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악마가 사랑한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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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로미티 걷기, 날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풍경 (https://omn.kr/2ix6a)
6월 22일 목적지는 라가주오이(2778m)와 친퀘토리(2361m)다. 나흘쯤 둘러봤으면 이제 눈앞의 풍경이 식상해질 만도 한데 돌로미티는 추호도 그런 느낌을 허용하지 않는다. 볼 때마다 새롭고 신비스럽고 경이롭다.
라가주오이는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 돌로미티의 산맥과 계곡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 승강장에 내려 20여 분만 걸으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1차대전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참호나 포탄피 등이 많이 남아 있다. 지형이 너무 험악해 이탈리아군이나 오스트리아군이나 참 고생스러웠을 듯하다.
돌로미티 다른 곳도 그렇듯이 산장 앞에는 이탈리아 국기인 녹·백·적의 세로 삼색기가 펄럭이지만 트레일 주변의 바위 곳곳에는 오스트리아 국기인 적·백·적 가로 삼색 문양이 그려져 있다. 오스트리아 땅이던 돌로미티가 1차대전 후 이탈리아 영토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지의 웬만한 산 정상은 모두 골고다 언덕인 것처럼 십자가나 십자고상을 세워놓았다. 라가주오이 십자가는 오스트리아 전몰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놓았다니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토록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젊은 병사들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아까운 목숨을 바쳐야 했을까.
산장에서 스파게티로 점심을 먹고 나서 케이블카로 내려간 뒤 버스로 이동해 친퀘토리 트레킹에 나섰다. 이번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다. 친퀘토리는 '5개의 탑'이란 뜻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 암벽을 오르는 클라이머들도 눈에 띈다.
돌탑 반대편의 아베라우 산장까지는 가파른 돌길 오르막이다. 숨이 가빠지지 않도록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가끔씩 멈춰 주위를 돌아보니 풍경화 속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다. '악마가 사랑한 천국'이란 표현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산장에서 일행 대부분이 맛 좋기로 유명하다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한 잔씩 마신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는 심호흡으로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내가 잘 아는 후배이자 친척 동생이 자기도 가족과 함께 돌로미티에 왔다는 문자를 보내온다. 대학 학과 선배와 언론계 후배에 이어 세 번째 소식이다. 비록 마주치지는 못했지만 같은 시간 돌로미티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인연으로 여겨진다. 근덕이는 오늘 아는 후배 가족과 세 차례나 마주쳤다. 돌로미티가 한국인에게 인기 폭발 중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코르티나담페초의 퓨전 일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일행 가운데 한 부인이 오늘 환갑날이라고 하며 음료 비용을 내겠다고 한다. 축하 인사가 쏟아진다. 돌로미티에서 맞는 회갑이라니 멋지다. 지난해 아내 회갑날 어떻게 기념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돌로미티의 심장' 트레치메의 위용
이탈리아 입국 이레째이자 트레킹 마지막 날이다. '돌로미티의 심장'이라는 트레치메를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트레치메는 세 봉우리란 뜻이지만 부산 이기대 앞바다 오륙도처럼 보는 방향에 따라 네 개로도 보이고, 자세히 보면 다섯 개, 여섯 개, 일곱 개 혹은 그 이상으로도 늘어난다.
가는 중간에 텐트촌이 보인다.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텐트 속에서 노을을 감상한 뒤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다가 잠이 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어 부러워진다. 평일인데도 진입로와 주차장이 붐빈다. 올 성수기에는 예약 전쟁, 주차난, 교통체증이 극심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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