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대신 출근 앞둔, 열아홉에게 꼭 필요한 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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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시간이 출근 시간으로 바뀌던 가을을 기억한다. 교복 대신 유니폼을, 선생님 대신 직장 선배를 마주했던 고교 3학년 2학기였다. 나의 열아홉은 그로부터 한 달 뒤 첫 월급으로 족발과 내복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눈썹 그리는 용도인 아이브로우를 처음 샀는데, 그리자마자 짱구가 되었다.
매사 서툴렀지만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는 것 같아 신이 났다. 수능을 준비하는 열아홉이 있듯 직장생활에 뛰어드는 열아홉이 있고, 미생을 챙겨주는 선배들 덕분에 나의 열아홉은 풍요로웠다. 현장실습생의 고3 생활을 그린 영화 <3학년 2학기>를 보며 울며 웃었던 까닭은 주인공 '창우'와 내 열아홉이 붕어빵처럼 빼닮았기 때문이다.
당당히 3학년 2학기를 버티는 특성화고 학생들
극중 창우는 집에 보탬이 되고 싶은, 되고 싶은 것보다 잘해내고 싶은 게 많은 열아홉. 동생들에게 시장 통닭 대신 브랜드 통닭을 사주고 싶고, 현장실습을 시작한 날부터 자신의 '쓸모'를 다해내고 싶지만 처음 맡은 업무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래도 챙겨주는 동기들 곁에서 창우는 잘 자란다.
최근 출간된 청소년소설 <인트로>(2026)에도 첫 사회생활을 앞둔 열아홉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실습 현장에서 부당함을 겪지만 좋은 친구들과 소수의 좋은 어른들이 있어서 늠름하게 '일보 전진' 한다. 학업과 취업이라는 두 갈래 길 앞에서 들뜬 미디어고교의 3학년 2학기 교실, 장차 어른으로서 일 인분을 잘 해내고 싶은 '미아'는 '푸름프로덕션'이라는 중소기업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한다.
미아가 만난 인생 첫 사수는 '한 피디'. 실습생을 하대하기보다 '존중'할 줄 아는 인물로, 방송 제작 일이 주된 일터에서 미아의 은근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지역 꽃 축제, 건강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미아는 그를 도우며 영상 전문가로서 식견을 넓혀 가지만, 자신을 매몰차게 대하는 방송가 사람들을 만나며 "묵직한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에 숨을 고르기도 한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특성화고를 선택할 때부터 미아의 목표는 하나였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하기. 그리고 돈 벌어 살림살이에 보태기."
-<인트로>(최이랑) 중에서
엄마와 할머니가 꾸리는 '어리밥상' 식당의 매출만으론 생계가 힘듦을 직감한 미아는 일찍이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다. 하교 대신 퇴근한 얼굴로 가게에 들어서는 손녀를 안쓰럽게 보는 할머니에게 미아는 자신이 실습 현장에서 꽤 '쓸모' 있다며 주변 어른을 안심시킨다.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미아가 낯설지 않은데, 작가는 열아홉 실습생의 패기와 기쁨, 슬픔을 생생히 버무려 놓았다.
일찍 철 들고 매사 명랑한 미아에게는 다정한 가족과 일터의 선배 말고도 좋은 친구들이 있다. 학교에서 알아주는 우등생이자 자신처럼 일찍 철 든 친구 '수지' 그리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어딘가 낙천적인 친구 '단이'. 이 셋은 다가올 스무 살을 기다리며 위풍당당 3학년 2학기를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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