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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남편이 날 위해 사 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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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을 시작하기 전, 병원에서는 2주쯤 지나면 머리카락이 빠질 테니 미리 가발을 준비하라고 했다. 한 번 겪어본 일이라 가발을 맞추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가발 가게에서 머리를 밀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진짜 시작이구나 싶었다. 거울 속에는 낯선 사람이 앉아 있었고, 그 뒤로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남편이 보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조용한 곁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항암을 시작한 지 2주쯤 지나자 병원에서 들은 대로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 빠지지는 않았다. 듬성듬성 남은 짧은 머리카락은 바늘 같았다. 옷깃에 붙으면 목을 찔렀고, 베개에 붙으면 잠을 깨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남편에게 말했다.

"자기야, 이것 좀 봐봐. 머리카락이 옷에 붙어서 따가워 죽겠어. 눈에도 잘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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