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옥, 고문, 사형 구형...극한의 상황에서 꽃 피운 세계적인 음악

2026년은 유네스코(UNESCO)가 제43차 총회를 통해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해'로 지정한 해이다. 김구 선생이 유서 대신 썼던 자서전 <백범일지>의 맨 끝부분에는 부록이 있다. 선생의 핵심 사상을 보여주고 있는 <나의 소원>, 그것은 명문으로 이름나 있다. 그 내용에는 문화와 평화의 가치가 담겨 있는데 이것이 전 세계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임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다. '문화의 힘'을 말했던 김구의 소원을 음미해 본다. 나는 어떤 문화 속에서 성장해 왔을까?
내가 자란 곳은 왕십리와 신당동의 산동네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그 불빛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는 산동네. 나의 연작 소설집 <모경의 빛>에는 그곳에서 일곱 식구가 보냈던 지난 시대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단편 중, <모경>에 이런 대목이 있다. "그 방에 누워 카세트 라디오로 <지고이네르 바이젠>을 듣고 있으면……" 그랬다. 나는 산동네에서 카세트 라디오로 클래식을 듣는 학생이었다.
문화의 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마다 보았던 높은 담장 위, 흰색 바탕에 붉은색 글씨로 '피아노'라고 쓰인 간판과 장미 넝쿨 늘어진 담장 밖으로 흘러나오던 체르니 연습곡. 피아노를 치는 친구 여동생의 가늘고 흰 손가락을 부러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반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이 서너 명 정도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집에 있는 낡은 풍금의 건반을 두드려 보기는 했지만, 내가 독학으로 칠 수 있는 곡은 '젓가락 행진곡' 정도였다.
6학년 때였던가? 어느 날 큰언니가 음대에 다니는 친구 집에서 피아노 소품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왔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와 바다르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 피아노를 배우는 친구들이 으레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치던 곡. 나는 카세트 라디오로 그 곡을 들었다. 언젠가는 내 손가락이 음반 위에서 춤추게 될 날이 오기를 소망하면서.
중학생이 되어 언니가 사다 놓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을 읽다가 한 대목에서 목에 가시가 걸리듯 탁, 걸렸다. 표제작인 <난쏘공>에서 대학생 윤호가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었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이웃집에서 받고 있는 인간적 절망에 대해 눈물 짓는 능력은 마비 당하고, 또 상실 당한 것은 아닐까?"
그 대목이 왜 껄끄러운 인상을 남긴 것일까? 당시에는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리고 한참 지난 뒤 알게 되었다. 모차르트로 대변되는 문화에 대한 갈망과 그것을 들킨 것 같은 마음 때문인 것을.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중학생 시절에는 클래식을 들었던 기억이 없다.
전체 내용보기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한 번의 탭으로 반응을 남겨요 · 로그인 불필요