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만들어진다

지난해(2025년) 이 지면에 '아, 덥다' 시리즈 다섯 편을 연재했다. 폭염은 단순히 견디는 재난이 아니라 식힐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첫 번째 글에서는 더위의 원리를 이해해야 해법도 찾을 수 있다고 했고, 두 번째 글에서는 젖은 수건 하나가 시원한 이유를 통해 물의 증발이 가장 강력한 자연의 냉방장치임을 설명했다.
이어 물과 바람이 열대야를 줄이는 원리, 맥주잔에 맺힌 물방울에서 찾은 증발냉각의 과학, 그리고 옥상녹화와 빗물, 나무와 바람길을 이용한 다섯 가지 폭염 저감 방법을 소개했다. 자연의 에어컨을 되살리자는 것이 그 다섯 편을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폭염은 더 심해졌고, 뉴스는 지난해와 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같은 재난문자를 보내고, 사람들은 에어컨을 더 강하게 튼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도시를 식히는 방법까지 이야기했는데, 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난해 시리즈는 '어떻게 식힐 것인가'에 집중했지만, '왜 우리 국토 전체가 이렇게 뜨거워졌는가'라는 질문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2는 해법보다 먼저 원인을 다시 살펴보려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폭염은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만들어진다. 물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논도, 산도, 도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폭염의 원인을 열돔이나 기후변화 같은 하늘의 현상에서 먼저 찾는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같은 태양 아래에서도 어떤 곳은 유난히 뜨겁고 어떤 곳은 상대적으로 시원하다. 차이는 하늘보다 땅에 있다. 태양이 보내는 에너지의 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국토의 모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의 논에는 늘 물이 담겨 있었고, 산에는 숲과 계곡이 살아 있었다. 마을에는 개울과 습지가 있었고, 도시에도 흙이 숨을 쉬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태양열을 이용해 물을 증발시키며 주변을 식혀 주었다. 국토 전체가 거대한 자연 에어컨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논은 해마다 줄어들고, 산은 벌채와 임도 개설로 물을 오래 머금지 못한다. 도시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덮으면서 빗물을 곧바로 하수도로 흘려보낸다. 물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물이 사라지자, 태양에너지는 더 이상 물을 증발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땅과 공기를 달군다. 폭염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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