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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많이 달라졌어?"…마틴 파가 끝내 남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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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30년 전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많이 달라졌어?"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국 사진가 마틴 파(Martin Parr·1952~2025)가 생전 서울시립사진미술관 손현정 학예연구사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이다.

그는 끝내 한국을 다시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서울시립사진미술관 개관 이후 첫 사진가 조명전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를 관통하는 화두가 됐다.

스마트폰으로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며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 관광과 음식, 소비와 군중, 욕망과 일상을 평생 기록해온 마틴 파의 사진은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춘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은 오는 1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시립사진미술관에서 마틴 파 회고전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를 개최한다. 사진미술관 개관 이후 첫 사진가 조명전이자, 작가 작고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최대 규모 회고전이다.

전시는 대표 연작 14개 시리즈를 비롯해 사진 500여 점과 포토북 90권을 선보인다. 1970년대 초기 흑백사진부터 후기 작업까지 50여 년의 작업 세계를 총망라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한 작가의 회고전을 넘어 동시대 시각문화를 다시 읽고, 오늘날 우리의 일상과 이미지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주요 사진가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 한국과 국제 사진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생전 마틴 파와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이 오랜 시간 논의를 거쳐 준비한 프로젝트다.

손현정 학예연구사는 "2024년부터 미술관의 비전과 역량을 꾸준히 설명하며 신뢰를 쌓았고, 교토에서 직접 만나 전시를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한강과 한국 도시 풍경을 새롭게 촬영하는 커미션 프로젝트도 논의됐지만, 작가의 건강 악화로 회고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손 학예사는 "작가는 생전에 '30년 전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많이 달라졌어?'라고 물었다"며 "작가는 떠났지만 작업은 남아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추모전이 아니라 SNS 시대 사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묻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장 전체는 이 같은 질문을 공간으로 풀어낸다.

입구의 거울은 관람객이 작품을 보기 전 먼저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노란 벽에는 "지루한 것에는 의외로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There's Something Very Interesting about Boring)", 붉은 벽에는 "세상은 웃기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The World Is Funny. Let's Face It, And People Are Funny)"라는 마틴 파의 문장이 강렬한 색채와 함께 새겨져 있다.

전시는 '머무는 관람'도 제안한다. 전시장 중앙에는 사진책 90권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가구 브랜드 알소(Arso)가 협찬한 소파를 배치했다. 관람객이 작품과 사진책을 서둘러 훑어보기보다 자연스럽게 앉아 오래 머물며 사진을 읽도록 설계한 구성이다.

손 학예연구사는 "사진책을 직접 넘겨보고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이번 전시의 중요한 경험"이라며 "분실 위험도 있었지만 책을 보여주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내한한 안드레아 홀스헤르 매그넘 포토스 글로벌 디렉터는 마틴 파를 "다큐멘터리 사진의 개념을 확장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마틴 파가 매그넘 포토스 회원 후보로 추천됐을 때 기관 역사상 가장 치열한 논쟁 가운데 하나가 벌어졌다"며 "당시 다큐멘터리 사진은 전쟁과 정치적 사건을 기록하는 흑백사진이 주류였지만, 마틴 파는 슈퍼마켓과 휴양지, 소비문화를 강렬한 컬러사진으로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매그넘이 마틴 파를 바꾼 것도, 마틴 파가 매그넘을 바꾼 것도 아니다"라며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 자체를 확장했다. 전쟁과 정치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 역시 시대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가"라고 강조했다.

마틴 파는 1952년 영국 엡섬에서 태어나 1973년 맨체스터 폴리테크닉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대 영국 북부 공동체를 기록한 흑백사진으로 출발해 1980년대 강렬한 컬러와 플래시를 활용한 독창적인 사진 언어를 구축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소비문화와 관광, 음식, 스포츠 등 현대인의 일상을 유머와 아이러니로 포착하며 다큐멘터리 사진의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4년 매그넘 포토스 정회원이 됐으며 사진가를 넘어 편집자·출판인·컬렉터로 활동했고, 2014년에는 마틴 파 재단을 설립해 영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보존과 연구, 신진 작가 지원에도 힘썼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대표작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 '작은 세계(Small World)', '상식(Common Sense)'를 비롯해 '남한(South Korea)', '북한(North Korea)', '죽음의 셀피(Death by Selfie)', '자화상(Autoportrait)' 연작이 소개된다.

특히 '남한' 연작에는 남대문시장, 컵라면 진열대, 과자 포장, 놀이공원, 관광객, 키아프 현장 등이 담겼다. 1990~2000년대 한국의 소비문화와 거리 풍경은 이제 한 시대의 생활사를 기록한 시각적 아카이브가 됐다.

반면 '죽음의 셀피' 연작은 셀카봉을 든 관광객들로 가득한 오늘의 풍경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기록하는 행위는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현대인의 일상이 됐다.

전시 제목 'We Are Martin Parr'는 그래서 특별한 사진가 한 사람을 기리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한정희 서울시립사진미술관장은 "마틴 파는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고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라며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파는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하루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평범한 하루는 시간이 흐른 뒤 한 시대의 역사가 됐다.

스마트폰으로 오늘을 기록하고 끊임없이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우리는, 어쩌면 이미 모두 마틴 파가 바라봤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 전시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개막과 함께 동명의 도록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가 출간되며, 리 슐만 감독의 다큐멘터리 'I Am Martin Parr'(2024) 특별 상영과 영화평론가 김도훈, 디자이너 박시영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GV)도 진행된다.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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