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치우지 않은 개똥에 캐나다 아이들이 남긴 경고문

아침을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파트 단지 안 인도를 따라 하루의 루틴 중 하나인 산책로를 가기 위해 나섰다. 평소와 다름없이 인도 옆으로 길게 우거진 푸른 나무들 사이를 기분 좋게 걷고 있는데, 바로 앞 인도 한복판에 흰 종이를 중심으로 둥근 돌멩이가 둘러 늘어선 모습이 보였다. 보는 순간, 동네 아이들이 돌을 가지고 놀다가 흩어놓고 간 흔적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발로 밟아서는 안 된다는 뜻의 경고였다. 맨 앞에는 종이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납작한 돌멩이로 꾹 눌러놓았고, 파란색 글씨가 쓰여 있었다. 누군가 치우지 않고 간 개똥을 가려두고, 그 종이 위에 주의를 요하는 글귀를 적어 둔 것이었다. 글귀를 보면서 어린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성스레 만든 경계선이라는 것이 단번에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종이에는 장난기 가득하지만 꽤나 진지한 아이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맨 위에는 큼직하게 'WARNING(주의)'이라고 눈에 쉽게 띄도록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PooP(똥)'이라고 쓰여 있었다. 알파벳 'o' 자 두 개를 크게 그려 그 안에 놀란 눈과 입을 그려 넣었다. 그 밑으로는 이 경계선을 함께 만든 아이들 세 명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종이 오른쪽 구석에는 잘못 쓴 글씨를 파란색으로 마구 덧칠해 지운 흔적이 있고, 'Noting to see Here(여긴 볼 거 없으니 지나가세요)'라고 적어두는가 하면, 한쪽 원 안에는 'your welcome(천만에요!)'이라며 귀여운 생색까지 내고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돌에 살짝 가려진 채 'DO NOT STEP ON HeRE(여기 밟지 마세요)'라는 당부가 대소문자가 뒤섞인 채 적혀 있었다.
우리는 흔히 길을 가다 실수로 개똥을 밟으면 "오늘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라며 애써 위안을 삼곤 한다. 간밤에 똥 꿈을 꾸면 횡재수가 찾아온다는 꿈해몽 역시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속설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실제 상황으로 돌아와 발밑으로 질퍽하게 뭉개지는 진짜 개똥을 밟는다면 기분이 좋을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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