 분열 △대다수 김종필 총재(당시 자민련 총재·JP)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지원 △재야의 지지라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하지만 사실상 이런 상황이 만들지는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DJ가 내세운 'DJP연합을 통한 필승론'에 대해선 "승률이 0에 가까운 치명적인 정치적 자해행위"라고 혹평했다. DJP연합을 통해 DJ로 단일화 돼도 JP 지지표 가운데 '반김대중 성향'을 가진 표는 오히려 신한국당 후보에게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결국 "정권교체를 위한 DJ의 유일한 선택은 그가 2선으로 물러선 뒤 제3후보를 내놓는 방법밖에 없다"는게 유 작가의 주장이었다. 그는 DJ가 2선으로 퇴진한 뒤 대리전에 나설 후보로는 조순 당시 서울시장이 제격이라고 지목했다. DJ 지지자들이 무리없이 수용할 수 있고, JP 지지자들이 차선의 후보로 선호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논리였다.
이러한 주장에 DJ 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 "영남 우월주의와 패권주의 혈맥이 흐르는 사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1991년 유 작가를 보좌관으로 데리고 있었던 이해찬 의원은 "학문적인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며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는 대권 전선을 읽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97년 대선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그해 12월 김대중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DJP 연합은 대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연대로 기록됐다.
하지만 빗나간 대선 예언은 사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판은 집권 내내 계속됐다. 그는 1999년 12월 한 일간지에 '김대중 대통령님께'라는 칼럼을 실어 "동교동계 참모의 전진 배치"와 "예스맨 중용"을 문제 삼았다. "대통령님에 대한 기대를 이제 온전히 접었다. 2년이면 실망하기에 충분히 긴 세월이었다"고도 했다.
수위는 더 높아졌다. 2002년에는 DJ 세 아들 비리를 두고 "대통령이라면 하야해야 한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었다"고 몰아세웠다. '하야론'에 이어 사실상 '정신이상설'까지 제기한 셈이다.
유 작가가 DJ 비판을 공개 사과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2010년 경기지사 후보로 나선 그는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시사평론할 때 몇 차례 비판했던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이 사과가 호남 지지층을 의식한 것이라는 시선도 당시 적지 않았다.
다시 소환된 '필패론'…박지원 "DJ 5년 괴롭혔으면 충분"
유 작가의 이번 '매불쇼' 발언 이후에도 여권은 들끓었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16일 새벽 페이스북에 "그는 97년 대선 때 은사인 보수정당 조순 후보를 지지하며 그 유명한 DJ 필패론을 역설했지만 국민은 DJ를 선택했다"며 "그의 패악질과 훼방에도 DJ는 역사적·국민적으로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DJ 5년을 괴롭혔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재명 대통령을 도와 필연적 성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8·17 전당대회를 앞둔 당 내에선 계파 간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선을 넘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친청(친정청래)계는 직접적인 반응 대신 선명한 개혁 추진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명계 당권 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통상적인 평론의 영역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이 꼭 늘 맞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의원 역시 "충정은 이해하겠으나 그것을 저렇게 저주와 악담식으로 표현한 것은 좀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반면 정청래 전 대표는 국회 검찰개혁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유 작가 발언에 "노코멘트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대신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은 민주당 정체성의 깃발이자 상징"이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차 주장했다.
당 내부에서는 유 작가의 이 대통령을 향한 잇따른 비판이 전통적 강경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검찰개혁 이슈를 자극하면서, 줄곧 강경 노선을 취했던 정 전 대표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친명계에서 나온다.
한 친명계 의원은 "유 작가와 정 전 대표 노선이 사실상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친청계 의원은 "공직에 있는 분도 아니고 개인적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유 작가의 발언이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오히려 발언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의 '역결집'을 부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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