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시범 끝낸 주민자치회, 이제는 '현장 안착'이 과제다
13년 시범을 마치고 정식 주민자치기구가 되다
13년 동안 '시범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운영돼 온 주민자치회가 마침내 정식 제도로 자리 잡게 됐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자치회는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법률이 인정한 주민자치기구가 된다. 하지만 제도화가 곧 주민자치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제도를 어떻게 현장에 뿌리내리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2026년 3월 31일 국회를 통과하고 4월 14일 공포된 지방자치법 개정안 제17조의 2는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지방자치법 상 주민자치기구로 명문화하고, 정치적 중립 규정 및 행·재정적 지원 근거를 법률 수준에서 확보한 것이다. 2026년 10월 15일 시행과 함께 주민자치회는 법적으로 시범 실시 단계를 졸업하고 정식 제도의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이에 맞추어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참고 조례 전부 개정안'(아래 '참고 조례 개정안')을 배포하였다. 이 개정안은 단순한 조문 정비가 아니라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운영 방식 전반을 재설계하는 성격을 띤다. 이하에서는 참고 조례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의미, 현장 안착을 위한 과제, 마을공동체와의 협력 필요성 및 향후 정책·제도적 보완 방향을 차례로 살펴본다.
참고 조례 전부 개정, 무엇이 달라졌나
① '시범'을 벗고 지방자치법 속 주민자치회로
개정안이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근거 법령의 교체다. 조례 제명에서 '시범실시'를 삭제하고 설치 근거를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에서 지방자치법 제17조의2로 전환함으로써, 주민자치회가 더 이상 실험적 기구가 아닌 지방자치 시스템의 정규 구성 요소임을 법적으로 확인하였다. 이와 함께 위원 선정에서는 추첨제를 원칙으로 명시하여 인맥 중심 운영을 방지하고, 위원 정수 기준도 '상한'에서 '최소 정수'로 전환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유연한 구성을 허용하였다. 외국인 위원 참여 근거 신설은 다문화 현실을 제도가 적극 수용한 조치로 평가된다.
② 주민총회와 자치계획, 주민이 지역을 결정한다
실질적 변화의 핵심은 주민총회 의무화와 자치계획 수립 의무화다. 개정안은 주민자치회가 매년 1회 이상 주민총회를 개최하고, 자치계획의 심의·의결, 주요 사업 결정, 운영 평가 등 핵심 사항을 주민총회에서 처리하도록 하였다. 이는 위원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전체 주민 참여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총회가 형식적 행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안건의 사전 공개,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의결 결과의 구속력 확보 등이 운영세칙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치계획 의무화는 주민자치회를 단순 사업 집행 주체에서 지역을 스스로 설계하는 기획 주체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자치계획을 통해 도출된 주민 우선순위 사업이 자치단체 예산 편성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면, 주민자치는 형식적 참여를 넘어 자원 배분 단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자치로 확장된다. 이를 위한 자치계획과 예산 과정 간의 제도적 연결 고리를 조례로 명확히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③ 수탁사무와 연계법인... 주민자치회의 역할이 넓어진다
개정안은 주민자치회의 기능을 협의업무(지역발전계획·환경기초시설·도시재생 등)와 수탁업무(주민자치센터·도서관·공원 운영 등)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예시하였다. 수탁업무의 체계화는 주민자치회가 수탁 사무비를 통해 재정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전담 인력을 확보하는 경로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수탁사무 운영이 관행이 아닌 제도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운영 가이드라인의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과의 연계법인 설립 근거도 신설되었다. 이는 주민자치회가 공동체 자산을 조성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며 사회서비스를 직접 공급하는 주체로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다. 다만 연계법인이 공공성을 유지하려면 회계 분리 원칙과 지도·감독 지침의 정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며, 일부 주민 집단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공공성 확보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④ 운영세칙은 주민자치회의 '내부 헌법'이다
개정안은 운영세칙에 담아야 할 사항을 갈등해결 절차, 이해충돌 방지, 회의 공개 원칙, 분과위원회 구성·운영, 회계 기준, 위원 선정 세부 절차 등 11가지 범주로 명시하였다. 운영세칙이 형식적 규정의 집합이 아니라 주민자치회의 민주적 운영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부 헌법'으로 기능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전국 수천 개의 주민자치회가 지역 특성에 맞는 운영세칙을 독자 개발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시도연구원 등 공공 연구기관이 주도하여 모범 운영세칙(표준안)을 개발·보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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