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할퀸 마을, 이번엔 물이 덮쳤다 "가슴 미어터져"

"당시 마을 길이 도랑이 돼버렸어요. 물살이 세서 나가면 휩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죽했으면 컨테이너가 물에 떠서 도로까지 떠내려갔겠어요? 집 앞 다리에 나뭇가지 등 장애물이 걸리면서 물이 마을로 덮친 게 피해를 키웠다고 봅니다."
지난 18일 저녁에 내린 집중호우로 다시 집을 잃은 경북 안동시 일직면 귀미1리 주민들이 망연자실한 상태다. 지난해 봄 대형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임시로 살고 있던 모듈러 주택(임시 주택)마저 물길에 쓸려 내려가면서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기 때문이다.
안동시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19일 오후까지 내린 누적 강수량은 남선면 201mm, 임하면 169mm, 남후면 130mm로 집계됐다. 길안면과 일직면 등도 7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피해가 극심했다.
가장 피해 큰 귀미1리 주민 "마을 길은 이미 도랑이 돼 버려"
20일 오전 찾은 일직면 귀미1리에는 수마가 할퀴고 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미 치워진 모듈러 주택이 있던 자리에는 소방관들이 물을 뿌리고 수해 복구에 투입된 군인들이 흙탕물을 치웠다.
진흙탕으로 엉망이 된 집을 치우고 있던 이동신(59)씨는 "18일 저녁 11시 30분쯤 어머니 전화를 받고 달려와 보니 물이 도랑을 넘어 마을 안쪽으로 밀려 들어와 있었다"며 "어르신들은 이미 마을회관으로 피신해 있었고 마을 길은 이미 도랑이 돼 버렸다. 건너기가 힘들 정도로 물살이 세서 휩쓸려가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곳에 집을 지은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물이 찬 경우는 처음"이라며 "지난해 산불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그는 "집 앞에 작은 다리가 있는데 다리 밑에 나뭇가지 등이 떠내려오면서 막아버렸다. 결국 물이 흐르지 못하고 마을을 덮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듈러 주택에 있던 한 분은 집이 45도로 기울어져 위험한 상황에서 창문을 깨고 피신했다고 하더라"라며 "집 앞에 있는 교량의 높이가 조금만 높았어도 주민들이 이렇게 피해를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무개(39)씨는 "그날 저녁 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사람 허리까지 찼다. 아버지가 폐암으로 수술하고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데 전기도 다 끊어지고 위험했다"며 "구조대가 와서 구해줘 다행히 지금은 저희 집에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산불로 우사가 불에 타고 농작물 피해가 상당했는데 1년 만에 이런 일이 생길 줄 어떻게 알았겠나"라며 "정부나 안동시가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빨리 복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용소방대원으로 제일 먼저 피해 현장으로 달려왔다는 피재복씨는 "소방본부에서 비상대기 명령을 내리고 의용소방대원들은 전부 다 대기하라는 문자를 받고 여기 와서 대기했다"며 "밤 12시 30분부터 1시 사이에 도착했는데 모듈러 주택이 물에 휩쓸려 담벼락 옆으로 붙어 있었고 다른 곳에 있던 컨테이너는 물에 떠내려가 도로 중간에 멈춰 있었다. 주민들의 무더위 쉼터로 쓰이던 정자도 무너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안동시는 안전상의 이유로 지난 19일 이곳에 있던 모듈러 주택 10동을 모두 철거했다고 밝혔다. 대신 주민들이 거처할 수 있는 새로운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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