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코널 공백에 그레이엄 사망…'평균 64세' 美 상원 고령화 논란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미국 상원이 고령 의원들의 건강 문제와 직무 수행 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 달 사이 두 명의 현직 상원의원 자택에 구급차가 출동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미국 정치권에서는 고령 의원의 건강 상태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직무 수행이 어려운 의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공백이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첫 번째 사례는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84) 상원의원이다. 한때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지낸 매코널 의원은 지난달 자택에서 이송된 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의원실은 입원 원인과 현재 상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출신 린지 그레이엄(71) 상원의원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11일 주말 자택에서 숨졌다. 사인은 잠정적으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대동맥 박리'로 파악됐다.
두 사람 모두 미국 역사상 최고령 상원의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미 의회 역사 전문가들은 상원이 오랫동안 고령 의원들의 건강 문제에 직면해 왔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명확한 규칙과 절차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 상원에서는 의원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의원직을 유지한 사례가 있었고, 장기간 의정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의원도 임기를 계속 수행했다. 그때마다 의회는 별도의 기준 없이 상황별로 대응해 왔다.
전문가들은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직무 수행 가능 여부"라고 강조한다. 70~80대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지만, 의원이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이를 판단하고 공개할 공식 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법은 의원들의 주식 거래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건강 상태나 의식 여부,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한 공개 의무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의원의 생존 여부조차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미 의회의 고령화는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1980년대 초 이후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의원 평균 연령은 꾸준히 상승했다. 현재 제119대 의회는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고령화된 의회이며, 역대 가장 고령화된 의회 세 곳 모두 2017년 이후 출범했다.
과거 미국 정치에서 의원직은 장기적인 직업이라기보다 임시적인 공직에 가까웠다. 1800년대 중반 상원의원의 평균 재임 기간은 3~5년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약 11년에 달한다.
과거 하원의원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 상원의원은 약 50세였지만 현재는 하원의원이 평균 58세, 상원의원은 약 64세에 이른다.
장기 재임이 가능한 구조도 고령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원의원은 재임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공서열을 통해 주요 위원회 지도부와 영향력을 확보하고, 지역구에 대한 예산 확보 능력도 커진다.
매코널 의원은 상원 역사상 최장수 당 대표를 지냈으며, 윤리위원회와 규칙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사망한 그레이엄 의원은 예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두 의원의 상황은 의회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레이엄 의원의 사망으로 예산위원회는 일시적인 교착 상태에 빠졌고, 매코널 의원의 부재는 세출위원회 운영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매코널 의원이 복귀하고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공화당은 상원에서 51대 47이라는 좁은 의석 차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역사에서도 건강 문제로 의정 활동이 중단된 사례는 있었다.
1856년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찰스 섬너는 상원 회의장에서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은 뒤 수년간 제한적으로만 활동했다. 1969년 사우스다코타주 공화당 상원의원 칼 먼트는 뇌졸중 이후 상원에 복귀하지 못했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의원직을 유지했다.
또 버지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 카터 글래스는 1942년부터 1946년 사망할 때까지 워싱턴을 떠난 상태에서도 의원직을 유지했다.
의회가 의원의 직무 수행 불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유일한 사례는 1980년 혼수상태에 빠진 하원의원 글래디스 눈 스펠먼이다. 그는 재선됐지만 취임 선서를 할 수 없었고, 하원은 그의 의석을 공석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미 취임 선서를 마친 의원에게는 비슷한 절차가 없다.
마이클 토닝 초당적 정책센터 구조적 민주주의 프로젝트 책임자는 WP에 "상원의원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될 경우 임기가 끝나거나 사망, 제명, 사임하는 것 외에는 의원직을 종료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건강 문제를 이유로 의원직을 제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시적으로 질병을 앓는 의원을 정치적 이유로 배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 법학 교수 조쉬 차페츠는 "의원을 직무 수행 불능으로 판단해 강제로 물러나게 하는 규정은 위헌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정치권에서는 연령 제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2028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람 이매뉴얼 전 하원의원은 과거 모든 연방 공직자에게 75세 의무 퇴직 연령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최근에는 고령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고령 논란 이후 젊은 후보를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경합이 예상되는 상원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평균 연령은 2018년 중간선거 당시 63세에서 현재 40대 중반까지 낮아졌다.
다만 매코널 의원의 경우 후임 선출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켄터키주는 최근 몇 년 동안 상원 공석 충원 방식을 변경해 주지사의 임명 권한을 사실상 제한했다.
이에 따라 매코널 의원이 임기를 마치지 못할 경우 후임자는 즉시 임명되지 않고 특별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자리가 비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는 매코널 의원 측에 건강 상태 공개를 촉구했다. 그는 매코널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공직자로서 유권자를 대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한 명확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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