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나홍진 '호프'는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까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꼭 잘돼야 해요. 안 되면 안 돼요."
국내 투자·배급사 관계자가 영화 '호프'(7월15일 개봉)를 두고 한 말이다. '호프' 투자·배급을 맡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한 얘기가 아니다. 말하자면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회사 소속 직원이 한 얘기다. 지난 6일 '호프' 언론시사회 후 만난 프로듀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20년 넘게 영화를 만들어온 이 프로듀서는 시사회 후 반응이 좋다는 얘기에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영화계 모두가 '호프'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
영화 한 편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잘돼야 한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건 그만큼 이 영화 성패가 영화계에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호프'가 흥행해야 올해 반등·부활 조짐을 보인 영화·극장 산업이 온전히 살아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 역대 한국영화 최대 제작비를 쓴 이 작품이 성공해야 영화계에 돈이 돌고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호프' 순제작비(홍보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영화를 만드는 데만 쓴 돈)는 약 500억원으로 알려졌다.
◇순제작비 약 500억원 감당할 수 있을까
영화계 바람처럼 '호프'는 성공할 수 있을까. '호프'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첫 번째 기준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손익분기점은 총제작비의 2배로 책정한다. 가령 총 100억원을 쓴 영화가 있다면 200만명 이상 봐야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호프' 총제작비는 500억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단순 계산하면 1000만명 이상 봐야 수지가 맞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호프'는 개봉 전 200여개 나라에 판매되면서 역대 최대 선판매 기록을 세웠다. 업계는 '호프'가 선판매로만 약 150~200억원을 회수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손익분기점이 되는 국내 관객수는 700~800만명 정도가 된다.
◇20대가 좋아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긴 하지만 개봉 전 '호프'를 먼저 본 기자·관계자·일부 관객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상영시간 156분이 금새 지나갔다고 느낄 정도로 직관적인 재미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호프'를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인간과 괴생명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러닝타임 전체가 온갖 액션으로 가득차 있다. 이전 어떤 한국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액션 시퀀스가 이어지고 나홍진 감독 영화답게 시네마틱한 충격을 연달아 선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정도 재미와 완성도라면 아무리 한국영화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800만명이 가능할 거란 예상이 나온다.
개봉 전 '호프'를 본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단순 비교할 수 없겠지만 '군체'가 600만명 이상 봤다. 그렇다면 '호프'는 그 이상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2시 현재 '호프' 에매관객수는 5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최고 기록이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20대가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이들이 흥행에 큰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며 "'호프'는 20대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정말 많은 작품"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8일 영화 6000원 할인권 205만장을 풀어낸 것도 '호프' 흥행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본격 장르물에 명쾌하지 않은 결론은 불안요소
물론 불안요소가 없진 않다. 먼저 국내에서 영화로는 성공 사례가 거의 없는 SF크리쳐물이라는 점이다. 앞서 1000만 관객에 성공한 한국영화 25편 중 '호프'와 유사한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 한 편 정도다. 다만 '호프'는 '괴물'보다 더 본격적인 장르물이다. '괴물'이 다분히 한국적이고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는 영화였다면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관객에게 '호프'의 일부 설정은 과하고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가족 단위 관객 공략이 중요한 여름방학 성수기에 딱 들어맞는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제작사 관계자는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영화는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오컬트물인 '파묘'나 좀비물인 '부산행' 사례도 았다"고 말했다.
명쾌하게 결론을 내놓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도 불안요소 중 하나다. '호프'는 일반적인 한국영화는 물론이고 나 감독이 앞서 만든 영화 3편과 비교해도 빈 공간이 많은 이야기다. 물론 이 작품 각본은 나 감독 작품 세계를 매우 섬세한 방식으로 견지하고 있다. 다만 나 감독 의도와 각종 디테일을 다수 관객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줄 거라고 생각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일부 관객은 이 작품의 공백을 재미로 받아들이겠지만 또 다른 관객은 이같은 연출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배급사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건 입소문이다.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 영화로 입소문이 나는 게 아니라 그저 이상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하고 극단적으로 좋지 않은 입소문이 대세를 이루게 되면 '호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프' 개봉 2주 뒤인 오는 29일엔 마블슈퍼히어로영화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파이더맨 시리즈 새 영화 '스파이더맨:브랜드 뉴 데이'가 나오고, 다음 달 5일엔 벌써부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최고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신작 '오디세이'가 잇따라 개봉한다는 점도 '호프'엔 좋지 않은 소식이다.
◇북미에서 흥행해야 산다
'호프' 성패를 논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하나 더 있다. 해외 흥행 여부다. 보통 한국영화는 해외에 판매되더라도 흥행 수익으로 큰 돈을 벌긴 어렵다. 종종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관객을 끌어모으며 매출액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긴 해도 이런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순수한국영화 중 해외 매출액 1위는 '기생충'의 약 1억8700만 달러인데, 2위는 '디워'의 1990만 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업계는 '호프'가 최근 나온 어떤 한국영화보다 해외에서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호프'는 지난 5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을 때 영미 언론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다. 뉴요커는 "순도 100%의 거침없는 블록버스터 아드레날린"이라고 평했고, 할리우드리포터는 "나 감독 전작이 마치 준비운동처럼 느껴질 만큼 압도적"이라고 했다. 가디언은 "K열풍을 한층 더 달아오르게 할 최고 수준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일단 보는 재미가 있다는 데 이의가 없다는 것이다. 나 감독은 최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기획할 때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국내에선 약점이 될 수 있는 SF크리처물이라는 장르가 해외에선 오히려 장점이 될 거라는 시각도 있다. 해외 관객은 각종 장르영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장르영화 클리셰를 뒤틀고 확장하는 시도가 두드러지는 '호프'에 예상을 뛰어넘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본다. 배급사 관계자는 "'호프'를 해외에 판매해 벌어들인 150~200억원은 미니멈 개런티 계약(최소한의 돈을 받고 영화를 판 뒤 매출액에 따라 수익이 올라가는 형태의 계약)으로 받은 돈"이라며 "만약 '호프'가 '기생충' 정도만 흥행해도 충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거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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